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택시
이모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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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추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동물이다.

여행지를 추억하는 방법 중 하나도 '음악'이 아닌가 싶다.

여행지에서 하루종일 귀에 꽂고 듣고 다니던 음악을

사람이 그립고 외로운 날 다시 들으면

그때의 기억, 바람, 햇살 등 여행지에서의 모든 기억과 감각이

오소소돋는 소름처럼 되살아나서

어떻게든 거지같은 삶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고 싶었던 것도 없고, 모든 것이 구름낀 하늘같이

답답하기만 했던 시절

친구 관계도, 학교도 모든 것이 의미없고 부질없어 

지쳤던 십대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단순한 코드진행의 발랄한 멜로디의 펑크락에

마음을 위안받았던 기억이 있다.



까짓것 괜찮아 신경 쓸 것없어 너무 걱정하지마
심각하게 고민하며 생각해봤자 달라질 건 없잖아
긴긴 겨울지나 봄날 오듯이 좀 더 참고 기다려봐
사는 게 힘든 것만은 아냐 언젠가 해 뜰 날이 올거야


게토밤즈의 ok ok라는 곡인데, 가사 자체는 평범하고

멜로디도 전형적인 펑크락 음악이었지만

노래를 듣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때로는 평범하고 단순하다 생각했던 것에도 크게 위안을 받게 된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모티브로 단편을 끄적거렸던 적이 있다.

너무 유치하고 견딜 수 없이 오글거려서 다 지워버렸지만....

이 책은 특정한 단골손님만 받는 특별한 택시 운전사의 시선으로

13개의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추억의 노래와 혹은 상황에 적절한 음악을 통해

위안을 받는 공간인 개인적인 택시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어렸을 때 노래듣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용돈을 받아 소중하게 CD를 하나하나 사 모았던 기억이 있다.
공CD에는 몇 백 곡이나 좋아하던 노래를 담아 소중하게 구웠던 추억도 있다.

노래 한 곡 한 곡이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중하게 들었던 그 기억을 잊고 산 것같다.

노래를 들어도 예전같지 않고, '귀함'이란 감정을 잃어버린 것같다.

나는 '불편한 것'을 좋아한다.
e-book보단 종이책을, 
카톡보단 편지를,
엽서와 우표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런 것을 선호하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역사'를 사랑한다.

모든 것을 쉽게 살 수 있고, 쉽게 취급하는 사회에서
다시 소중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물음에
택시운전사는 다시 '불편함'으로 돌아가보라고 , 어렵게 얻어보라고 조언한다.

나도 다시 시디와 테이프로 듣던 소중한 시절로 돌아가보려고 준비 중이다.



추억은 음악에 숨어 길을 가는 내 앞에 우연히,
혹은 카페에서 멍때리고 있을 때 어딘선가 갑자가 내 앞에 나타나

우르르 감당할 수 없는 기억과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나의 십대시절은 ROCK이 자리했다.
20대는 Jazz가 자리했다.
나와 같은 노래를 듣던 사람들에게는
그 노래에 어떤 추억을 담아놨을까

(여담이지만 만화를 그린 작가분이 나랑 동년배인듯....
노래와 에피소드의 상황이 너무나 내 세대에서 나오는 짬바(?)라서
보면서 '나도 저랬었지, 저 노래를 좋아했었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Every moment spent with you is moment I treasure라는 에어로스미스의 노래가사처럼

힘들고 외로웠을 때 들었던 노래도, 기쁠 때 들었던 노래도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져 지치고 힘들 때 버텨나갈 수 있는 원동력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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