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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마음
이토 히로미 지음, 나지윤 옮김 / 책비 / 2015년 10월
평점 :
잔잔한 성장영화를 한 편 본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때 '개의 마음?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 개의 시선에서 주인과의 생활을 담은 책인가?' 생각했다. 저자인 이토 히로미는 반려견 다케와의 첫 만남부터 사랑하는 다케를 떠나보내기까지의 내용을 잔잔하게 풀어냈다.
애견가는 아니지만, 중학생 시절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키웠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땐 나밖에 모르고, 세상에서 나 혼자 가장 힘들고 외롭고 우울하다고 생각하던, 중2병이 한창 폭발하던 시기였다. 그때 만났던 요크셔테리어 '도끼'에게 잘 못해준 것이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죄의식으로 남아있다.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웠다. 나는 왜 도끼에게 저자와 같은 사랑을 주지 못했을까,그래도 이뻐하긴 했는데 도끼도 내 맘을 알아주었을까? 내가 학교를 갈 때마다 문 안에서 낑낑거리며 빨리 돌아오라는 눈빛을 보내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나밖에 몰랐다. 날 엄마처럼 따르던 애완견을 악세사리처럼, 한 번 가지고 놀다 팽겨치는 인형취급을 했던 것같다.(정말 나쁜년이었다.)
이 업보(?)가 아직도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가끔 꿈에도 나타나고 잊을 만하면 문득 떠올라서
가슴 한 구석이 휑하고 저릿저릿하다.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이래서 사람은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고 하는 것인가... 아무튼 애견을 가지고 있는 주인들은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술술 읽히는 그런 책.
저자는 병든 아버지와 강아지 다케를 오버랩시켜 글 중간중간 등장시킨다. 늙고 힘없고 무기력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다케에게서 늙고 지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저자의 병든 아버지 대목이 나올 때 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큰 키를 가진 아빠는 늘 언제나 커다랗고, 무슨 일이든 척척해내는 슈퍼맨이었다. 늘 아빠는 내 곁에 있을 것이라는, 늙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에 한 번씩 내려갈때마다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듯한 모습은 내심 충격이었다. 아빠도 언젠가는 늙고 지쳐서 내 곁을 떠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막막함
아무튼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