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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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500쪽 이상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점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처음에는 레이토를 곤란하게 만드는 자기 주장이 강한 사지 유미라는 캐릭터가 매우 거슬리긴 했다. (레이토는 아직 일도 서툴고 치후네 이모한테 인정 받지도 못한 상태인데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다가 들키면 어떻게 되라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려니 하고 참고 읽었다.) 사지 부녀의 일을 해결하면서 레이토가 스스로 녹나무의 기념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름대로 생각해서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그의 말에 감화되는 기념자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소 어색했던 이모와 조카 관계도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보여서 좋았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된다면, 불필요한 오해도 없어질 것이고 (비록 만날 수 없는 관계라고 할지라도) 세대 간의 믿음과 사랑을 더 돈독하게 만들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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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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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 일명 '은따'를 당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은따'인 여중생이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그룹 안에서 은따를 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본인은 애써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 친구들에게 선물을 사주며 환심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그룹에서 싫어하는 아이와 짝이 되고 함께 조별과제를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서 조금씩 생각이 변하게 된다. 


주인공 혼자 인식하지 못하는 따돌림 당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안쓰러워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여중생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대사와 행동은 귀여웠다. 그리고 이후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룹을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학교 내 따돌림'이라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읽는 것 자체는 쉽고 가벼웠다. 그리고 비속어 등 격한 표현도 없어서 좋았다. 


누구나 경험했을 테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가족보다는 친구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때는 친한 친구가 이유 없이 삐치면 너무 신경쓰여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단짝친구가 나 말고 다른 아이와 더 친하게 지내는 것 같으면 화도 나고 질투가 났었다. 근데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에 왜 속상해하고 시간을 헛되이 소비했을까 싶다. 그 단짝친구와는 진학이 달라지면서 연락이 끊겼고,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중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하지 않는 친구도 많다. 가끔 그 친구들이 생각나긴 하지만, 친구의 연(緣)이 끊겼다고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론 친구도 중요하지만, 너무 친구한테 집착하거나 의존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결코 친구가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학창시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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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서녀명란전 (총16권/완결)
관심즉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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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 명란전'은 실제 부부의 연을 맺은 자오리잉과 펑사오펑이 주연을 맡았던 중국드라마 '녹비홍수'의 원작 소설이다. 이전 중화TV에서 드라마 '녹비홍수'를 방영했을 때, 주말에 재방송하는 것을 가끔 본 적이 있다. 시대극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묵란의 스캔들부터 명란이 고정엽의 덫에 걸려 그에게 시집가게 되는 에피소드뿐이었다. (이상하게도 중화TV에서 여러 번 재방송을 해도, 나는 매번 본 에피소드만 다시 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신 할머니는 '명란이가 고명부인이 되는 거야.'라는 결말만 얘기해주셔서,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에피소드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번역본이 빨리 출간되기를 남몰래 기다렸고, 2020년 8월 전자책(총 16권)으로 출간되어 바로 구입했다. (종이책으로는 2019년 12월부터 차례 차례 출간되었다.)


법원공무원이었던 요의의는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게 되나, 요의의의 기억을 가진 채 고대 문인집안인 성씨 가문의 성굉이라는 자의 서녀이자 여섯 번째 딸인 '명란'으로 타입슬립하게 된다. 아버지 성굉의 본처 왕 씨와 첩인 임 이랑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 명란의 어머니인 위 이랑은 동생을 낳다가 죽었고 서녀이기 때문에 제대로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어린 명란(요의의)은 삶에 대한 의지도 잃고 잔병치레를 하면서 몸이 쇠약해져 간다. 그러나 할머니인 노대부인 서씨의 보살핌으로 점차 명란(요의의)은 건강을 회복하게 되고, 고대 여인의 삶을 살아갈 각오를 다진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전자책은 종이책 1권 분량을 2권으로 나눠서 편집되어 있었다. (종이책 1권 분량은 500쪽이 넘었다...) 중간 중간 다른 책을 읽느라고 시간이 걸렸지만, 4권 이후부터는 순식간에 몰아서 읽었다. 덕분에 궁금증도 풀렸다!


현대인 요의의가 고대에서 서녀인 명란으로서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항상 행동과 말을 조심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문제와 위기에 대해서는 아주 강단있고 현명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꼭 쥐고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나도 명란과 같은 지혜와 배짱이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에서는 혼례 전까지 고정엽과 명란의 접점이 너무 적어서, 고정엽이 명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과정이 너무 축약된 것 같다. (역시 명란의 외모가 출중해서 반한 건가?!) 하지만 이 부부가 오해를 극복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권선징악 요소도 잘 살려서,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내가 만약 고대로 타입슬립한다면, 명란처럼은 살지 못할 것 같다. (일단 바느질이 형편없기 때문에 절대 고대로 가고 싶지 않다.) 고대 여인의 삶은 '나'라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남편과 아들, 가문을 위해서 살아간다. 그리고 여인은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각광받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소설 자체는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중국 문화와 관련된 단어, 비유가 많이 나와서 주석이 많은 것이 흠이다. 특히 몇 권은 주석 팝업이 안되는 크나큰 단점이 있는데, 그냥 포기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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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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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다 파악할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심리를 조금이나마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다만 결말의 씁쓸함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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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
치넨 미키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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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감동과 재미가 적절히 섞여 어느새 몰입해서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었다. '죽음'과 '삶에 대한 후회, 미련'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저승사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한을 풀어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큰 사건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주는 각각의 에피소드 구성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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