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자기가 이 세계 속에서 이야기를 고른다고 상상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허영심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는 정반대로, 이야기가 작가를 골라냅니다. 이야기는 스스로를 우리에게 드러냅니다. 공적인 이야기든, 사적인 이야기든, 이야기는 우리를 지배합니다. 이야기 자신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라고 명령합니다. 넌픽션과 픽션은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있어서 기법의 차이일 뿐입니다. 내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픽션은 내게서 춤추듯 흘러나오고, 논픽션은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 맞이하는 이 고통스럽고 깨진 세계가 비틀어 짜듯이 내보냅니다.
- 아룬다티 로이 "9월이여 오라" 녹색평론 6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