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경제 - 빈민의 유리지갑에 비친 경제 이야기!
바바라 에렌라이히 지음, 홍윤주 옮김 / 청림출판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저임금 노동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직장에서 잠시 쉴 틈을 타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 주제는 무엇일까?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고발? 노동 해방? 하다 못해 중간관리자에 대한 불만조차 아니다. 전문직 미국 여성인 저자가 그들 사이에서 엿들은 대화 내용은 주말에 뭘 먹었느냐에 관한 단순한 문답이었다. 한끼의 만족스러운 식사,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는 거처, 이런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며 살도록 되어 있는 것이 전 세계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수준이다.

저임금 노동에는 미국이고 한국이고 없다. 마흔도 쉰도 넘긴 아줌마가 갑자기 생계를 떠맡게 되었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장시간 저임금 육체 노동뿐이다. 그 한국 아줌마가 12시간 식당 일을 하면서 8시간 노동시간을 보장받을 것 같은 미국 저임금 노동자를 부러워해도 될까? 이 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아줌마는 8시간 짜리 일의 대가만으로는 부족해서 파트타임 일을 더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월차도 생리휴가도 빼앗긴 젊은 한국 여자 비정규직이 미국 이민을 꿈꾸어도 될까? 그곳의 웨이트리스나 청소 파출부들은 심각한 신체 이상을 자각한다 해도 병원은 고사하고 진통제에 의지하여 노동 시간을 채우고 있는데?

고시원 침상에 엎드려 울며 웃으며 읽은 책이다. 잘 읽히기도 하지만 명쾌하고 생생하다.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