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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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뭔가 말해줘"하고 미도리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무슨 이야기?"

"뭐라도 좋아. 내 기분이 좋아질 만한 것."

"너무 사랑스러워."

"미도리"하고 그녀가 말했다. "이름을 불러줘."

"너무 사랑스러워, 미도리"하고 나는 고쳐 말했다.

"너무라니 얼마만큼?"

"산이 무너져 바다가 메워질만큼 사랑스러워."

미도리는 얼굴을 들더니 나를 보았다.

"자긴 정말 표현 방법이 아주 독특한걸."

"네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흐뭇한데."하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더 멋진 말을 해줘."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철의 곰만큼"

"봄철의 곰?"하고 미도리가 또 얼굴을 들었다.

"그게 무슨말이야, 봄철의 곰이라니?"

"봄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하지, 저쪽에서 벨벳같이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똘망똘망한 새끼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하겠어요?'하고.그래서 너와
새끼곰은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네가 좋아."







그런식으로 고민하지 말아요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입을 땐 상처를 입게되요.
인생이란 그런 거에요.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당신도 그런 인생살이를 슬슬 배워도
좋을 무렵이에요. 당신은 때때로 인생을 지나치게 자기 방식으로만
끌어들이려고 해요. 정신 병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좀 더 마음을
열고 인생의 흐름에 내 몸을 맡겨봐요.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한
여자도 때로는 산다는게 근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구요.
정말이에요, 이건! 그러니 당신도 더욱 더 행복해져야 해요.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해요.



우리는(정상인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다 포함한 총칭)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야.
자로 길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서 은행예금처럼
빡빡하게 살아 나갈 순 없어, 안그래?
-상실의 시대 中-



2006년도에 읽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하면 상실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안읽어본 사람이 없는 책...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사실 조금 실망감도 들었었다.
오히려 하루키의 다른 책들에 비해 조금 모자른다는 생각도...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무언가 생각하게된다. 10대에 읽었던 느낌과 20대가 되서 
읽는 지금의 느낌....
특유의 건조하면서 멍하니 꿈꾸는듯한 필체로 삼각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각자의 시점에 따라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고...
왠지모르게 슬퍼지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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