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라는 김승희의 화두는 안의 세계를 버리기보다는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밖으로 나가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안의 팽창과 유연화에 기여한다. 사실, 밖은 언제나 '밖'에 있다. 밖은 그 누구도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영원한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로 안을 환기하지 않으면 안은 부패한다. 그 안의 안, 현실의 가장 폐쇄된 곳에 사는 존재가 바로 '여성'이다. 김승희는 제도적 현실이라는 구중 궁궐 깊숙이 광활한 들판의 바람을 휘몰아오기를 원한다. 그녀는 홀로라도 달려나가 바람을 몰고 오고자 뜨거운 투혼을 불사른다. 자신이 어두운 동굴에서 백 일을 견딘 웅녀의 후손이 아닌, 일찌감치 햇빛 비치는 세상으로 뛰쳐나간 호랑이의 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수이 "상처받은 타자에서 진정한 주체로" [여성문화의 새로운 시각](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여성문화총서 1999)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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