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림증
김박은경 지음 / 케포이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시인의 시선에서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바라본 사진 산문집이다. 저자는 자신을 홀리는 것들에 대해 다채롭고, 따뜻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잠 못 이루는 밤 인터넷을 하릴없이 돌아다니다가 본 글귀 하나로 홀림증을 찾게 되었다.

내부의 상처는 외부로 드러난다.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된다.

그러지 말자고 마음먹지만 칼날 쪽만 잡게 된다.

사랑을 받지 못하던 방식으로 사랑하고

믿음을 구하지 못하던 방식으로 믿게 된다.

흉터로 가득한 상처 뒤로 숨어

사라진 통증들을 복기해낸다.

더 센 상처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키려 한다.

그렇다면 어떤 수가 있겠나,

묻고있지만

사진이 많이 담겨있어 지루하지 않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것들이 누군가는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구나 싶어 시인은 역시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져야하는거구나 싶다. 가다, 긋다, 날다, 내다, 닿다 등 목차는 동사로 구성되어있다. 간단한 동사들 안에 담긴 수많은 생각이 가득하다. 

마음이 그은 것들이 너무 많을 때면

앞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P.23

나는 미련이 많은 사람인지라 마음이 먼저 가 닿아 그어놓은 것이 많아 버거운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 문장에 멈춰 한참을 생각했다. 많이 비워내고 거리를 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뒤돌아보면 나는 꽤 많은 것들을 움켜쥐고 있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니 꽤 우리는 많은 것들에 ‘홀려’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산문집이라지만 한편의 시를 읽은 듯한 느낌이다. 잠 못 이루는 밤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을 때, 나를 홀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읽으면 좋을 것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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