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인지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하나의 생각이다. 체험 중인 것과 관련해 의식에 일어나는 생각이다. 일종의 내적 담화, 즉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방식이다. (중략)

인지는 일종의 내적 독백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따금 '자동 언어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두려운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인지는 반사적으로 신속하게 전개된다. 마치 주제에 따라 '준비된 생각'을 말하는 듯하다. 인지는 가설적 평가가 아니라 사실임 직한 것이다. 이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의식에 남는다. 인지 작용은 무의지적이고 자동적인 것이어서 주체의 판단이 필요없다. 인지 내용은 사고의 배경음처럼 주체의 정신 속에서 잘 구별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인지는 반복된다. 말하자면 사실에 의해 부인된 인식이라도 매번 의식에 다시 자리 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결국 어떤 상황에 반응하는 사고의 방식을 특정짓는 것이 된다. 따라서 이것을 바꾸려면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82p

 

 

 

 

얼마 전 중요한 면접을 개똥같이 망치고 이불 옆차기를 하며 '내가 왜 그랬을까....아 쪽팔려...왜 그딴 소리를 지껄였을까...왜 흑역사를 썼을까'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보내고 있다. 정작 면접관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말이다. 사실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꿀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면접같은 중요한 자리에가면 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동안 잊었던 감각들을 되찾으면서 자기들끼리 웅성웅성거리는 기분이 든다. 면접관들이 뭐라고 하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손은 부들부들 떨려오며 종이를 넘기는 소리, 똑딱똑딱 시침이 돌아가는 소리, 달칵달칵 볼펜소리, 침넘기는 소리 등 주변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나는 점점 더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가빠온다. 준비를 그렇게 많이 했으나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해야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병신같은 소리만 지껄일 수 밖에 없었다. 예전의 실패의 기억으로 인해 머릿속에 쇄도하는 생각들이 나를 자연스럽게 공황상태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사회 불안을 유발하는 4가지 상황 : 단점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비밀이 탄로 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부분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단점과 부족산 지성과 교양, 흥미로운 화제의 결핍, 여유부족, 자연스러움의 결핍 등을 남들이 알아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사회 불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발견된다. 사회적 불안...이렇게 단어를 보면 뭔가 거창하고 거대할 것같은 느낌인데 사실 위에 내가 예로든 나의 흑역사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남들을 대할 때 흔히 자신들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다.

 

 

 

(이 책을 읽다가 요즘 보고 있는 마이매드펫다이어리라는 영드를 보다가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캡쳐해봄)

 

 

 

 

 

 

 

 

 

 

 

 

 

 

 

 

 

 

 

 

 

 

 

 

아치는 게이이지만 자신이 게이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덮어쓴다. 클로이는 핫하고 멋진 소녀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내가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면 어쩌지, 더 이상 핫걸이 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우리는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살아간다. 내가 생각하는 나도 내 자신이고 타인이 바라보는 나도 내 자신인데, 늘 이 시선에 대해 심각하게 신경을 쓰다보면, 결국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지고는 한다. 타인의 비판에 대해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상처받지는 않을까...평가에 대한 두려움.타인의 평가는 그저 평가일뿐인데 늘 이것에 목을 맨다.

 

많은 연구자는 사회 불안을 평가 불안과 유사한 것으로 본다. 남한테 평가받는 모든 상황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때로는 공포심마저 불러일으킨다. 필기시험을 보더라도 몹시 불안해하는 학생의 경우가 그렇다. 엄밀히 말해 이는 사회 불안보다는 평가에 대한 불안에 가깝다. 이 같은 학생은 구술시험에서도 몹시 불안해할 것이다. 이때는 남의 시선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 불안으로 인해 평가 불안이 두배로 증가한다. -43p

 

나의 경우의 '미리 도망치기'는 의도적인 자조적 유머사용.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쓸떼없는 말을 우왕좌왕 지껄이고는 한다. 타인과 접촉할 수 있게 하면서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방지하고 모든 비판적 판단을 교묘히 피할 수 있게 하는 방법...뒤따라오지 못하게 주제를 흩뜨려 놓아 자신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러한 것들이 사회적 공포에 대한 나의 대처방법이었다니...

 



 

 

 

 학교에서 제일 멋진 훈남인 핀과 사귀는 레이는 자기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감 제로의 소녀.

180키의 거구의 몸매인 자기 자신을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왜 자신과 핀이 사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핀과 사귀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부정하게 된다.



(그나저나...핀이랑 키스라니...부럽구나...레이를 보면 예전의 내 모습이 보이는 것같아서 짠하다. 그냥 너라서 좋다는 말...나한테 이런 소리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텐데...)

 

사회 불안은 대체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부정적인 시각과 연관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존재 방식이나 행동에서 적당하지 않은 점을 찾아낸다. 이어서 이 부정적인 요소에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하고 과장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자신을 평가 절하하고, 단정적이고 일반회된 판단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 자신감은 실제적인 능력이나 추정되는 능력에 스스로 가하는 판단 전체에 해당된다. 낮은 자신감은 많은 심리 장애의 온상이 된다. 그중 첫번째로 꼽히는 장애는 우울증이다. 사회 불안 역시 낮은 자신감과 매우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략) 종종 외부의 의견은 사회 불안이 있는 사람의 의견보다 풜씬 덜 부정적이지만 그는 남의 의견을 거의 듣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다. 반대로 외부의 의견을 자신에 대한 동정이나 호의로 여기며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특징은 아직 격려의 말이 접근할 수 있는 온건한 형태의 불안과 긍정적인 말에 훨씬 더 폐쇄적인 심각한 형태의 불안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86p

 





레이의 문제와 직면하는 방법은 핀과 헤어지기 그리고 뻑킹외모지상주의에 불질러버리기(그래도 핀이랑은 헤어지면 안돼 이것아!!!!!ㅜㅜㅜㅜㅜ)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순간-37p 에 해당되는 수많은 예시들 중 한 사례에 해당하는 레이의 공포증

 

 

 

Part 4 에서는 앞에서 설명했던 모든 상황들에 대한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노출기법, 자기주장의 기술, 생각전환법


생각을 수정하는 방법에는 이전의 생각을 따르지 않는 연습도 필요하다는데, 레이는 두려워하는 순간에 직면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공황상태에 빠져서 아무도 오지않는 장애인용 화장실로 뛰어들어가거나 평범한 물건, 벽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하고는 한다. 말로는 쉬워보이는 생각의 전환법.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

 

 

 

 

그동안의 심리학 연구에서는 오랫동안 오로지 개인적이고 내적인 측면에만 특권을 부여하고 관계적인 측면은 소홀히 다뤄왔다. 우리의 내면은 타인과의 상호 작용으로 기능하는데, 외부와 단절돼서 자신안에서 폐쇄적으로 갇혀 사는 존재인 양 간주해 온 것이다. 혹자는 사회공포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실은 우울증에 걸린 수줍음타는 자들의 이야기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당연히 공황상태나 발작상태가 오면 진정제가 어느정도 도움을 주니까 당연히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제가 미치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하다니...흔히 사용하는 진정제인 벤조디아제핀은 불안의 심리적. 신체적 표시를 감소시키는데 불안에 대한 자각을 줄여주지만 관계를 맺는 태도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약을 끊었을때 불안을 일으키는 리바운드 효과가 있다고...우울증약이든 어떤 약이든 적절한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인지치료는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인지치료.​ '어떻게 피하지 않을 것인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이제는 레이도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뚫고 나와 행복한 10대 소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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