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시대의 강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민들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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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와 생각들이 한데 뭉쳐진, 어려움 없이 금방 읽히는 책이었다. 금방 읽히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는 그런 책.


나도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문해력이 낮은 것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이분법적인 사고가 창궐한 현 세태를 꼬집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해력=글을 읽고 쓰는 능력+나와 타자가 속한 맥락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문해력 또는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타인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뇌가 그럴 '용기'를 학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르시즘적으로 계속 자기 이해, 자기 입장에 익숙한 방식에만 


길들여져서 그에 갇혀버리는 폐쇄성에 머무는 것이다


p.54-55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저격하고, 나의 의도만 관철시키려는 태도... 이런 나르시즘적인 행위의 반복은 결국 문해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전 챕터인 '인간으로 지켜야 할 하한선'의 내용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 스스로에게 더 이상 금기를 허용하지 않고 타인을 매도하거나 혐오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도 한몫하지 않나 싶다.


작가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일도 하고 있는데, 그가 법을 공부하며 느꼈던 아이러니함과 거북함을 나 또한 학부시절 느꼈기에 공감이 갔다. 특히 형법을 공부하며 '고의'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웠던 저자의 마음이 이해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형법의 세계에서 인간은 명확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작가가 불명확해도 허용되는 인문학의 세계에 젖어있다가 확실함을 요하는 법의 세계에서 헤맸던 것은 아주 당연하다.


부러움은 갖고 싶지만 지금 나에게 없는 것과 관련있는 반면,


질투는 갖고 있지만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과 관련있다.


p.120


부러움과 질투라는 것은 때로는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불사를 수 있지만, 자칫 대상과 본인의 파멸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최근 이런 경향이 극대화되어 인플루언서가 넘치고 이를 시기 질투하는 세태, 과도한 허영과 사치를 쫓는 세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자책감 또한 중독적인 쾌감을 불러올 수 있다. 


스스로를 꾸짖는 일은 그 자체로 자신이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앎의 쾌감'을 준다.


자책감이 일종의 피학적인 쾌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꾸짖는 자'와 '꾸짖음을 당하는 자'가 


결론은 모두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p.122


나는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다.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이기에 나를 다시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나는 '자책감+더 나아지는 나+객관적으로 나의 단점을 알아차리는 쿨한 나'에 중독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이 자책감도 불쾌한 나의 잘못을 털어버리고 싶다는 욕망일지도 모르겠다. 


'빼앗긴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파트는 서글프게 느끼면서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가성비로 통하는 세상. '시간'이라는 것은 새로운 계급의 격차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극적인 몇 초 광고, '세 줄 요약 좀'이 넘치는 인터넷 세계... 여유는 사치라 생각하고 숨 쉴 틈 없이 쌓는 스펙. 모두 불안함을 내 시간을 써서 무언가로 채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소위 '있는 사람들'은 나를 돌보고 사유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시간은 곧 돈이다. 하나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세상에서 내가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곧 자본으로 연결된다.


...시간 여유가 없는 삶 자체가 우리의 정신구조를 바꾸고


 결국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다. 


그 근원에는 어렸을 적부터 시달려왔던


무한 경쟁, 인생의 모든 걸 스펙으로 평가받는 문화,


촉각을 다투며 성장하고 쉬어야 하는 '습성'이 있다.


p.135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은 생존에 시간을 바치지 않아도 되는 그 어떤 계층에게 간 것일까? 문득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과 맞서는 모모가 떠오른다. 나는 모모처럼 나의 시간을 지킬 수 있을까?


'집단주의라는 압박' 편에서 든 예시(혼밥,혼카페...)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주의와 익명성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내가 자주가는 가게 주인이 나를 아는 척해서 불편한 감정은 나의 경우 그저 조용히 '나 혼자'에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홀로 있음'에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전혀 아니올시다인 사람도 많으니...집단주의의 단면, 단점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초반부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시작 예시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외에도 요즘 시대에 유행하는 사상, 아이템 등을 살펴보며 진짜 그것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작가의 생각이 흥미롭다. 어떤 부분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싶고, 또 어떤 부분은 '아 이건 좀...' 혹은 '맞다! 공감한다!'하며 간만에 즐거운 독서를 한 것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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