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없는 기분’이란 것이 무엇인지 나도 느껴봤고, 이 글을 보고있는 그 누구나도 한번쯤 스쳐지나갔던 감정 또는 모르고 지나간 감정일 것이다. 막연한,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감정을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때 생각을 한 적있다. 처음에 어떤 내용을 다룬 책일까 궁금했었는데, 어린이책 디자이너에서 만화가로 전직한 작가의 스킬답게 이야기는 담담한 그림체로 쉽고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자 엄마를 평생 고생시켰던 아버지의 고독사를 주제로 30대 여성이 겪은 상실감, 우울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사람들은 자식을 낳아 길러보면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지만 이 기간이 쌓일수록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더 홧병이나고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를 이해하겠지 싶었던 사람으로 저자가 왜 화가나고 눈물만 나던 시간이 많았는지, 이 상실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혼란스러운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같았다. 나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슬픔보다는 알 수 없는 기분이 없는 기분을 저자처럼 느낄 것만같다. 슬프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자식의 도리를 안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이 설명할 수 없는 끈적거리는 검은 타르같은 감정의 덩어리를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미래에 같은 사건을 마주할 나는 과연 어떻게 이것을 풀어나갈까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