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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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래동화와 SF의 만남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흥미를 가진 책이다. 단편들로 구성되어있어 후루룩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것이 어떤 전래동화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무엇이 모티브인지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처음 등장한 '깊고 푸른'은 심청전을 새롭게 각색했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심청이의 만남이 꽤 재미있다. 여기서 심청이는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고 아비와 힘들게 억압받는 동네를 구원한 구원자로 그려진다. 다만 수룡을 만난 후 발전소를 어떻게 고쳤는지, 이전의 인공지능과 어떻게 협상했는지 과정이 생략된 것이 조금 아쉽다. 기승전에서 전이 빠지고 바로 결로 간 것같은 안타까움이랄까? 아무튼 늘 제물이 되거나, 결혼을 해야 신분상승이 가능했던 수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능력캐 소녀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좋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또한 흥미로웠다. 처음에 간이라는 글자만 보고 구미호가 나오는걸까, 첫 배경이 바닷속인 것을 보고 인어공주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온갖 추측을 하며 읽어내려갔다. 여기서 거북이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나온다. 용왕주는 여자로 언제든 간과 다른 기관을 대체하기 위해 본인의 모습을 닮은 복제 클론을 지상 세계 곳곳에 뿌려 육성하고 있다. 브로콜리, 자몽 등 간 해독에 좋은 재료로 먹여가면서 말이다. 코닐리오는 용왕주의 수많은 클론 중 하나이다. 거북이 롤을 맡고 있는 타르타루가에게 코닐리오는 버킷리스트를 다 이루고 나면 순순히 바닷속으로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야구장에서 볼을 훔치고 카지노에서 돈을 따고, 쫓아오는 경찰들을 박살내는 등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를 함께 일으킨다. 그러던 중 코닐리오는 도축되기만을 기다리는 돼지들을 방생하는 일을 하게된다. VR안경을 쓰고 푸른 초원에서 길러진다 착각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돼지와 술이란 것은 들어본적 없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죽으러 바닷 속에 가는 클론인 제 자신이 뭐가 다를까 자조한다. 처음엔 단순히 코닐리오와 버킷리스트 항목을 하나씩 이뤄가며 감정이 생긴 로봇이 소녀를 구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이전에 다른 클론들이 희생하며 소녀에게 알려준 방법으로 용궁주의 몸과 코닐리아의 몸을 해킹이란 방법으로 바꾼다는 설정. 영혼의 해킹방법이 뻔하면서도 재미있다.

'밤의도시'는 어떤 동화가 모티브였을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바로 해와 달이된 오누이...하지만 전혀 색다르게 각색되었다. 세상이 여러가지로 쪼개지고 우주철을 타고 다른 우주로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한 세계, 주인공 럭키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에세이를 쓰기위해 밤의 도시에 방문한다. 금지된 구역을 루시와 함께 탐험하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중간중간 이들 앞에 나타나서 밝게 빛나는 돌을 사가는 호랑이 외계인이 실은 흑막이었다던가, 엄청난 시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게 흘러간다. 인공태양이 망가진 이유는 아주 사소한 이유였다. 무슨 거창한 무언가때문에 로봇시대가 망하고 인공태양이 더 이상 빛나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같은 일도 사실 별것아닌 진실인 경우도 많다. 때로는 이것을 둘러싼 포장이 더 화려해서 그럴듯해보일뿐... 다시 인공태양을 켜겠다는 질문에 루비는 태양을 포기하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부활행성-홍련의 모험'

이번 이야기는 제목에서부터 홍련이 나왔기에 장화홍련이 모티브임을 알 수 있었다. 미래세계 홍련은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선 조종사, 부활행성에서 사라진 언니 장화를 찾아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활행성에는 혼령들이 모인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보러갔던 장화는 행방불명이 된다. 사실은 계모와 그의 오빠의 계략으로 언니가 죽게된 것, 홍련은 정동우라는 인물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해결하고 죽은 언니와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현실세계로 떠나게된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죽은 두 자매의 혼령이 고을 원님에게 억울한 이야기를 하소연하여 제3자가 일을 해결하게되지만, 여기에선 홍련이 시련을 겪고 모든 일을 바로 잡으러 떠난다.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놀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이다. 그리고 그 발상 자체도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다. 흥부는 DO THE SCIENCE 열풍의 주인공. 사실 따지고보면 인플루언서+사기꾼 행각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다. 놀부는 흥부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평생 일만해서 흥부의 학비를 대주고 흥부가 졌던 빚들을 갚아주고, 평생 개미처럼 일만했을뿐인데 희대의 빌런이 되게 된다. DTS열풍이 현 시대 인플루언서와 SNS부자들의 일면을 꼬집고, 흥부의 사이비 행각에 동조하는 세태가 현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다.

개인적으로 전래동화를 각색한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볼만한 소설을 만났다. 독특한 SF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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