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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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처음 접했을 때 ‘각자의 오디세이아’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3천 년 가까이 전해져온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 동안 떠돌아야 했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다. 신들의 분노와 거대한 파도, 괴물과 마녀,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며 결국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의 여정은 현대인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신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괴물과 싸우고 바다를 표류하는 일은 없더라도 우리 역시 계획하지 않았던 사건을 만나고, 때로는 방향을 잃으며,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특별한 영웅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선택과 시련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읽혔다.


 40대 후반의 직장인이라는 위치에서 이 책을 읽으니 젊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젊은 시절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자체가 흥미로웠을 것이다. 키클롭스와의 대결이나 세이렌의 유혹처럼 극적인 장면들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이타카로 돌아가려 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다. 아름다운 여신이 영원한 삶을 제안해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나도 그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 더 화려하고 편안한 삶보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목표를 세운다. 직장에서는 더 높은 위치와 성과를 원하고,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인 안정과 가족의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에 왜 그것을 원했는지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이동했는가가 아니었다. 그는 수없이 길을 잃었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더 먼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타카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삶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기준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의 내용을 읽으며 특히 기억에 남은 표현을 세 문장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불안 속에서도 기어코 오늘을 살아낸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매일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맨몸으로 세상을 겪어내는 일.”

“그 지난한 버티기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 세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은 이유는 영웅의 위대한 승리보다 평범한 인간의 ‘버티기’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결과를 보면서 그 사람이 걸어온 길까지 직선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잘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일이 실패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기간보다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순간이 훨씬 많다.


 오디세우스 역시 완벽한 영웅이 아니었다.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었고, 불필요하게 이름을 밝힘으로써 더 큰 고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의 부하들 역시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한다. 결국 『오디세이아』의 인물들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 속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는 만큼 실패의 기억도 함께 늘어난다.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고, 모든 판단이 옳을 수도 없다.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난 뒤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젊었을 때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실패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의 태도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갈 수 있다.


 오디세우스가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장면도 이런 관점에서 흥미롭게 읽혔다. 힘으로는 거인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지혜를 사용한다.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니다’라고 속이고 상황을 이용해 탈출한다. 그러나 안전하게 빠져나간 뒤 자신의 진짜 이름을 외치는 자만심 때문에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고, 그 결과 귀향길은 훨씬 길어진다.


 한 사람 안에 뛰어난 지혜와 어리석은 자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이 모습이 인간을 상당히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성공했을 때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몇 번 잘 해결하면 자신의 판단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기 쉽고, 이전의 성공 경험을 다음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경력이 쌓인 사람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확신일지도 모른다. 경험은 분명 중요한 자산이지만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정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을 의식적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렌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 역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게 하고 어떤 명령을 하더라도 풀어주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리 행동을 제한했다.


 현대인의 삶에도 세이렌은 많다. 시장의 과도한 낙관과 공포, 주변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 사회적 지위와 소비에 대한 욕망처럼 순간적으로 우리의 판단을 흔드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때마다 강한 의지로 버티겠다고 생각하기보다 감정이 흔들렸을 때도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이 점은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감정이나 조직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평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상황이 발생한 뒤 원칙을 만들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오디세우스의 여정에는 수많은 ‘머무를 이유’가 등장한다. 칼립소의 섬에서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고 심지어 불멸의 삶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이타카를 선택한다.


 이 대목은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와 맞물려 더욱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젊은 시절에는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돈, 더 좋은 조건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삶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살아보면 선택에는 항상 포기가 함께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 더 많은 성취를 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책임과 부담 역시 커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얻는가’가 아니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얻고 있는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타카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자신의 이타카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일이나 꿈, 자유로운 삶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목적지가 아니라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혼자 여행하지 않았다. 수많은 동료와 함께 출발했지만 결국 이타카로 돌아온 것은 그 혼자였다. 그 과정에서 부하들의 잘못도 있었지만 지도자인 오디세우스의 판단과 행동 역시 항상 완벽하지 않았다.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방향을 정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수정하며, 구성원들이 공포에 빠졌을 때 앞으로 나아갈 이유를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오디세우스 역시 신들의 도움을 받고 동료들의 힘을 빌리며 수많은 사람의 조언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언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삶이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울 때 현재에서 목표까지 가장 짧은 길을 그린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때로는 원하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하며,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오디세우스에게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의 귀환은 10년이나 걸렸다. 결과만 보면 지나치게 긴 우회였다. 그러나 바로 그 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가 『오디세이아』가 되었다. 아무런 시련 없이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면 우리가 3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읽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삶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지금 당장은 불필요한 고생처럼 느껴지는 일이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고난 자체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 피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어려움이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만 머무르기보다 ‘이 일을 지나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계획대로 이루어진 일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삶의 방향을 더 크게 바꾸었던 경우도 많았다. 당시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훗날 다른 선택의 밑바탕이 되기도 하고, 어렵게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삶의 모든 우회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느냐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를 읽고 가장 오래 남은 소감은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 역시 생각보다 대단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공을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한다. 큰 성과를 이루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을 인생의 중요한 장면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삶의 대부분은 그런 순간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자신의 일을 하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해결하며 다시 다음 날을 맞이하는 평범한 날들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함도 결국 단 한 번의 승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유혹 속에서도 계속해서 고향을 향해 움직였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40대 후반의 지금 나는 젊었을 때보다 목적지의 중요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더 빨리 가는 것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보다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앞으로의 삶에도 예상하지 못한 파도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계획했던 일이 틀어질 수도 있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때로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달콤한 유혹을 만날 것이고, 키클롭스 앞의 오디세우스처럼 내가 가진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모든 파도를 피하려 하기보다 내가 돌아가야 할 ‘이타카’가 어디인지를 잊지 않고 싶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때로는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는 여유도 갖고 싶다. 중요한 것은 길을 한 번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방향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직장생활의 긴 항해를 마치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모든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쉽지 않은 순간에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에는 미리 완성된 이야기가 없다. 오늘 어떤 선택을 하고, 실패한 뒤 어떻게 다시 일어서며,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는지가 한 줄씩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가치는 파도 한 번 만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파도를 지나면서도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을 끝내 잊지 않는 데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은 뒤 40대 후반의 내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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