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의 표지에서 보여지는 흑백사진의 집안 풍경은,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서적을 접한 것 같다. 이전에 이러한 책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책은 마크 네포가 지은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이었다. 이 책같은 경우는 저자인 마크 네포가 2번의 암을 이겨내면서, 인생 그리고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러한 결과, 1년이라는 기간동안 총 365개의 사색적 에세이가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이러한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의 표지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가 부제이다. 저자는 상실감은 너무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사랑을 잃고 나서야 자아와 욕망의 대상이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사색적이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솔직히 문학계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 들어보았다. 저자 약력을 보고 중화권에서 상당히 비평가와 칼럼니스트로 활약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랑'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무덥고 나른한 한여름의 8월 1일부터 춥고 쓸쓸한 한겨울의 12월 31일까지 만남과 이별, 상실과 고독, 권태와 번뇌 등 153일의 단상을 적어내려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너무나 당연시 여겨졌던 주변의 일상들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혀 180도 다른 현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바쁘다고 하면서 쉽게 지나쳤던 부분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한번 쯤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보여지는 삽화와 에세이 틀에 담겨져 있는 날짜 외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신선한 시각적 효과를 주어 오히려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효과로 나타난다.

 

 뇌리에 각인되었던 내용이 있어, 적어 볼까 한다. 이 내용은 나에게는 그녀가 있는데, 그녀는 항상 화장한 얼굴로 나를 마주한다고 한다. 그리고 화장을 안한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어느날 저녁 막 목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 할 때 그녀는 맨얼굴이었고 머리도 마구 엉클어져 있었다. 맨발에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자유롭게 행동하였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가까이 있었다. 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향기로웠다. 이 문제가 아주 긴 시간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왜 여자들은 머리에서 늘 향기가 나는데, 남자들은 역한 기름 냄새만 나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 향기가 샴푸 냄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부 화학제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샴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있을까?
 
 샴푸회사의 연구진들은 토끼 한마리를 특별히 제작한 틀 위에 올려 놓고 눈꺼풀을 뒤집어 고정해놓는다. 그런 다음 그 빨간 눈에 관을 조준한다. 이어서 시험용 샴푸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다. 토끼는 몸부림을 치지만 눈을 움직이지 못한다. 토끼는 처절하게 울부짖지만 그들은 듣지 못한다. 토끼 눈이 완전히 문드러질 때까지 실험은 계속된다. 토끼 눈을 가장 천천히 문드러지게 하는 샴푸, 토끼의 고통을 가장길게 연장시킬 수 있는 샴푸를 사람들이 사용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아무 걱정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문구를 보면서 저자의 글귀는 상당히 가슴 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고 해야할까? 상당히 자극이 오는 글이 었다. 이 책의 전체를 모두 읽었지만 위에 저 문구들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153일간의 상실의 기억들은 저자의 읊조림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더욱 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고대 바빌론의 서사시 <길가메시>의 문구로 마칠까 한다.

 

"즐거움도 병들어 몸이 쇠하면 시들해지고, 그대가 흙으로 돌아갈 때 내 그대를 위해 머리를 풀어헤치고, 사자의 가죽을 뒤집어쓰고서 광야를 떠돌아다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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