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제 522호 2002.3.27

 'A Fearfulness in the Air'

“무슬림도 인도의 일부다”




작은 것들의 神’(The God of Small Things)으로 영국의 부커賞을 수상한 인도의 저명한 여류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42)가 2주 전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인도 중부 나르마다江의 초대형 댐 건설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법정모독죄로 대법원으로부터 ‘상징적인’ 24시간刑을 언도받고 수감됐었다.

그녀가 델리의 아파트에서 이언 매키넌 뉴스위크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로이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바라티야자나타黨(BJP) 정권을 통렬히 비난했다. 아요디아 소요사태(10년 전 파괴된 이슬람사원 터에 힌두교도들이 힌두사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야기된 폭력사태)와 구자라트州에서 5일간 5백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종교분쟁을 정부가 막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자라트州 방화 사건을 본 느낌은?

가장 나쁜 것은 뉴 델리와 구자라트의 BJP 정권이 그 사건을 제때에 군경(軍警)을 투입하지 못한 행정상의 문제로 치부하려 드는 태도다. 그러나 실상은 BJP 정권이 다년간 주도면밀하게 이같은 추악한 감정(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겨 왔다는 것이다. 만일 당국이 사태를 통제할 의향만 있다면 한시간만에 그렇게 할 수 있다. 경찰이나 州당국과 싸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곳에서 주민집단 간 긴장이 있었던 것도 사실 아닌가?

고드라에서 열차 방화 사건(힌두교도 승객 58명 사망)을 일으킨 사람들, 그리고 구자라트에서 사람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인 사람들은 모두 神을 숭배하는 자들이다. 그것을 단순히 주민들간의 집단 폭력사태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증오의 씨앗이 (의도적으로) 뿌려진 것이다.
어떻게?

BJP 정권은 유권자들을 상대로 ‘벼랑끝 정치’를 하고 있다. 극단적인 힌두 민족주의를 조장하고는 아요디아에 가서 폭도를 그러모은다. 구자라트에서는 늘 주민들 간에 긴장이 고조돼 있었고, 그 이면에는 파시즘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슬림 상점을 배척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나돌기도 했다. 마치 나치독일이 유대인들에게 했던 짓거리와 비슷하다. 오늘날 인도에서는 무슬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공포스러운 일이다. 여기에는 교육받은 중산층과 권력자들이 공범으로 가담하고 있다.


인도가 내리막길을 위태롭게 질주하고 있는 것인가?

집권 전의 BJP는 훨씬 더 미쳐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제정신이기 때문에 BJP로서는 권력을 얻기 위해 그같은 광기를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날 어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 대다수가 폭력사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난 몇주간이 BJP의 최후를 알리는 조종(弔鐘)이었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BJP의 행동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폭력사태에 좀더 광범한 원인이 있다면?

기업들의 세계화 추세, 국유기업의 민영화 등으로 삶의 터전이나 생계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양산되는 현상과 힌두 민족주의가 발호하는 현상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좌절감과 분노를 분출하기 위해 종교쪽으로 돌아선다. 빈곤의 심화와 분노의 증대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그것은 종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종교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가 있다.


파키스탄과의 갈등도 원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자국 내부의 목적을 위해 국경 긴장을 이용해 왔다. 파키스탄의 군부 독재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자국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인도 정부는 힌두 원리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파키스탄을 악마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적 단결을 도모하고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과 영혼 속에서 무슬림은 우리의 일부이며 따라서 사랑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도는 깨달아야 한다.


이번 폭력사태와 2주 전 당신이 체험한 상황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사회에 공포감이 감돌고 있다. 대법원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게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집단적 광기는 많은 사람들이 생계수단을 박탈당하는 상황과 연관돼 있다. 인프라를 민영화한다는 것은 일반대중을 위한 공적 자산을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