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칸타빌레 - 샛길 여행자의 대한민국 로드 에세이
노동효 지음, 강영도.김영보 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봄이다. 아니다, 봄이 아니다. 봄(watching)에 그치지 않는 욕망이다, 그것은.

 

봄이오면 나는 앓았습니다.

내가 앓았던 이유는 불가능한 욕망을 가졌기 때문이었지요

민들레 풀씨들이 햇살바른 길들을 따라 내려앉고,

뽀얀 달빝속에서 꽃들은 마지막 봉오리를 벗었습니다.

푸른 자전거를 타고 가로수 아래를 지나갈 때면

처녀의 젖꼭지를 얇게 썰어놓은듯한 벚꽃,

그 꽃잎들이 내 입술위에 내려앉곤 했습니다. 이 모든것들의 총체인 당신,

봄이라는 '계절'과

 

 

봄과 수정하는 방법

식물의 눈bud과 눈eye이 마주칠때

 

 

 

나는 한낱 동물에 불과했으므로 그것은 언제나 불가능에 대한 욕망이었다....

150만원 월급으로 따라하는 10억제테크와 400만원으로 2억만든 젊은 부자의 부동산 경매 투자일기 등 불가능할 듯한 욕망을 이루는 수많은 방법들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세상 어디에도 봄과 수정하는 방법과 같은 책을 구할 수 는 없었다. 풀숲에 앉아 민들레 홀씨들을 후후불며 아무리 골똘히 궁리해봐도 봄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여 봄이 동물이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자 읊조리곤 하였다.

 

-나는 당신을 수정하여, 당신과 수정하고 싶다.

 

봄날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어김없이 버스에서 내리거나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가로수에 기대어 구역질을 하곤 했다. 보도블럭이 새까맣게 물들때까지 많은 침을 흘리며 서있기도 여러번, 벗들은 잦은 술자리와 불규칙한 식사습관 때문일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봄과 수정한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곤 했었다.

 

-R,너는 봄과 수정을 했고, 임신을 한거야. 너는 지금 입덧을 하고 있어.

 

그러나 그런 나의 기대는 언제나 가상임신으로 끝나고 말았다. 다시 봄이 왔다. 나는 남도로 길을 떠났다.

 

 

 

 

봄과 수정하는 법을 몰라 봄만되면 앓았다는 글귀처럼 봄만되면 갑갑하고

늘 불안정한 나도 그 이유때문인가...내가 봄마다 앓는 증세를 이렇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은 처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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