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다 - 김기현의 재활일기
김기현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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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순 님의 이야기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심고>.  장애를 적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2007년 가슴으로 읽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2008년 나는 김기현 님을 만났다. 처음 <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다>(이하 <마음의 눈>)를 차르르 훑어보면서 기독교, 종교서적인가 오해를 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가슴 아프다. 아니 이건 절대 연민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허술하게 짜여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 버스 손잡이를 장애인을 위해서 좀 더 길게 늘어뜨리자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인터넷 신문기사에 달렸던 덧글은, 가관이었다. 지금도 손잡이에 이마가 부딪히는 일이 곧잘 있는데 겨우 장애인을 위해서 손잡이를 늘이다니 말 될 소리냐는 둥 일부 장애인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한다는 것은 안 될 소리라는 둥. 기가 찰 노릇이었다. 계단 턱을 없애자는 데에도 별의별 소리가 다 있다. 비용문제부터 시작해서 우는소리는 비장애인들의 거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 왜일까. 왜 이렇게 각박한가. 통탄할 노릇이다.

 

     <마음의 눈으로>는 중도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도장애란 즉 후천성 장애이다. 만성장애와는 달리 인재이다. 대학 합격하고 턱 부정교합 수술이 잘못되어 사선을 넘나들다 회생한 김기현 님은 전신마비에 시각을 잃는, 생각지 못한 의료사고로 인생이 한순간 뭉개져버렸다. 세상이 다 내것으로 여겨졌을 20대 초반에 그가 느꼈을 절망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구강내 출혈이 심해서 3분간 질식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단이었다. 뇌에 5분 동안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사망에 이른다. 하니 김기현 님이 겪은 3분간 질식 상태가 무엇을 뜻하는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의료진은 대수롭잖게 대처, 해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결과를 초래한다. 병원에서 김기현 님과 그의 가족이 겪었을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잖다.

 

      놀란 어머니는 비상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하고 정신없이 제 이름을 부르며 몸을 붙드셨습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강하게 몸을 붙들어도 제가 떠는 극심한 경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는데 몸의 경련을 멈출 수가 없으니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나중엔 떨고 있는 어깨와 얼굴, 온몸이 심하게 아프고 무서워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겁이 덜컥 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까지도 병실 안에는 환자인 저와 의학지식이 전혀 없는 엄마, 단 둘 뿐이었습니다. (...)

     그리고 바로 그날이 제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았던 마지막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31~33쪽)

 

     볼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모른다. 하지만 막연히 느낀다. 눈을 감아보자,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동선이 낯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얼마 참지 못하고 눈을 뜨고는 싱겁게 웃을 것이다. 별짓을 다한다, 우스갯소리도 할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을 볼 수 없다면 그 순간부터 상황은 돌변한다. 볼 수 없다는 것, 사지육신 오장육부 어느 하나 덜하고 못한 것이 없다.

 

     실명 후 옷을 뒤집어 입은 줄도 모르고 외출한 이야기, 기름인줄 알고 식초를 모르고 넣어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 먹었던 일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에서 제가 시각장애인인 것을 눈치 챈 택시기사 아저씨가 잔돈을 안 거슬러 주고 엉뚱한 곳에 내려줬던 일, 버스를 타고 동전을 요금함에 넣는다는 것을 그만 요금함 바깥으로 쏟아놓고는 어쩔 줄 몰라 울던 일 등 가슴 아픈 에피소드들을 나누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과 함께 우리 사회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들을 솔직하게 전했습니다. (112쪽)

 

     김기현 님은 의료사고 있기 전 자신을 거만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지금은 같은 상황의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현실에 고맙다고 한다. 그가 부딪히고 견뎌야 했던, 앞으로 그래야 할 세상이라는 것이 문문하지 않다. 4장에서 '재활일기와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서는 "사회에 고하는 글"로 이름 붙일 수 있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일이다. 왜 김기현 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지는 진즉부터 우리는 알고 있다. 모른 체 외면하고만 있을 뿐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러나 그 속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만이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김기현 님이 누구를 의지해 기댔는지, 그러나 정작 김기현 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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