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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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한글로 다시 태어난 조선의 지도

- 학생부터 연구자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책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나의 취향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민담, 설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종종 조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특정 지역들과 강하게 맞물려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지역의 옛 지명이나 산 이름, 하천 이름을 확인하려고 하면 지금과 다른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 이전의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고,

또 개발로 인해 산줄기나 지형 자체가 달라져서 자료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울 때도 있다.


얼마 전에도 한 지역의 전설을 조사하는데 계속 옛 지명이 나와서,

인터넷으로 옛 지도들을 찾아보다가 결국 대동여지도를 직접 구해 살펴본 적이 있다.

한자로 되어 있어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계속 검색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찾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때의 성취감은 상당했다.

동시에, 옛 이야기를 다루려면 지도 자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바로 그때 '한글 대동여지도'가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지명이 한글로 번역된 버전이라는 점에서 운명처럼 느껴졌다.


책의 구성도 굉장히 좋았다, 종이가 두껍고 질이 좋은 점도 장점이 었지만,

가장 중요한 지도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었고, 각 지역별로 위치나 설명, 보는 방법, 기호 같은 것들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대동여지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따라 볼 수 있었다.



책은 단순히 지도를 인쇄한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떼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덕분에 특정 지역만 따로 펼쳐서 참고할 수도 있고, 모든 장을 붙여서 전도처럼 넓게 펼쳐볼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접어서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뛰어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직접 색칠을 해보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부분이었다.

산줄기와 강줄기, 도로와 지명을 구분해서 채색하다 보면 공간 구조가 눈에 더 확실하게 들어온다.

그냥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공부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지리학적 도구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즐겨 보는 방송 비제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각 지역의 전설이나 괴담을 조사할 때, 이 지도에 직접 표시해 나간다면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멋진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지명이 나란히 놓인 상태에서, 전설이 깃든 장소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명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는 김정호라는 지리학자의 업적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나처럼 민속과 전설을 조사하는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도구가 된다.

또 지리에 관심 있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펼쳐보면서 어릴 적 사회과부도책을 들여다보며 지리를 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조선의 지명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산과 강의 흐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은 마치 예전의 공부와 놀이가 다시 겹쳐지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오늘 우리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도구로 거듭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와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 우리 땅의 옛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유용할 책이다.

집에 한 권쯤 두고 두고 펼쳐보며 옛 지명과 오늘의 공간을 이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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