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이라는 말 한 마디에 바로 마우스 클릭 클릭...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감정을 주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을 더듬어 보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이다.

미친짓도 해볼 수 있고, 평소에는 감춰두었던 나를 개방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내 돈으로 부모와 여행을 가는 것으로 또 하나의 인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 앞으로의 인생에도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없다는 것은 먼 미래, 아이와 둘이 여행하는 일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이와 여행을 하는 부모의 기분을 지금의 엄마를 보면 상상할 수 있다.

'부모란 이런 식으로 기뻐하는구나'

나를 여행에 데려가 줄 자식은 없지만, 엄마와 여행을 함으로써 '부모' 유사 체험을 한다.

내가 내 자식과 여행을 한다면 분명 지금의 우리 엄마와 비슷한 느낌으로 기뻐할 것같다.

다른 인생을 상상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13p-

 

몇 년전 부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분을 본 적이 있다. 지도를 펴들고 딸과 함께 이곳은 어떨까 어디선 무엇을 먹을까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엄마랑 둘이서 여행을 가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록 작가는 자신의 엄마를 통해서 유사 체험(?)을 한다해도 실제로 겪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고, 어쩌면 평생가도 그 기분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도 자식을 낳을 거라는 생각은 막연하게 안하고 있기에 작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다른 인생, 다른 차원 속의 나는 엄마와 여행을 하고 있을까 또 다른 내 자식과 여행을 하고 있을까...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러다 문득 진지한 얼굴로, "이제 가나자와에 올 일도 없을 지 모르겠네." 하고 중얼거렸다.

무심결에 나온 말이어서 갑자기 울 뻔했다.

엄마는 올해 예순여덟 살이다. 그런 대사를 읊을 때가 되었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아직 한참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엄마와 헤어질 날이 온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15p-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영원의 존재로 느껴진다. 늘 내 옆에 있고, 내가 힘들 때마다 달려와주는...문득 엄마가 내 곁에 없다면?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한다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엄마 없으면 나는 어떻게해' ...

나란 자식은 끝까지 이기적이다. 엄마가 없을 때 좌절하고 상실할 내 감정이 감당이 안되서 '엄마 없으면 난 어떻게 해' 라는 생각부터 든다.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은 영원히 엄마앞에서는 이기적인 아동이 되나보다. 좀 더 늦기전에 엄마랑 손붙들고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고 싶어졌다.

 

 

제일 부러웠던 파트는 핀란드 여행부분...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는 핀란드에 가보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는 의외로 핀란드 여행이 활발해서 핀에어가 직항으로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몇 년전에 들었던 것같은데, 역시나 작가의 여행기에도 빠지지 않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눈의 여왕, 무민, 산타마을...왠지모르게 북유럽으로 가면 나도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패키지 여행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나, 이 마저도 너무 부럽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디라도 떠나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서 더 갑갑함을 느낀다.

 

 

 

여행에는 실수가 따르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포기가 되지 않았따. 대체 어떤 요리였을까.

-86p-

 

 

 

여행을 가게되면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 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후회없이 다 해보려고 노력하는 주의이다. 여행하면 먹는 즐거움 또한 놓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 나도 친구와 함께 여행하다가 가격의 문제로 먹지 못했던 지역 특색 음식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것을 보면 작가도 꽤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문체로 쉽게쉽게 넘겨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다. 갓 고등학생 티를 벗고 20대가 되어 자유롭게 떠돌고 싶던 마음에 무작정 학교를 휴학해 놓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가끔 여행은 하지만 그때의 기분과 그때의 감정은 다시 들지는 않는다. 정해진 때가 되면 떠나고 싶어서 늘 끙끙 앓았었는데, 이젠 그런 기분도 들지 않고 뭔가 쩌든(?)기분만 든다. 나이도 있고, 여러가지로 발목을 잡는 일들이 많기에 생각할 것이 많아서 인가...'잠깐 저기까지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을 먹기란 나이가 들수록 쉽지가 않다. 마스다 미리의 여행은 특별할 것은 없다. 읽다보면 우리가, 내 친구가 하는 여행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냥 잠깐 저기까지만 다녀와보자 하는 마음가짐일까. 머리 터지도록 외울 지식도, 준비해야하는 면접도, 과제도, 고민도 넘쳐나는 때 한번쯤은 다 훌훌 털어버리러 떠나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든다. 잊고 있던 여행에의 열망이 슬금슬금 고개를 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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