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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이 책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오가며 8년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이어온 저자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처음에는 젊은 세대의 해외생활과 여행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을수록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서 이 책의 제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래가 명확해야 안정감을 느낀다. 직장에서는 연간 계획과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과 주거, 노후에 대한 준비를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불확실성을 줄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살아보니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는 언제든 발생한다.
저자는 안정적인 생활을 떠나 해외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한다. 호주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뉴질랜드에서 캠핑카 생활을 하며, 캐나다에서는 수많은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 과정이 언제나 낭만적이거나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낯선 노동환경, 불안정한 주거와 경제적 부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반복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미래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보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책의 실제 목차에서 인상 깊었던 표현 세 가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플랜 A, B가 안 되면 C라도”
“자유의 값은 불편함으로 치른다”
“돈보다 중요한 직주근접”
이 세 문장은 저자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고, 자유에는 반드시 감수해야 할 비용이 있으며, 남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보다 자신의 일상에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특히 ‘플랜 A, B가 안 되면 C라도’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보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충분한 자료를 검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더라도 외부 환경이 달라지면 기존의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음 세운 계획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능력이다.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만들 수도 있다.
저자의 해외생활을 보면서 과거 낯선 국가에서 생활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해외에서 일하고 생활한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기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달라 처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조차 다시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생활방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를 경험하면서 삶에 정해진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 자유와 불편함을 함께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자유에는 책임과 불확실성이 따른다. 정해진 직장과 생활환경을 벗어나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지지만 그만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아진다.
저자의 캠핑카 생활은 이러한 자유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거의 편리함과 안정성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하든 얻는 것이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는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 무엇을 감수할 수 있는지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돈보다 중요한 직주근접’이라는 목차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때 보수와 안정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삶의 만족도는 출퇴근 시간과 근무환경, 휴식시간, 인간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더 많은 돈을 벌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이동과 업무에 사용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대로 소득이 조금 줄더라도 자신에게 중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시간의 가치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더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건강을 관리하는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도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삶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계획 없이 살아가는 것이 언제나 좋은 선택인 것도 아니다. 가족에 대한 책임과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는 달라진다.
그럼에도 저자의 경험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기준을 자신의 인생에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서 저자가 오랜 해외생활 끝에 이제는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자유로운 이동을 선택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인 생활을 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선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삶의 기준은 나이와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대에 중요했던 가치와 40대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도전과 성취가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가족과 건강, 안정적인 관계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남은 소감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보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40대 후반의 지금까지 나는 비교적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학업과 직장생활, 가족에 대한 책임을 중심으로 많은 선택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도 있지만 때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지금의 삶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삶에서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무엇을 더 이룰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은지, 누구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더 자주 생각하고 싶다.
특히 자녀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전해주고 싶다. 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길을 권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 길이 반드시 자녀에게 가장 행복한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자녀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얼마나 빨리 성공하는가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여유를 주고 싶다. 모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때로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고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받아들이고 싶다.
물론 앞으로도 현실적인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것과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내게 미래를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보다 현재의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모든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알고 있다면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선명하지 않아도 내가 선명하면 된다는 책의 제목처럼, 앞으로는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만 살아가기보다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