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구 - 4.19혁명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윤태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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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 구절과 같이 우리나라 4월은 바람잘 날이 없었다. 창비에서 출간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 중 하나인 '사일구'를 4월에 읽게 되었다. 이끼,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님이 4.19혁명 편을 맡아서 그렸다니 더 기대가 되었다.


4.19와 이승만하면 나에게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예전에 알라딘 인문학 스터디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과 관련된 강의였을 것이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새파랗게 어린 젊은 학자놈이 그 시대를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느냐, 다 아랫것들이 잘못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다. 누군가에겐 뜻깊은 사건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픈 치욕의 역사가 될 수도 있고, 절망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 날이었다. 윤태호 작가님도 4.19라는 사건을 틀에 박힌 형식으로 풀어내지 않고 '김현용'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통해 풀어낸다.


모든 역사적 사건이 그러하듯 4.19혁명은 그 자체로만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해방공간에서의 좌우 대립, 전쟁 등 일련의 사건이 더하고 더해져서 4.19혁명이라는 사건도 생기게 되었다. 주인공은 '살아남는 것'을 평생의 모토로 삼는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 좌익이니 우익이니, 민주화니 하는 신념들은 모두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살아남는다는 것, 생존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단순히 혁명과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자들의 생각, 당연성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혁명의 변두리에 있어야 했던 사람들, 투쟁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이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억압받다 해방되었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다보니 새삼스레 느끼기 어려웠던 거지. 공기,바람,물,자유처럼."


생존에의 집중, 오로지 살아남는 것에만 집중했던 삶은 동시에 주인공의 삶의 한계를 결정했다. 김현용의 삶을 통해 내가 인지하는 삶, 자유로운 삶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사위인 윤석호가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던 대사는 아마 젊은 세대가 기존의 기성세대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 그대로 사사오입, 3.15부정선거 등을 다큐멘터리처럼 나열한 진행이 아닌, 오히려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살펴본 4.19 혁명이기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고민해볼 수 있게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하는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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