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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서녀명란전 (총16권/완결)
관심즉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서녀 명란전'은 실제 부부의 연을 맺은 자오리잉과 펑사오펑이 주연을 맡았던 중국드라마 '녹비홍수'의 원작 소설이다. 이전 중화TV에서 드라마 '녹비홍수'를 방영했을 때, 주말에 재방송하는 것을 가끔 본 적이 있다. 시대극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묵란의 스캔들부터 명란이 고정엽의 덫에 걸려 그에게 시집가게 되는 에피소드뿐이었다. (이상하게도 중화TV에서 여러 번 재방송을 해도, 나는 매번 본 에피소드만 다시 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신 할머니는 '명란이가 고명부인이 되는 거야.'라는 결말만 얘기해주셔서,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번역본이 빨리 출간되기를 남몰래 기다렸고, 2020년 8월 전자책(총 16권)으로 출간되어 바로 구입했다. (종이책으로는 2019년 12월부터 차례 차례 출간되었다.)
법원공무원이었던 요의의는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게 되나, 요의의의 기억을 가진 채 고대 문인집안인 성씨 가문의 성굉이라는 자의 서녀이자 여섯 번째 딸인 '명란'으로 타입슬립하게 된다. 아버지 성굉의 본처 왕 씨와 첩인 임 이랑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 명란의 어머니인 위 이랑은 동생을 낳다가 죽었고 서녀이기 때문에 제대로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어린 명란(요의의)은 삶에 대한 의지도 잃고 잔병치레를 하면서 몸이 쇠약해져 간다. 그러나 할머니인 노대부인 서씨의 보살핌으로 점차 명란(요의의)은 건강을 회복하게 되고, 고대 여인의 삶을 살아갈 각오를 다진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전자책은 종이책 1권 분량을 2권으로 나눠서 편집되어 있었다. (종이책 1권 분량은 500쪽이 넘었다...) 중간 중간 다른 책을 읽느라고 시간이 걸렸지만, 4권 이후부터는 순식간에 몰아서 읽었다. 덕분에 궁금증도 풀렸다!
현대인 요의의가 고대에서 서녀인 명란으로서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항상 행동과 말을 조심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위기에 대해서는 아주 강단있고 현명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꼭 쥐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도 명란과 같은 지혜와 배짱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에서는 혼례 전까지 고정엽과 명란의 접점이 너무 적어서, 고정엽이 명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과정이 너무 축약된 것 같다. (역시 명란의 외모가 출중해서 반한 건가?!) 하지만 이 부부가 오해를 극복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권선징악 요소도 잘 살려서,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내가 만약 고대로 타입슬립한다면, 명란처럼은 살지 못할 것 같다. (일단 바느질이 형편없기 때문에 절대 고대로 가고 싶지 않다.) 고대 여인의 삶은 '나'라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남편과 아들, 가문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리고 여인은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각광받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소설 자체는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중국 문화와 관련된 단어, 비유가 많이 나와서 주석이 많은 것이 흠이다. 특히 몇 권은 주석 팝업이 안되는 크나큰 단점이 있는데, 그냥 포기하고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