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어서 슬펐니?
김미경 외 열 명의 엄마들 지음 / 이프(if)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1
옆집 여자는 아이가 셋이다. 노상 야단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청나게 굵고 큰 목소리이다. 사람이 뒤집어질 만큼 온 힘을 다해 지르는 소리다. 그렇다고 별 효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고함은 계속 된다. 말은 규율을 가르치는 매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여유를 상실한 한 사람의 삶의 조건이 기입되어 있다.

2
이 책이 독서모임에서 논란거리가 된 것은 책 내용 중 어떤 부분 때문이었다. 밖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온 엄마가 귀가하자마자 자기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잠긴 문밖에서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독서모임의 어떤 회원들에게 이 내용이 아동학대로 읽혔던 모양이다. 그들은 어머니의 자아실현을 위해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3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는데 귀결은 대략 이렇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육아는 가족공동의 책임이다'에 동의했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우리는 '가족이 공동으로 육아 책임을 분담하지 못할 경우 육아는 일차적으로 어머니의 책임이다'라는 일반적인 가정을 인식했고 그에 대한 반응은 '그러므로 모성은 굴레다'와 '그러나 모성은 축복이다'로 분열되었다. 사회가 책임지기와 가족 모두가 책임지기가 앞으로 성취되어야 할 목표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는데 아직 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개인이 부닥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문제거리인 것이다. 결국 독서 회원들 중 젊은 여자들은 아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여기고 책임지기와 안 낳기 이 둘 중에 선택하게 될 것 같았다. 젊은 남자들은 대체로 육아를 도와야 한다는 각오를 보였는데 물론 젊은 여자들보다는 좀더 여유 있어 보였다. 일차적인 책임 소재가 그들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4
나는 언제나 여자들이 더 도덕적인 이유에 대해서 궁리하게 되었다. 여자들이 약자들에게 더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은 여자들의 본질일까 구성된 것일까? 예를 들어, 가족 중에 누군가 데려온 강아지가 찬밥 신세가 되었을 때 개가 아무리 싫어도 끝까지 똥오줌을 치우고 신경 쓰는 어머니는 도덕적이어서 그렇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명령할 권리나 일을 떠넘길 누군가가 없는 유일한 가족구성원이어서 그렇게 하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여자들의 도덕성이 어떤 시스템의 유지에 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5
기억나는 구절: '내가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집 남자들에게 행하는 유일한 목적의식적 교육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생존을 위한 기본노동을 타인, 특히 여자들의 노동에 의지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며,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배우고 익히라는 것이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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