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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단에 뽑혀서 읽게된 책...
처음 제목만 보고 든 생각은 '난 사형감이군...'
이 책은 노희경과 주변 사람들간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책의 첫머리의 글...
나에 대한 보호본능...상처받을까봐...내가 더 다칠까봐 두려운 마음에 주저주저하던 나날들..
저 글귀를 읽고 순간 뜨끔했다. 상처받고 다치고 뭉개져도 그 순간만큼은 죽도록 사랑해야
나중에 내 인생에 후회가 없겠지....?모르겠다. 아직도 난 보호본능이라는 껍질안에서 부유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는 나의 열정을
쓰다듬어 준다.
남의 상처는 별거아니라
냉정히 말하며
내 상처는 늘 별거라고
하는, 우리들의 이기.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할 때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깨질까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린, 어리석게 외롭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어찌나 많던지...뻔하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진실이지만,
망각하며 살아가는...난 그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남에게 주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것일까...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내 가슴을 뭉근하게 해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