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궁금해한다. 이 꽃 이름은 무엇일까. 모든 꽃은 꽃으로만 통용된다. 그렇게 산 지 몇 년인가, 그러다가 문득 꽃이름이 알고 싶어했다. 그것이 작년 2007년이었다. 해서 작년 물어물어 알게 된 꽃은 엉겅퀴였다. 지금 지천으로 핀 엉겅퀴, 그 꽃이 <야생화 촬영법>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반가울 수가, 게다가 엉겅퀴가 국화과의 꽃이라는 것. 물론 이 책은 사진 찍는 법을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우리 땅 야생화를 좀더 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기분 좋은 학습 기회를 얻은 셈이다. 봄도 다 지나간 지금 나는 <야생화 촬영법>을 보면서, 읽으면서, 외우면서 몇 날 며칠을 서랍에 방치했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어 조작을 해본다. 이런 기능이 있었구나, 이런 기능을 내가 몰랐구나, 저가의 디지털 카메라에도 있을 건 다 있었다는 사실. 무지가 사물의 제기능을 사장시키는 재주로도 쓰이는 것을 확인한다.
봄도 다 지난 지금, 한낮은 더워 눈 똑바로 뜨기가 힘든 요즘이다. 부신 눈으로 길섶을 보면 꽃천지다. 작아 앙증맞은 꽃, 노란 꽃들이 바람에 하늘 흔들리는 모양새는 딱 내 취향이다. 사진을 찍어보자. 가방 깊숙한 데 쑤셔넣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는데도 한참,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는데도 한참, 그런데 찍은 피사체를 잊기는 금방이다. 아름다운 꽃은 기억하는 자에게만 오래 아름다울 수 있나 보다. 올해도 무수히 많은 사진을, 그것도 꽃 사진 찍기를 버릇해 왔지만 기억에 남는 꽃은 엉겅퀴, 개망초 정도뿐이다. 하지만 <야생화 촬영법>과 그외에 야생화 관련 책을 읽은 터라 사진을 보면 이전의 무지에서 일보진전의 수준으로 꽃을 반길 여유가 생겼다. 책이라는 것이 그만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새삼스럽겠으나 정말로 책으로 열린 세상이 좋다. <야생화 촬영법>은 단순히 사진 찍는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하지 않고, 우리 땅에 있는 작고 앙증맞은, 귀한 꽃들을 배우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찍는 법만을 배우고 익히는 데에 그치지 않는 것, 사진은 실제와 물론 다르다. 왜곡일 수도 있겠으나 나의 눈으로 세상을 재창조하는 예술이다. 인정받고 공인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예술이 어디 별개이던가. 예술 그까짓것 지금 우리가 다시 쓰면 되는 것이다. <야생화 촬영법>은 우리 삶을 예술로 승화시켜줄 수 있는 징검돌이다. 너무 과장인가, 과연 그럴까.
1장, 2장은 촬영에 대해서, 3장은 계절별 야생화에 대해서 <야생화 촬영법>은 소개하고 있다. 사진으로 소개되는 야생화, 다시 3장에서 반복학습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야생화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원하는 대로 취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 짜임이다. 혹여 촬영 기술을 탐한다면 1장과 2장으로 기초 지식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혹여 나처럼 우리 땅 야생화가 어떠한 것이 있나, 입문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이 책 전반에 수록된 사진과 피사체 소개(야생화 이름)를 통해서 하나하나 익혀가면 좋을 것이다. 취하는 것은 읽는이의 마음이 가는 대로, 읽는이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재창조할 수 있는 것, 그 관건은 결국 '나'인 셈이다. 쉽고 친절한 사진 찍는 법, 그리고 야생화 이름들이 <야생화 촬영법>을 통해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