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늘 불안한 마음,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읽는 동안 친구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

친구와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두런두런 고민을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에 빠진 혹은 빠졌던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소소한 필체로 풀어놓고 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미 몇 번이고 스스로의 규칙을 깨는 요즘.

이 문자에 대답이 없으면 포기하자.

다음 주말에도 못 만나면 깨끗하게 포기하자.

 

 

......

방금 한 결심조차 끊임없이 무너진다.

도대체 어디서 포기할 거지, 난?

한계선을 아는 것이 두렵지만, 살짝 보고 싶기도 한 자학적 쾌락.

끝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랑은 이미 완벽하게 끝난 사랑이었다.

 

 

.....

아 전화하지 말걸. 이젠 절대 내가 먼저 전화 안 해.

하지만 그런 맹세는 늘 간단하게 깨져버리지.

 

 

 

....

고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가 정한 거야?

되든 안 되든 해보라고?

아니, 운에 맡기듯이 고백하지 않아.

사랑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는 않아.

 

 

....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마지막에 붙어있는 '!'에 살짝 성의가 느껴지지 않아? 그는 내게만 '!'를 붙였는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작은 것에도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랑인 것이다.

 

 

 

 

'먼저 좋아하는 쪽이,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다'라는 말의 표현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을

이 문장만큼 더 잘 표현할 문장이 있을까? 사소한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고, 오늘은 나를 바라봐주지 않을까 한없이 기대하게 되는 마음. 마스다 미리는 그런 사랑에 빠진 소소한 여자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고 있다. 물론 책에 나오는 모든 에피소드에 공감하지는 못했다. 여자가 있는 남자와 알면서도 사귀는 사이가 된다던가, 나보다 어린 여성이 아닌 연상의 여자에게 남자를 빼앗기면 억울하다던가, 늘 언제든 남자가 부르면 나갈 수 있는 스탠바이하고 있는 자세라던가...누구가의 세컨드, 불륜인 상대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경험한 적도 없고, 그다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나의 과거를 탕감해주었으니까.

조금도 인기가 없었던, 과거의 나. 하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어 이렇게

멋있는 남자와 사귈 기회가 찾아왔다. 비록 영순위는 되지 못하더라도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 기분.

핸드백에서 콤팩트를 꺼내 파운데이션을 살짝 덧바른다.

그 눈동자에는 새로운 자신감이 숨 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특히 이 부분... 뭔가 남자에게 사랑받고, 관심받을 때만이 자존감이 상승하는 부류의 여성인 것일까?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식의 자존감 상승방법은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진짜 자존감 상승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더 상처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p59의 내용은 아주 오래전 내 일기장 속 내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짝사랑의 마음을 잘 표현한 내용이 있었다. 혼자 괴로워하고 혼자 슬퍼하고...혹시 이런 날 귀찮아 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을 건내야할까, 이 정도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겠지 등등...정작 그 사람은 알아주지도 않는 천길 낭떠러지같은 마음.

 

 

*

 

 

p69역시 공감하면서 읽었다. 제어할 수 없는 마음, '설마 내가 지금 저 남자를 좋아하고 있는건가?' 정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사랑의 감정.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빠져버리는 감정. 이 감정을 알아차렸을 때의 당혹감과 낭패감 동시에 고개를 쳐드는 설렘.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했을 때는 이미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

 

여자에게는 각자 '약한' 말이 있어서, 듣는 순간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니었던 남자가 연애대상으로 승격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특별히 유횩하려고 하는 말도 아니고, 나 혼자 멋대로 유혹당하는 것뿐!

 

얼마 전에 겪은 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공감했던 부분! 연애대상으로 생각도 안했던 연하의 남자가 내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음료를 사올 때나 무슨 일을 할때 무심한 듯 시크하게 챙겨줬을 때! 심장이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했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고 다시 원상복귀 되었지만 말이다.

 

 

 

*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는 것만큼이나 그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 순간의 쓸쓸한 마음으로 로맨틱한 이별의 경험을 가질 기회를 놓쳐버려 후회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별. 어떻게 해야 좋은 이별이 되는 것일까? 

 

 

 

*

 

단순하게 가진 마음 그대로 좋아해, 좋아해 하고 돌진하는 사랑. 불필요한 밀당따위 없는 순수한 마음 그 자체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는 모양이다.

 

 

 

*

20대 후반이 넘어가면 늘 듣는 결혼문제. 내게 필요한 사람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이 사이에서 소소하게 사랑의 감정을 싹트우며 살고있다는 저자. 백금반지 같은 것은 없어도 내 사랑엔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저자. 왜 늘 연애의 유효기간을 정해두고 살아야하는 걸까? 언제부턴 결혼을 하는거야 시작, 땅!...결혼이든 뭐든 생각않고 그 순간에 집중하는 그런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하나하나에 내 감정의 최선을 다하는 연애.

 

 

불안한 마음도 질투하는 마음도 야속한 마음도 모두 사랑의 형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 개의 사랑의 얼굴을 친구에게 털어놓듯이 소소하게 풀어내는 책. 가벼운 마음으로 잡아들었지만, 어느 새 내 사랑의 얼굴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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