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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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모계 전승, 속박과 연대의 두 얼굴



질긴 매듭은 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쓴 단편집이다.

배미주, 정보라, 길상효, 구한나리, 오정연. 이름만 들어도 장르와 문학적 개성이 확연히 다른 다섯 작가분들이 모여, 하나의 화두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화두는 바로 모계 전승이다. 모계 전승이라는 말은 단순히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혈연적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대를 가로질러 전해지는 고통이자 억압이고, 동시에 연대이자 생존의 힘이다.

그래서 이 단편집을 읽다 보면, 모녀 관계의 굴레와 애증을 넘어, 더 넓은 사회 속에서 억눌리고 지워진 존재들이 함께 겹쳐진다.


​책을 펼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나 역시 엄마의 딸이자, 두 딸을 둔 엄마다.

딸이라는 존재는 내게 기쁨이자 희망이지만, 동시에 불안과 책임을 안겨주는 이름이기도 하다.

질긴 매듭 속 인물들이 직면한 고통과 전승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리게 된다.

내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어질지도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은 결국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어떤 서사는 환상적이고 미래적인 장면을 끌어오고, 또 다른 서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차별과 폭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것은 ‘대물림’이다. 전해지는 것은 꼭 물질적인 유산만이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편견, 무심코 건네진 상처, 사회 구조 속에 내재된 차별 역시 고스란히 전승된다. 그 질긴 매듭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때로는 목을 죄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절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고통과 차별의 계승을 직시하면서도, 그 굴레를 끊기 위한 몸부림과 다른 형태로의 전승을 보여준다.

인물들은 때로는 매듭을 거부하고, 때로는 그것을 새롭게 엮어내며, 때로는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간다.

그 다채로운 결말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순간, 이미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전복이 일어난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이 단편집이 단순히 여성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서사를 중심에 두되, 거기에서 파생되는 소수자, 노동자, 폭력의 희생자, 진화 속에서 스러져가는 존재 등 사회적 약자들이 포착된다.

다수의 질서 속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된 이들이 오히려 서사의 중심에 서며, 강렬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것은 단순히 모계 전승의 이야기라기보다, 인간 존재가 겪는 억압과 그것을 넘어서는 연대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작가님들의 개성도 책의 매력이다.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환상적 상상력, 배미주 작가님의 세밀한 심리 묘사,

길상효 작가님의 현실 비판적 시선, 구한나리 작가님의 사회적 문제의식, 오정연 작가님의 감각적인 문장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큰 그림처럼 읽히는 이유는, 같은 화두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다시금 두 딸을 생각한다. 나는 어떤 매듭을 이어주게 될까. 혹은 내가 무심히 묶어둔 매듭을 아이들이 힘겹게 풀어야 하는 건 아닐까....

질긴 매듭은 부모로서, 특히 딸을 둔 부모로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이 책은 이야기가 지닌 힘을 새삼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구할 것이다.

고통을 기록하고, 억압을 드러내며,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이야기의 힘. 질긴 매듭은 그 힘을 믿는 다섯 작가들의 선언이자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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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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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다시 태어난 조선의 지도

- 학생부터 연구자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민담, 설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종종 조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특정 지역들과 강하게 맞물려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지역의 옛 지명이나 산 이름, 하천 이름을 확인하려고 하면 지금과 다른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이전의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 개발로 인해 산줄기나 지형 자체가 달라져서 자료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울 때도 있다.


얼마 전에도 한 지역의 전설을 조사하는데 계속 옛 지명이 나와서,

인터넷으로 옛 지도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대동여지도를 직접 구해 살펴본 적이 있다.

한자로 되어 있어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계속 검색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찾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했다.

동시에, 옛 이야기를 다루려면 지도 자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바로 그때 '한글 대동여지도'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지명이 한글로 번역된 버전이라는 점에서 운명처럼 느껴졌다.


책의 구성도 굉장히 좋았다, 종이가 두껍고 질이 좋은 점도 장점이 었지만,

가장 중요한 지도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었고, 각 지역별로 위치나 설명, 보는 방법, 기호 같은 것들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대동여지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따라 볼 수 있었다.



책은 단순히 지도를 인쇄한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떼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덕분에 특정 지역만 따로 펼쳐서 참고할 수도 있고, 모든 장을 붙여서 전도처럼 넓게 펼쳐볼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접어서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뛰어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직접 색칠을 해보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었다.

산줄기와 강줄기, 도로와 지명을 구분해서 채색하다 보면 공간 구조가 눈에 더 확실하게 들어온다.

그냥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공부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지리학적 도구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즐겨 보는 방송 비제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각 지역의 전설이나 괴담을 조사할 때, 이 지도에 직접 표시해 나간다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멋진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지명이 나란히 놓인 상태에서, 전설이 깃든 장소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명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는 김정호라는 지리학자의 업적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처럼 민속과 전설을 조사하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또 지리에 관심 있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펼쳐보면서 어릴 적 사회과부도책을 들여다보며 지리를 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조선의 지명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산과 강의 흐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은 마치 예전의 공부와 놀이가 다시 겹쳐지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오늘 우리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도구로 거듭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와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 우리 땅의 옛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유용할 책이다.

집에 한 권쯤 두고 두고 펼쳐보며 옛 지명과 오늘의 공간을 이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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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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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현대적으로 다시 불려오다

- 6인 6색으로 펼쳐낸 한국 괴이의 풍경



나는 원래도 한국적인 샤머니즘이나 오컬트, 그리고 민담 설화 속 요괴와 괴물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서 봤던 ‘전설의 고향’ 시리즈는 내게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가 담긴 특별한 체험이었다.

그래서 '귀신새 우는 소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거 한국 쪽 이야기 아니야? 란 호기심이 생겼고, 책은 역시 그런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의 색감 자체가 너무너무 괴이하면서도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목과 주제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색감이 아닐 수 없었다고 할까?

책의 표지에서부터 느낌을 꽤 중시하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보이는 강렬한 책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책은 '괴이학회' 소속 여섯 명의 젊은 작가분들이 모여 만든 호러 앤솔러지다.

각각의 단편은 한국 전설과 민담을 바탕으로 쓰였는데, 단순히 옛이야기를 재현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개성과 장르적 색깔을 불어넣어, 친숙한 전설이 현대적 감각의 공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덕분에 읽는 내내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지며, 오래된 전설이 새로운 방식으로 내 앞에 다가오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해서 그 배경들이 현대적이라는 건 아니다. 철저하게 전설의 고향이나 괴담, 민담에 어울리는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져 있다.


앤솔러지의 묘미는 다양한 색깔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도 여섯 편의 단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설을 재해석되며, 6가지의 색다른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류재이 작가님의 '금녀'는 금돼지 전설을 토대로 코즈믹 호러적인 상상력을 덧붙였는데,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기묘한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이지유 작가님의 '여우의 미소'는 살인 사건과 여우누이 전설을 교차시켜 미스터리와 호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무경 작가님의 '웃는 머리'는 창귀 전설을 변주하며, 인간인지 요괴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공포를 보여준다.


이렇듯 각각의 단편이 서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잘 맞는다.

어떤 작품은 분위기만으로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또 다른 작품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공포의 결이 달라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앤솔러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전설의 고향이 2025년에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전설, 민담, 요괴 이야기가 이미 친숙하지만, 작가님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감각과 공포, 긴장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낮에는 그냥 평범한 새소리로 들렸던 '귀신새',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가 스산한 밤이 되면 불안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처럼,

책 속 전설들도 새롭게 변주되면서 나를 낯선 공포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 전설 특유의 음울한 정서와 현대 호러의 장르적 장치가 교차하면서,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문화적 체험’ 같은 느낌을 주었다.


​특히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나 금기, 인간의 욕망과 불안 같은 주제들이 단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덕분에 이야기가 단순히 귀신이 나타나서 무섭다로 끝나지 않고, 공포의 뿌리를 인간과 사회의 내면으로 확장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한국적 공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해외 호러는 익숙해도 한국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룬 호러 앤솔러지는 흔치 않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채워주면서도, 단순히 소재의 차용에 그치지 않고 개성 있는 이야기로 다시 빚어낸다.


​다만 앤솔러지 특성상, 모든 단편이 똑같은 무게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긴장감은 훌륭하지만 마무리가 다소 급하게 느껴졌고, 어떤 작품은 신선한 설정에 비해 결말이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가 오히려 여섯 편을 번갈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에겐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는 원래도 샤머니즘과 오컬트, 요괴와 괴물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 책이 보여준 매력이 몇 배로 크게 느껴졌다.

새로운 요괴 해석이나 민담 속 괴물들의 변주가 무척 흥미로웠고,

앞서 말했다시피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현대적으로 다시 방영된다면 꼭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욱 바라는 점은, 앞으로도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 속 전설과 괴담은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원천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하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전통과 현대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야기를 계속 만나고 싶다.


옛 전설이 오늘의 공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담아낸 단편집.

내가 좋아하던 민담과 괴담의 세계가 현대적 상상력과 결합해 되살아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독서 그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귀에 맴도는 귀신새의 울음소리처럼, 이 책이 남긴 여운은 길고 깊어서 몇 번이나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서 읽어보았다.

전설을 사랑하는 사람, 한국적 공포의 색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호러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분명 매혹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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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캡컷 - 매일매일 쓰는 올인원 AI 매일매일 AI 시리즈 1
민지영.문수민.앤미디어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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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서 영상까지, AI 생성 기능의 매력

- 초보자에게는 입문서, 경험자에게는 정리서



대학교 시절, 디지털 콘텐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시각디자인과 함께 영상 편집도 접한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도 않았고, 영상이라고 해도  UCC 공모전 정도에 활용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특히 영상 쪽은 시각디자인보다도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해서 거리감이 많이 있었다.

과제 때문에 작업을 할 때도 디자인 작업보다는 훨씬 더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영상 편집에 큰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영상 편집은 내게 조금은 먼 분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다시 영상 편집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영상 편집 툴들을 찾아 쓰게 되었다.

프리미어 프로나 애프터 이펙트 같은 전문 프로그램은 확실히 강력했지만, 무겁고 까다로워서 쓰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PC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가볍게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고, 그 끝에 남은 선택지가 바로 필모라와 캡컷이었다.

여러 번의 비교 끝에 결국 캡컷을 유료 결제해 쓰게 되었는데, 사용하면 할수록 간편하면서도 기능이 다양해 이게 내가 찾던 툴이구나 싶었다.


​다만 기능이 워낙 많다 보니, 실제로 활용하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AI 기능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작업에서 AI 이미지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굳이 캡컷 안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두고 왜 바깥에서만 AI를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매일매일 쓰는 올인원 AI - AI 캡컷'이다.



이 책은 이름 그대로 AI 기능을 포함한 캡컷의 활용법을 올인원으로 담아내고 있다.

캡컷을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도가 다소 낮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딱 알맞은 구성이었다.

특히 프롬프트를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AI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마다 프롬프트 작성의 까다로움을 체감해 왔는데,

이 책은 캡컷 안에서 그 과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실제 작업과 연결되는 활용법이 많아서 좋았다.

최근 들어 내가 쇼츠 작업을 자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참고하면서 훨씬 다양한 연출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영상 편집을 잘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고, AI를 곁들여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이 책이 말하는 AI 편집 기능들이 캡컷의 기능을 전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캡컷 안에서 직접 촬영하지 않고도 AI를 활용해 영상의 빈틈을 메우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초보자에게는 입문서로,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도구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캡컷이라는 툴 자체가 업데이트가 빠르고, 새로운 기능이 계속 추가되다 보니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영상 제작을 직업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수많은 컨텐츠가 쏟아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영상 편집을 접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은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영상 편집이 이제는 손쉽게,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즐겁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나 역시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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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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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와 창작의 상상력

- 낯익은 얼굴과의 마주침, 흔들리는 현실



박대겸 작가님의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는 제목부터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모든 세계"라는 말이 암시하는 거대한 스케일과 동시에 "하나였다"라는 문장이 전하는 단순함이 묘하게 충돌하면서, 책을 열기 전부터 이 소설이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들죠.



소설의 시작은 의외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그 속에 소설가 박대겸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곧 낯익은 복장을 한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으면 이 만남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게 되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구성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출판 원고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또 다른 순간에는 탐정 ‘에른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톤으로 바꿔버립니다.

작가님은 장르의 문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도 비틀어내는데, 그 과정이 매우 유쾌합니다. 마치 독자가 소설의 울타리를 벗어나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소설에 탐정이 등장하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도 완전히 픽션이 된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을 보여줍니다. 소설은 결국 허구라는 사실, 그러나 허구를 믿는 순간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이 대목에서 박대겸이라는 작가는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를 유희의 장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평행우주라는 설정은 작품에 한층 더 넓은 상상력을 불어넣습니다.

내가 창조한 소설가 박대겸이 또 다른 세계 어딘가에서 진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발상은, 단순히 흥미로움을 넘어서 창작 행위 자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 책은 작가와 작품, 독자와 세계가 서로 맞물리며 무한히 확장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설인 셈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무겁게 들릴 수 있는 주제들을 작가가 경쾌한 리듬과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웃음을 터뜨리며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문득 깊은 질문 앞에 서기도 합니다.

이 균형감각 덕분에 책은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읽히면서도 여운을 오래 남깁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하나의 소설을 읽는 경험을 넘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가 믿는 세계의 경계를 슬며시 흔들어놓는 이 작품은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해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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