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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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미래가 현재, 여기있는 나를 구차하게 만들고 있다"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 어렸을 적에는 많이 들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더이상 들을 수 없다. 어른의 미래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누구라도 나이를 먹고,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생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늙어서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단지 미래만을 위해, 지금을 너무 묶어둘 필요는 없다"

이 책은 만화 형식으로, 다가가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이 구구절절 공감된다. 내 나이 22살.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는 조금 먼 나이. 하지만 이 책이 끌렸다.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의 다른 책 내가 정말 하는 건 뭐지? 가 내 나이에 적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스스로 자신의 방법을 통해서 찾아가야 하며,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면 혼자서의 힘으로 꿋꿋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문제는 다르다. 결혼은 다른 누군가를 만나 함께 해야하는 것이다. 내 스스로, 나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 갈 수 없기에 그 선택은 더욱 불안하다. 자칫하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파국에 이르게 되니까.

나는 간호학생으로 지역사회 실습을 하면서, 판자촌 노인들을 찾아가는데 아직도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외롭고, 아프고, 가난한 노인들, 그리고 그 노인을 방치해 논 자식들을 보며, 결혼과 가정에 대해 큰 회의감이 들었다. 나중에 외롭지 않으려고, 고독사라는 말이 너무 비참하고 무서워서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 노인들을 보고서는 그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결혼이라는 것은 대체 뭘까.. 별 다른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서 낳을 아이. 그 아이를 키우며 사라질 나의 자유..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겠지만, 그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나이라 지금은 결혼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약 7년 후면 나도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이며,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꿈은 사라지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과 가족들의 압박에 결혼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작가는 말한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너무 묶어둘 필요가 없다고. 이 책은 단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다. 삶이라는 과정에서 결혼에 맞닥뜨리는 사람들, 결혼을 한 사람이든 하지 않는 사람이든 불안한 삶, 예측 불가능한 현실 속 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더 나은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어른만이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슬퍼해야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간 다는 사실이 아니라,
바로 그 나이의 수치만큼 정신이 함께 성숙하지 못한 것 인지도 모른다."
-문정희,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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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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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쳐>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는 뭐지? 과학에 관한 책을 읽어 본 적도 거의 없고, 과학이 순수학문으로 나에게 너무나 어렵게 다가오는데, 이 책을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기 했지만, 여전히 내 지식부족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다. 특히 문과였고, 인문학 책만 즐겨 읽은, 신간 평가단으로 인문/ 사회 분야의 서평을 쓰는 나로서는 과학이 많이 벅찼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이 책은 한 주제에 관해서 2명이 대담을 하는 형식이다. 이터널 션샤인의 감독 미셸 공드리,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실험심리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핑커 등등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그런 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사이언스 이즈 컬쳐>는 다른 과학서적들과 다르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책은 많은 주제를 다룬다. 진화철학, 의식의 문제, 시간, 디자인, 설계, 물리, 꿈, 음악, 윤리, 건축 등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기에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폭 넓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관점을 내세우기 때문에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는다. 이 모든 주제에 대해 논할 수 없지만, 감명 깊었던 주제를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픽션의 진실' 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취향이며, 개인의 관심사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픽션의 진실' 은 우주학자 재나 래빈과 소설가 조너선 래덤의 대담이다.

 

레빈 : 진실을 얻으려고 무엇인가에 몰입하거나 철저하게 논리적이라고 하면 완전히 방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논리에 철저히 매달렸지만 가장 심하게 길을 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서 스스로도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결론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논리 때문에 이들은 진실로 부터 멀어졌죠. 나는 오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안다고 진정으로 내가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내가 실제로 이 탁자를 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딱딱한 표면이라고 생각되는 물체에서 전해오는 느낌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 뿐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진실로 부터 점점 멀어지는 거죠. 세상이 돌아가려면 불완전한 사고로 부터 오는 애매함이 필요합니다.

 

 

과학은 증거에 뿌리를 내리고, 끈질긴 의문을 제기하여 바른길을 걸으며 자기비판과 엄정한 연구방법이라는 틀 속에서 움직이는 방법론이자 철학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말하면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과학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생각해보면 과학이 오히려 더 쉽고 직관적이다. 우리는 어렸을 적을 '바다는 왜 파랗지?'라는 의문은 의문을 낳았고 스스로 실험도 해 보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호기심 충만한 과학자였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열린 공간이다. 누구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 건축가. 개인 디자이너, 소설가  좋은 생각은 누구에서든 나올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궁국적으로 여러원칙에 부합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학문 간의 경계도 어느 정도는 쓸모가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경계는 모호해진다. 15, 16세기의 르네상스처럼 지식을 모으고, 종합하고, 사회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혁명, 오늘날의 인문학과 과학의 르네상스. 이제 인류는 그 르네상스의 문턱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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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이시형 박사의 산에서 배운 지혜
이시형 지음, 김양수 그림 / 이지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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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이것을 만성불안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그 일에 쫓겨 생활한다. 나는 가끔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끌고 사는 건지 햇갈릴 정도로 해야만 하는 일들에 파 묻혀 살고 있다. 어렸을 때 부터 부지런하면 칭찬을 받았고, 근면은 최고의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바, 그러한 풍조때문인지 나는 끊임없이 바빠야 했고, 부지런해야했다.

 

요즘은 다들 바쁘다. 언제 한 번 만나려면, 시간을 맞추느라 애를 먹는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게으르고, 바쁘지 않은 것이 뒤쳐져 보여서일까? 우리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자기계발에 힘쓴다. OECE 평균 1년 노동시간 1749시간, 우리나라의 평균 1년 노동시간 2193시간. OECD의 평균시간보다 444시간 더 많이 일하는 우리나라.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천천히 사는 것, 여유롭게 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실이 괴롭하면,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갈망하는 미래의 행복도 역시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먼 훗날의 행복을 위해 희생해야 할 날이 될 게 뻔하다. 지금에서라도.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할 때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행복하게..

 

이시형 박사의 책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자연 속의 힐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책은 다이어리에 빈칸이 있으면 어쩔 줄 모르는 사람. 무슨 큰일이나 놓친 듯, 삶의 큰 구멍이나 난 듯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 수첩에 일정을 빽빽하게 메워버려야 하는 사람인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다. 자연에서 흙 냄새를 맡아 본 것이 언제적인지.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과열되면 고장이 나는 법인데, 나는 어째서 이렇게 나를 혹사 시켰을까. 아무런 휴식 없이.

 

산이 주는 힐링 파워. 그동안 등산은 귀찮았고, 산의 소중함을 잘 몰랐었는데. 아니 너무  바빠 산에 대해 생각 조차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산의 기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산과 자연, 자연의 아름다움, 자연이 주는 힐링. 오늘 당장 산에 가고 싶다. 지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쯤은 산과 함께 하고 싶다. 그냥 바쁘게 산에 오르내리는 것 말고, 산의 진한 숨결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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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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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이다. 청소년 문학을 읽어본 지도.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른인 척이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청소년 문학을 거의 읽지 않았다. 청소년 문학은 자라나는 중고생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학교',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모두들 청소년의 문제에 집중한다. 집중만 한다. 그러는 동안 문제는 너무나 거대해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정도다.

 

김선영 작가의 책 특별한 배달은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장래희망이 잉여인간인 '하태봉' 그리고 모의고사 전국 1등, 항상 공부를 잘해야 엄마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스트레스로 기면증을 앓게 되는 '윤슬아'를 통해서 청소년 문제를 그려낸다.

 

태봉과 슬아는 한 오토바이 배달원인 일구 아저씨가 빠져 실종되었던 웜홀이라는 구멍을 탐구한다. 일구 아저씨는 새롭게 원자가 조합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보기엔 달라진 게없지만, 분명 그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그들은 평행우주라는 호기심에, 조금 달라지고자 바람에 웜홀이라는 구멍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해간다. 그들은 웜홀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새로운 원자로 재조합되어 태어났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웜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날카로운 칼날에 심장이 베이는 듯한 죽음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오는 것이다. 용기있는 자만이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과 맞대면 할 수 있는 거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야지만 다른세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평행 우주와 같은 다른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주에서도 가능하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일이다. (P.210)

 

자신의 선택과 그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일. 어떤 선택보다 그 선택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힘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어른들의 선택에 나 자신을 내맡겼고, 그 선택의 책임 역시 어른들이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결정을 인정하고 따랐던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다. 누구의 탓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핑계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중요한 삶의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어른이 되는 과정인 듯 하다.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어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P.144)

 

웜홀이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웜홀'을 통해서 태봉과 슬아처럼 삶을 점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점검했고, 좀 더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에게 '특별한 배달'이라는 책이 '웜홀'은 아닐까. 이 책으로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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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레 미제라블 (10권 한글+영문)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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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은 2000장이 넘어가고, 길고도 길다. '레미제라블'은 장발장 이야기가 이 소설의 3분의 1 정도, 나머지는 19세기 초 사회와 풍습, 그리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작자의 견해. 프랑스 혁명, 6월 혁명, 7월 혁명 기타 등등 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 소설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프랑스의 당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해야 되는데 그러기에 나의 지식이 너무 짧다. 그런 이야기는 많은 서평과 리뷰에서 자세히 다뤄 놓고 있으니,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굳이 그걸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누구도 원망해서는 안된다. 사람들 모두를 원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완전하지 않는 시대를 원망해야 한다."
"그것은 소수 인간에 의한 '모든 인간의 권리' 의 박탈, 소수 특권에 의한 전 세계의 권리의 박탈이었다."
"그들이 양도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쟁취한 것이고, 그들이 반역으로 빼앗았다고 외치는 것은 우리의 권리였다."

 

내가 격동의 프랑스를 보고 느낀 것이라면, 레미제라블의 뜻 그대로 그 시대의 사람들은 비참했으며 (특히 아무런 죄 없는 어린이, 여자 등의 사회적 약자는 더더욱.)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한한 관용에 대해 그는 마치 악의 소굴에 갇힌 듯 저항하고 있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었다. 주교가 그를 용서한 것은 그를 향한 최대의 공격이자 타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속 동요가 일어나는 것이리라. 만약 주교의 관대함에 저항할 수 있다면, 그의 냉혹한 마음은 굳어질 것이다. 만약 그것에 굴복한다면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 올린 적개심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이기든가 지든가 둘 중 하나였다. 그 갈등은 자신의 악함과 주교의 관대함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될 거라는 사실 이었다. 그의 내면은 완전히 변했다. 주교의 영향을 더 이상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책에서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은 '프랑스의 격동의 시대' 보다 인간 장발장의 '사랑' 이었다.  장발장이 처음 사랑이라는 가치를 느낀 것은 미리엘 주교의 따뜻한 온정 때문이었다. 그의 사랑은 장발장을 마들렌으로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그는 과거를 지우고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힘들고 비참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었다.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영혼을 음울한 곳에서 구원해 준 미리엘 주교의 말처럼.

 

그가 코제트를 보았을 때, 코제트를 손에 넣고 구출해 냈을 때, 자기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숨어있던 정열과 애정이 모두 눈을 떠 이 아이에게로 날아갔다. 그는 코제트가 잠들어 있는 침대 곁으로 가서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마치 아머니와 같은 마음 속으로 어떤 열망을 느꼈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다. 사랑하기 시작한 마음의 저 이상하고도 커다란 감동은 파악하기 어렵고 매우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이 아이 때문에 그는 덕의 길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어린 코제트는 그의 지팡이인 셈이다. 아 운명에 숨겨진 헤아릴 길 없는 숭고한 신비라니!

 

흰 빛이 두 번째로 나타난 것이다 미리엘 주교는 그의 마음의 지평선에 미덕의 새벽빛을 가져다 주었으며, 코제트는 사랑의 새벽빛을 가져다 주었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사랑했다. 무한하고 이타적인 사랑이었다. 코제트에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9살 짜리 꼬마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저 그녀는 그의 삶의 원동력이였고 하나의 빛이었다. 하지만 그는 코제트가 결혼을 한 후, 그의 남편 마리우스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코제트를 떠난다. 그의 강인한 늙은 가슴은 날카롭게 찢어졌다. 그의 강인한 불빛은 서서히 꺼져갔다. 모든 오해를 풀고,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장발장을 찾았을 때, 이미 늦었다.. 그 때 의사의 한 마디. "이분에게 필요했던 것은 당신들이었습니다!" 그렇다. 어떤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어떤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코제트를 향한 그의 사랑이었다.

 

 

 

그 어떤 것도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랑의 행복은 낙원이 되고, 그 낙원은 천국이 된다. 오오, 사랑하는 그대들이여! 이 모든 것은 사랑 안에 있다. 사랑 속에서 그것을 찾도록 해라. 사랑에는 천국과 같은 명상이 있고 천국과 같은 즐거움이 있다.


사랑한다. 사랑했다. 그것 뿐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인생의 어두운 주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이다. 사랑하는 것은 성취하는 것이다. 아무도 인간의 마음에 영원히 남는 것, 사랑을 없앨 수 없다.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강요가 아니라 사랑이다. 사람을 강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사랑이다. 그가 자베르를 굴복하게 만든 것 역시 그에 대한 연민, 자비, 헌신, 친절, 사랑이었다.

우리는 사랑 하는가? 혹시 그 사랑이 타자가 어떤 사람이든, 무엇을 좋아하든 자신의 방식대로 밀고 나가는 어긋난 사랑은 아닌가? (종종 부모가 자식에게 보이는 사랑의 형태이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기에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기에 타인을 배려한다. 우리는 사랑하기에 고통스럽고, 사랑하기에 슬프다. 사랑하기에 불안하다. 사랑할 때는 마음의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사랑을 찾는 인간과 기쁨을 찾는 인간이 동시에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고통스럽더라도, 불안하더라도, 누가 뭐래도 사랑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요, 강인한 힘을 갖게 한다. 누구를 사랑하든, 사랑하자. 삶의 의미를 찾자. 19년동안 복역하고 희망이 없던 죄수에게 빛을 준 것은 사랑이었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그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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