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내 친구 초등학생을 위한 지식 그림책 2
마리-프랜신 허버트 글, 김지영 옮김, 달시 라브로스 그림 / 세발자전거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가족은, 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부모자녀 사이에서는 못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당연 성적인 고민까지 물론 포함되어 있다.  아이는 바깥에서 겪은, 자신이 감당 못할 일들을 부모에게 털어놓기를 저어한다.  분리불안, 버림 받기를 두려워한다.  해서 아이는 '착하기' 위해 애쓴다.  어른이 인식하든 못하든 아이는 열심이다.  하지만 '착한'이 아니라 '건강한'이 되어야 아이는 사회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환경에 놓인다.  

 

 

     '착한'의 의미는 족쇄다.  부정적이고, 음울하다.  최근에야 '착한'으로 아이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았다.  행동 그것만을 칭찬해야지, "역시 너는 착한 아이로구나." 하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아이를 괴롭혔고, 나 또한 괴로워했는지를 알았다.  많은 아이들이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시달린다.  물론 나도 '착한'의 피해자에 속한다.  나는 착해서는 안 되고, 싫을 때 싫다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건강함이다. 나를 망울진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게, 나는 과연 그러한 신뢰를 주고 있는지, 내가 믿음직스러운지, 그런 세세한 말을 함직한지 스스로  따져물을 일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지식 그림책으로 <몸은 내 친구>를 소개하고 있다.  큼직한 글과 그림은 이 책의 정체?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서구, 캐나다 토양에 뿌리를 두고 만이라는 소개로 <몸은 내 친구>는 캐나다에서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번역서다.  번역서라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피아제 심리학에서는 구체적조작기라는 개념어가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에는 구체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사물을 통해서 '학습'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사고조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 <몸은 내 친구>는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어울리는 책이라는 것이다. <몸은 내 친구>는 사실 학령전기 아동이 읽어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만치 쉽게 씌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남녘땅도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지 십수년이 지난 것이 실정이지만, 아이가 나고 자라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세상은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주변인 정도에 그친다.  그렇다면 <몸은 내 친구>를 저학년 아동에게 읽힐 경우의 영향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 걱정이 지나칠 수 있다. 

 

   

     반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에 이르는 연령에 <몸은 내 친구>는 간략하고, 적합한 책이다.   손끝에 박힌 가시, 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다.  그 고통, 그 작은 가시 하나가 안겨주는 고통은 참으로, 우습지만 괴롭다.  몸 어느 한 군데도 헐한 곳이 없다.  미국에서는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여성들이 난소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생리통에서는 벗어났지만, 오히려 다른 질병에 목숨을 앗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맹장도 예사롭게 제거하면 안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몸은 내 친구>는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우리 몸 어느 한구석, 한부분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일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곧잘 잊고 넘기고 한다.  소중한 몸이다.  귀하게 얻은 선물, 우리는 이 몸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이 몸으로 어떠한 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몸은 내 친구>를 읽으며 각성하게 된다.

  

     <몸은 내 친구>. 짧고 간단한 설명과 질문들, 삽화가 어울리고 있는 책.  이 책을 쉽게 보아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정말 몸을 '나'와는 별개, 하나의 대상으로 여기고 '친구', 귀한 친구일수록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을 느끼게 된다. 몸도 '나'와는 다른 한 존재, 그를 대우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 짧고 간략한 책을 통해서 나는 몸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게 되었다.  몸은 내 소유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