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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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것들의 신> 작가 로이. 그는 인도여성들에게도 추앙받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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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민족21 강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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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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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21 강은지 |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는 1961년 시리아 기독교인 어머니와 힌두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 남단의 케랄라 주의 아예메넴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고, 환경·반핵·반세계화 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영화제작자와 결혼해 두 딸과 뉴델리에 살고 있다.
1997년 소설 <작은 것들의 신(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유명작가가 되었으며, 지은 책으로 평론집 <권력의 정치학(Power Politics)>, <무한 정의의 대수학(The Algebra of Infinite Justice)> 등이 있다.
아룬다티 로이는 인권·환경·반핵·반세계 운동에 적극 활동하고 있으며, 대중 강연과 글쓰기에 힘쓰고 있는 인도 여성이다. 그의 저서 <생존의 비용>에서 그는 "인도 정부의 개발 중심주의, 핵무장 옹호가 자연은 물론 인도인의 삶까지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고발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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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세계사회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있는 인물은 단연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다. 전세계 45개국, 644개 언론사에서 몰려든 기자들 중에는 아룬다티 로이만 쫓아다니면서 인터뷰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에도 <작은 것들의 신> 작가로 잘 알려진 인도 퀘랄라주 출신의 로이는 세계사회포럼 행사장에서 좀체 발견하기 쉽지 않다. 기자들 사이에는 '로이를 어디서 누가 봤다더라'라는 '카더라' 통신만 떠도 취재수첩을 들고뛰는 분위기다. 그래서 허탕치는 기자들도 많다.
기자들이 이토록 그에게 달라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빼어난 미모의 소설가, 특유의 문체로 심금을 울리는 문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전쟁과 고통받는 여성들에 대해 쏟아내는 심장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로이의 '개막식 독설'에
세계사회포럼이 발칵 뒤집히다
특히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그가 기자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가 던진 '개막식 독설' 때문이다. 로이는 지난 16일 저녁에 시작한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WSF) 개막연설에서 "세계사회포럼과 뭄바이 레지스탕스(MR)가 연합해 구체적 투쟁을 조직하자"며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끝나는 날 아예 미국이 일으킨 전쟁 앞잡이 노릇을 한 기업을 찍어 철퇴시키자!"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로이의 개막연설 뒤 세계사회포럼 인도조직위원회가 발칵 뒤집혔다는 후문이 있다. 이유는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는 세계사회포럼에서 '폭력적 방법'을 제안했기 때문. 그러나 로이가 세계사회포럼에서 던진 이 얘기는 좌우 맥락 없이 그냥 툭 던진 것은 아니다.
3차까지 브라질에서 진행된 세계사회포럼에서 세계화의 문제점은 많이 지적됐지만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실천적 대안은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지구촌 반세계화 운동가들 사이에는 '공허한 논쟁만 진행되는 세계사회포럼, 이제는 재미없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러던 참에 세계사회포럼 장소가 브라질에서 인도로 바뀌었다. 개발국가에서 저개발국가로 장소가 이동된 것. 인도는 그간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이 겪지 못한 '일상의 불편함(화장실, 물, 먼지구덩이, 위생 등)'을 통해 세계화의 문제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투쟁의 현장'을 제공했다. 로이는 이 자리에서 '직접적인 실천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로이 발언 맥락에는 이런 것도 숨어 있다.
세계사회포럼 개막 3일째를 지내는 지금 행사장(네스코) 건너편에는 '뭄바이레지스탕스2004'가 따로 조직돼 활동 중이다. 이들은 "세계화는 인간화할 수 없다"는 구호를 걸고 '세계사회포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로이는 '뭄바이레지스탕스2004'가 조직한 토론에 참가하면서 '세계사회포럼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기자들은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세계사회포럼 행사장에서 그를 찾아도 쉽게 볼 수 없었다.
18일 오후 4시25분 기자는 세계사회포럼 미디어센터 흙바닥에 앉아 몇몇 이들과 토론하는 로이를 발견했다. 마치 숨은 그림을 찾던 사람처럼 기자는 로이에게 다가가 "아 유 로이?"라며 아주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로이는 한동안 웃고는 "맞다"고 답한 뒤 "오늘 저녁 6시 '여성에 대한 전쟁,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 포럼 이후 만나자"고 인터뷰에 승락했다.
"아 유 로이?" 드디어 로이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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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는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이라크 파병결정에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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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민족21 강은지 |
로이는 18일 저녁 6시30분 마이단 광장 연설 뒤에 연단 아래로 몰려든 몇몇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 "마치 기자회견을 하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원래 따로 만나 인터뷰할 예정이었으나, 워낙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플래시를 터뜨리자 로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 뒤에 쏟아진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세계사회포럼 현장에서 로이를 인터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한국 기자로는 최초로 아룬다티 로이를 인터뷰했다.
-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도와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전세계 많은 문제들이 하나로 모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안에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
-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 이어 4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세계사회포럼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세계사회포럼은 제도화되지 않도록 상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다른 관료적 기구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세계사회포럼이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다른 위험 중의 하나는 포럼이 활동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장에서 뛰기보다는 포럼만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 포럼에서 어떤 이슈를 제기할까 등등. 그래서 활동가들은 한 포럼이 끝나면 그 다음에 바로 다른 포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운동가들이 앉아서 고민만 하지말고, 현장에서 직접 뛰기를 바란다. 그들이 진정한 정치적 행동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 세계사회포럼 공식참가자인데, 왜 매일 '뭄바이레지스탕스2004'를 방문하는가?
"나는 그들 또한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중에는 이곳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 세계사회포럼은 비폭력노선이다. 그러나 '뭄바이레지스탕스2004'는 비폭력노선을 명시하지 않았다. 평소 로이는 무장투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성으로서, 내가 아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현실, 인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폭력을 믿지 않는다. 나는 겁이 난다. 폭력이 무언가와 싸워서 얻어내기 전에 세상을 먼저 망가뜨리게 될까봐…. 그리고 그 무기가 곧 여성을 향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아주 털어놓고 솔직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종류의 대화는 이니셔티브나 도그마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사람들, 이라크 사람들, 이곳에서 무장투쟁을 하는 사람들, 또 서로 다른 투쟁을 하는 사람들과 모두 함께 솔직히 털어놓고 진정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라크파병,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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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는 "운동가들이 자리에만 앉아있지말고 현장을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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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민족21 강은지 |
- 로이는 인도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댐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3000개의 댐이 건설되고 있다. 아주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구자라트와 남부 다른 지역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잠시 건설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지에 있는 그 누구도 그걸 모른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환경재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대형 댐이라고 생각한다. 니르마다 지역과 같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더 심한 곳에서는 더 큰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 강과 환경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 한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 파병을 결정했고,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파병했다. 이라크 전쟁에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이 파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소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저항해야만 한다. 저항해야만 한다! 그 전쟁에 동참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 미군들이 그곳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 가족들이 그 전쟁에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왜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거기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파병은 즉각 멈춰야 한다."
/장윤선 기자 (sunnijan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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