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5일 오후 4시쯤. 학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긴장과 평화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미군기지 철조망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듯 움츠러들게 한다. 운동장 풍경은 애절하고 평화롭고 긴박하다... 이 현장에서 받는 느낌을 사실대로 표현하기에는 글과 단어가 참으로 짧기만 하다.

귀에 익숙한 미군기지 반대 노래가 운동장을 휘감았다. 대책위 사람들과 주민과 어린이 10여 명은 연을 날리고 있다. 정문에서 운동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트랙터와 경운기 따위의 농기계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저마다 깃발 하나씩 꽂아들고 개선장군처럼 자리잡았다. 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움이 엄습한다.

도서관지기 일을 하는 진재연 씨
 용오 기자
전쟁중이구나... 학교에는 모름지기 학교에 어울리는 장식이 있어야 한다. 운동장 한 가운데 농기계라니...농기계에서 두어 발짝 뒷걸음을 하며 솔부엉이 도서관을 찾았다. ‘참세상’에 몇 차례 글을 보내준 도서관지기, 진재연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솔부엉이 도서관은 여느 도서관처럼 꾸며져 있지 않았다. 안타까운 표현이지만 을씨년스러웠다. 평화로운 도서관을 상상했던 터였을까. 솔부엉이 도서관은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포스터와 찌라시와 그림과 낙서로 꾸며져 있었지만 조금도 평화롭지 않는 도서관이었다. 솔부엉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대추리의 평화제작소’라는 별칭을 들으니 애간장이 더한다. 여기도 마찬가지, 전쟁중이다. 대추초등학교는 지난 3년간 수차례 포격을 당한 모습이다. 이곳저곳에 포탄에 맞은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솔부엉이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진재연 씨가 씁쓸한 목소리로 소망을 이야기했다.

“언제나 아이들과 주민들이 찾아와서 책을 읽고 마음 누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탁 트인 황새울 들녘처럼 마음을 열고, 대추리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 곳이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 솔부엉이 도서관은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있어요.”

 용오 기자

이곳 도서관에서 방학 중에 계속 범대위 활동을 했다는 김정은 한신대 학생을 잠깐 만났다. 대추초등학교에 머물면서 고추 모종 심기도 도와주고 촛불집회도 참석하면서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엠티를 이곳에 와서 하면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는 제안이다.

“어제는 운동장에 트랙터가 모였어요. 트랙터 옮기는 작업도 하고 학교 정문도 막았어요. 1시간 간격으로 대책위 분들이랑 학생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잠은 비닐하우스에서 자고...” 지난 하루가 길었다는듯 말끝을 흐린다.


 권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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