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공주 그림책이 참 좋아 8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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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과 밝은 내용만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이 책은 어른들의 싸움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는 아이에 대해 그리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을 알아보고 잘 따른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아이들의 감정을 읽지 않고, 무작정 쏟아내면 그때부터는 좋은 의도가 퇴색되고 만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고 따뜻한 말로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님의 싸움에 마음이 아파서 블록으로 마음의 벽을 쌓아가는 공주. 벽을 너무 높이 쌓아서 그 탑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공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울음을 통해 감정을 터뜨리자 부모님들이 달려와서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 나 역시도 부모님이 싸우는 것이 정말 싫었었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그 아이의 우주이자 전부인 존재이다. 아이에게는 부모님의 싸움은 그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그 자신의 우주가 흔들리는 커다란 위협이자 두려움 그 자체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위에는 부모님의 불화 등으로 마음에 병이 생긴 아이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렇게 모르는 척 공주처럼 가슴 속에 묻어두고 끙끙 앓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고름이 되어 터져 나오는 모르는 척 어른들도 많이 있다.

 

부모님이 싸우는 이유가 나 때문일까?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닌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점점 더 마음을 문을 닫아버리는 아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이유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등 모두 상처받고 불안하다는 마음의 표현을 나름의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결국 엄마, 아빠의 따뜻한 관심과 보듬음 일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부부관계가 미치는 영향, 아이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아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온 가족이 같이 읽고 한 번쯤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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