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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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모르게 클릭을 했다. 청춘파산... 아직 책장을 펼치지도 않았으나 왠지모르게 공감되며 서글퍼지는 한마디로 웃픈 문장이다. 사업에 실패한 엄마의 빚을 떠안은 30대 중반 이 시대를 어찌어찌 살아나가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혹은 이 시대를 어찌어찌 버텨나가는 사람들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할아버지께서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며 人主라고 지은 이름이 구청직원의 실수로 '주인 주'가 아닌 '拄 버틸 주'로 호적상에 올라간 이름덕분인지 지금까지 어찌어찌 버텨나가는 인생이었다고 말하는 여자. 카페알바, 가발가게 알바, 학원알바, 시험 스태프 알바 등등 이 시대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쳤을 일들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책 속에 내가 했었던 아르바이트 일들도 나오고, 내가 가장 이쁜 나이인 20대 초반을 보낸 장소도 나오고...여러모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 세대의 이야기라 조금 공감하며 웃픈마음을 안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나는 잠깐 봉지 넣기를 멈추고 조금 전에 기사 아저씨가 한 말을 곱씹는다. 20대가 가장 시간이 안 가는 거야. 지나고 나니 청룡열차를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놓아 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 주진 않았다.-175p

 

이 부분을 읽을 때 나의 10대후반,20대 초반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때는 왜 그리 시간이 안가는 것같고 지루하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했는지...주인공의 생각처럼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뭘 해야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는 상황에 그냥 벗어나고만 싶었었다.

 

 

길에도 표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일까. 아니면 내게서 그 길들이, 길들의 표정이 잊힌 걸까. 그렇다면 추억이 깃든 길을 지날 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건 왜일까. 길은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잊어도 길은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발 밑에서 나를 잡아당기며 말을 거는 것이 아닐까.-182p

내가 예전에 여행했던 사진들을 돌아보며 느끼는 감정, 그 때 그 장소를 지나가며 느끼는 감정들이 왠지 여기서 표현된 것처럼 길들의 표정을 읽고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찌어찌 살아지는 인생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우리들의 오늘이 살아남는 날보다 살아있는 날이길' 이라고 말한 시팔이 하상욱 씨의 글귀가 떠오른다. 무겁고 우울한 주제이지만, 내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 웃프지만 맞는 말이라 수긍하고 싶지 않아도 수긍해야하는 이야기. 언젠가는 청춘파산이 아니라 청춘예찬이라는 말에 더 공감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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