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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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로 코엘류의 <마법의 순간>은 코엘료의 트위터의 글을 엮어놓은 책이다. 트위터는 영어로 새들의 지저귐을 뜻하는 데, 온라인 상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아무 소리나 쨱쨱 거릴 수 있는 곳이다. 트위터는 각 종 홍보와 마켓팅, 시시콜콜한 일상사 수다, 일파만파의  스캔들, 사소한 시비들이 국경도 없이 광속으로 퍼져나가는 장이 된다.

 

그래서 가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란하고 복잡한 시끄러운 트윗의 세계 속에서 몇몇 작가들의 트위터는 '위로, 힐링의 지저귐'이 된다. 그 중 한 명이 파울로 코엘료. 인간이 부족한 존재이기에 늘 자신을 일깨워야 한다는 사실을 코엘료는 트위터에 글로 올리며 다짐한다는데, 그 짧은 글은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거기에다 직접 글을 읽으면서 알맞은 그림을 그렸다는 황중한 카투니스트. 글에 일러스트 역시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는 이 책을 단숨에 읽으라기 보다는 힘들 때, 삶이 힘들 때, 하나 하나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위로가 되 줄 터이니.

 

나에게 위로가 된 문장들.

 

 

"만약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을 사랑한다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타인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당신 삶의 목적이라면, 모두가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 자신만 뺴고 말이지요."

 

 

 

"스스로를 향해 너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당신이 얻는 것은 상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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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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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철학은 관심이 많으나, 건축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이 책이 어렵게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다. 말하기 민망하지만 내가 아는 건축은 건축학 개론의 낭만이 전부였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터. 모두 알다시피 건축학 개론의 건축이 무슨 비중이 있겠느냐. 그저 로맨스 영화인 것을.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 - 건축가 건축 실무자, 학생 - 에게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에서 선택한 철학적 견해들은 현대 상황과 관계가 있는 건축 및 건축 이론 문제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책의 서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서문의 말처럼 건축가, 건축 실무자,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 설계 작업에서 맞닥뜨리는 광범위한 철학적 문제들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 건축가들은 설계 실무에서 마주치는 비례, 공간, 배치, 환경과의 관계, 표현, 의미, 시대 적합성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맥락 안에서 문제를 다루는 기초 지식과 논쟁을 이끌어 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맥락보다 앞서 존재한, 그 맥락을 만들어 낸 철학적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 건축 및 건축 이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철학적 견해들을 순서대로 소개함으로써 각 시대의 사회적 맥락 안에서 건축과 그 배경이 되는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건축은 하루가 달리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녀야 할 의미, 지속성을 바탕에 둔 환경의 가치, 한 사회의 역사를 기록하는 가치,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간을 통해 바라는 바를 기술로 바꾸는 작업이다. 건축가는 건축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삶을 제시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이를 어떻게 담아내느냐 하는 건축가의 작업은 우리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건축가에게 철학은 벽돌을 쌓아 올리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토대와 같으며, 건축물에 대한 존재의 증명이다. 한편 일반인들이 대하는 건축에서의 철학은 건축과 건축가를 이해하는 방법이자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이다. 독일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가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할 수 없고, 건축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건축도 철학도 아닌, 벽돌로 쌓은 건물과 허공에 지은 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건축을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철학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이득은 단순히 철학자들의 ‘견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논증’을 이해하고, 그 논증을 통해 사고함으로써 비판적 사고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자신의 철학을 굳건히 하는 시간과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의 ‘건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을 통하여 철학하고, 철학을 통하여 건축을 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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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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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딱 보는 순간.. 역시나 두껍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언제 다 읽을까 부담이 되기도 했고,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꺼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항상 두꺼운 고전은 중간에 그만두곤 하므로) 하지만 다행인 것은 역자가 천병희 선생님이라는 것이었다. 천병희 번역의 글은 다른 것들보다 읽기가 쉬운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덜고 읽기 시작했다.

 

그럼 플라톤은 누구인가? 간혹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날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옛날 사상가' 라고. 책이 참 어렵기만 하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건 플라톤에 대한 오해다. (아니 플라톤의 책을 성실하게 읽지 않은 이들의 오해인가?) 플라톤은 단순히 옛날 사상가라고 치부하기에는 혁신적이며, 플라톤의 <국가>에는 오늘날에도 배울 만한, 생각해 볼 만한, 어쩌면 논란이 될 만한 혁신적인 주장들이 담겨있다. 방대한 양을 다 다루기는 힘들기 때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 5권에 대해서만 논해보자.

 


너무나 혁신적인 <국가> - 제 5권. 남녀평등과 공유제

플라톤은 당시 사회적 관습에 반해 매우 혁신적인 구상을 했다. 당시 그리스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로 여성의 지위가 매우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톤은 남녀가 모든 일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놀라운 민주주의를 달성했던 그리스였지만, 여성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었는데, 플라톤은 이미 2500년 전에 강력하게 남녀평등을 설파한 것이다.

플라톤은 여자가 단지 남자보다 약간 약하다는 것 말고는 양자 간의 근본적인 성향의 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 통치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여러 가지 성향들이 양자에 모두 비슷하게 흩어져 있어, 모든 일에 여자나 남자나 자신의 성향에 따라 관여할 뿐이다. 그러므로 남녀는 같은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플라톤은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도 통치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서로 다른 것을 '내 것'이라 부름으로써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수호자들은 같은 것들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되도록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게 될테니 말일세.

그들은 몸 말고는 사유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까닭에 그들 사이에는 소송과 고소가 사실상 사라지지 않을까? 따라서 그들은 돈이나 자식이나 친족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온갖 파쟁에서 벗어날 것이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아첨하는 것, 빚을 갚지 못하는 것,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온갖 어려움들을 겪지 않을 것이네. (p.293 ~p.295)

 

 또한 그는 이상국가에서는 모든 것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및 아내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유재산도 모두 포함된다. 모든 남자들과 모든 여자들은 서로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여자도 어떤 남자와 개인적으로 동거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아이들도 모두 공유하게 되어 있으며,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지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며 남녀의 무차별적인 성적 자유를 위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보면, 플라톤은 공유제의 장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자공유와 사유재산 소유금지.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오늘날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은 부분을 생각 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 지배층에게 사유 재산을 허용하면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배층의 사유 재산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플라톤의 제안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사리 사욕을 채우거나 사회 지배층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오늘날, 여전히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가?

 

플라톤의 <국가>는 독자들에게 플라톤에 대한 오해를 푸는 책이자 무엇보다 읽어야 하는 의무만 있고 읽을 수 없는 고전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미 2500년 전에 생생하게 복지국가의 이념을 설파한 그가 놀라웠고, 대략 2500년 전 플라톤이 살던 시대와 현재는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올바름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고,  현대 사상가들에게 여전히 새로운 사유를 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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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유시민의 첫 번째 책. 정치인 유시민에 가려져 있었던 자연인 유시민의 사람과 자연,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온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쓰는 작업은 그에게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이었으며, 그는 책의 결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자기다운 삶,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로 한 것이다.

그에게는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까.. 나로서는 좋은 작가를 얻은 듯 싶어 좋다. 그의 책이 너무 기대된다. 방황하는 청춘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그는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인가?

 

 

 

 

 

2012년 최고의 인문서로 꼽힌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교수의 새로운 책 『시간의 향기』번역출간. 이 책은『피로사회』(2010)의 전작으로 현대사회에서 모든 시간이 노동의 인질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모든 시간은 일의 시간이고, 여가시간도 일의 시간을 준비하는 보조적 의미밖에 지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나는 늘 시간이 없고 시간에 쫓길까? 왜 시간은 그토록 빨리, 그토록 허망하게 지나가버리는 것일까? 그토록 바쁘게 지냈음에도 어째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시간의 문제들이 결코 효율적인 시간 관리 기법 같은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책이 더욱 궁금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뻔한 조언은 이제 그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해결책은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51가지 심리 법칙은 모두 수많은 실험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에 대해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쓰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가장 관심가는 책 !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철학’에 있다. 세계관의 변화가 새로운 예술을 성취한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는 예술을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로 풀이한다. 이처럼 모든 예술작품들은 그 시대 세계관과 이념의 소산이므로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림을 이해할 수 없다. 형이상학적 해명이 없는 예술사는 도상학이나 도상학적 연대기로 전락하고 만다.

 

이 책은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과 심리적 동기가 새로운 예술기법을 부르는 동력이 된다는 전제하에, 구석기시대 회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철학적 배경과 양식의 변화 양상을 읽어낸다.

 

 

 

철학의 언어로 읽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그림.. 필자들은 “철학하는 행위”를 통해, 그림을 보는 것(감상)이 아니라 “읽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본다. 그림을 그저 눈으로만 봐서는 작품이 품은 뜻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삶을 통한 체험의 무게와 더불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곁들이지 않고서는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가 감각기관인 눈에만 의지할 때 그 정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물을 꿰뚫어보는 또 하나의 눈이 필요한 것이다. 전혀 다른 매체였던 그림(미술)과 글(정신, 철학)이 만난다.

 

그림은 글이 되고 글은 그림이 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기기묘묘한 그림들은, “보아서는 보이지 않고 잘 읽어야 비로소 보인다.”


<서양 미술사 철학으로 읽기>와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이 두 권에서 볼 수 있듯이 미술사에서 철학은 빠질 수 없는 존재 아닐까? 미술사와 철학의 오묘한 조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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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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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그리스 여행기이다. 의과대학을 다니던 한 청년은 단골 책방의 서가를 둘러보다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라는 책에 시선이 꽂히고, 단숨에 그 책을 읽어내려간다.이름도 낯선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그리스 작가의 책은 한 청년의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그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났고,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 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나라 그리스를 속속 들여다보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이 책은 이십대의 청년이 가슴에 새긴 꿈을 나이 오십을 앞두고 실현한 여행의 기록이다.

 

그리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의 말대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떠오르는가? 그의 저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기에 충분히 익숙해진 이름이 아닌가? 혹시 그리스 신화의 수 많은 신들이 떠오르는가? 그리스는 아름다운 신들과 수 많은 신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요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외환위기로 국가 위기에 처한 그리스가 떠오르지는 않는가?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여행의 출발지는 펠로폰네소스로 정했다. 바로 이곳 펠로폰네소스가 그리스 문명의 어머니이자 서구 문명의 자궁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코린토스, 미케네, 올림피아, 스파르타 외에도 미스트라, 모넴바시아, 글라렌자, 에피다우로스 등 고대 그리스 문명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싹튼 땅이 바로 펠로폰네소스이다. 우리는 흔히 그리스 하면 조건반사처럼 아테네를 떠올리며 동일시한다. 펠로폰네소스에서 싹튼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곳이 바로 아테네가 있는 아티카 지역이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라는 미궁의 출발점은 펠로폰네소스여야 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표지에는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이라고 쓰여있다. 이 책은 시리즈이다. 그리스 전체를 횡단하며 발길 닿는 곳에서 시간의 강을 종단하는 이 여행은 펠로폰네소스에서 시작해 아테네가 속한 아티카, 그리스 북부 지역인 테살로니키 그리고 고대 그리스 권역을 아우르는 마그나 그라이키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며, 각각의 여행은 제1부 펠로폰네소스 편 세 권, 제2부 아티카 편 네 권, 제3부 테살로니키 편 한 권, 제4부 마그나 그라이키아 편 두 권 등 모두 열 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나는 문명과 역사를 다루되 여행기의 형식을 빌려 공간 이동을 이야기에 중심에 놓고자 한다. 즉 시간에 따른 공간 이동이 아니라 공간에 따른 시간 이동을 하는 셈이다. 굳이 공간에 따른 시간 이동을 취하려는 까닭은 연대기적 서술이 지루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서술이 공간이 담고 있는 풍부한 이야기를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구체적인 삶의 자취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공간은 지금까지 덜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수천 년의 역사를 거슬러 문명의 격랑이 파도쳤던 그리스의 경우라면 더더욱 쉽지 않다. 저자는 연대기의 틀을 고수할 경우 왕조나 지배 계급을 중심으로 한 주류의 이야기에 머물 수 있음을 경계한다. 역사에 명멸했던 그 모든 문명이 주류들의 몫이라 잘못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명의 배꼽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 책은 다른 여행 가이드, 관광홍보 책자와는 조금 다르다. 여행기이라고는 하지만, 여행에 대한 직접적인 TIP과 가이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를 역사적, 철학적으로 조금 더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든다. 읽으면서 당장 그리스로 떠나고 싶다며 여행을 꿈꾸기보다는, 문명의 그리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다소 낯설고 밋밋하기도 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문학, 철학,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인간’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특유의 깊은 통찰과 사색의 흔적을 따라 한 여행기이다. 또한, 책에 나오는 해외 자료 등의 방대한 참고문헌에서 저자의 노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혹시 그리스 여행을 하려 하는가? 그리스의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쪽빛을 이루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 그것도 좋기야 좋다. 하지만 그 풍경 뿐만 아니라,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떠한가? 

 

 

평생 동안 내가 간직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어서 - 미지의 나라들을 보고 만지며, 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지구를 돌면서 새로운 땅과 바다와 사람들을 보고 굶주린 듯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천천히 오랫동안 시선을 던진 다음에 눈을 감고는, 그 풍요함이 저마다 조용히, 아니면 태풍처럼 내 마음속에서 침전하다가 마침내 오랜 세월을 걸쳐서 고운체로 걸러지게 하고, 모든 기쁨과 슬픔으로부터 본체를 짜내고 싶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 순례, 영혼의 자서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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