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특이한 서술방식이 우선은 눈에 띤다. 판소리적인 문체, 즉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 신기하게도 등장인물(아내)과 우리(독자)와의 거리 역시 가깝다. 다시 말하자면 서술자는 등장인물을 당신이라고 부르고 있고, 독자는 서술자와 같은 선상에서 당신(아내)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구도는 퇴직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이야기이다. 작가인 아내의 직업 때문에 이 책은 읽는이가 서술자=글쓴이=아내,로 짐작할 여지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낯선 진술방식 때문에 처음 읽는 동안 적응하기가 꽤 어려웠다. 물론 본디 성격이 무딘 나는 책 중반부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당신은 남편과 아내를 동시에 지칭하는 것이 아니로구나, 깨달았다. 즉 당신은 아내를 지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진술방식을 택했을까... 
    남자는 걸핏하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린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는 굳세게 버틴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9쪽)
    그렇다.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는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아내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하고 있냐'고 따지듯 묻는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갈수록 예상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모순 덩어리 남자를 대하는 여자 역시 굉장히 모순적이라는 사실.  그렇게 못마땅한 남편없이 못사는 아내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소설이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이다. 재미있다. 글쓴이가 얼마나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지니고 있는지 느껴지는 문장들, 그리고 유머와 해학이 포진하고 있는 서사방식에 기겁하며 웃을 때가 참 많았다. 니콜 드뷔롱은 우리가 충분히 영위?하는 일상을 제대로 녹여내며 당신이 어떻게 연인을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문하도록 <당신은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를 그려나가고 있다. 
    삶에 대한 환희와 유머로 유명한 프랑스의 여류작가 니콜 드뷔롱 (책표지 작가 소개)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는 소설 속 소설이 진행되고 있다. 당신, 아내는 작가다. 그래서 소설 집필 중. 그런데 이놈의 남편이 퇴직하고는 별짓을 다 한다. 딴에는 자존심 덩어리, 전문 CEO였던 남편은 작가인 아내의 일상을 사사건건 건들인다. 아내(당신)는 견디지 못한다. 개(시세로)를 사와서 작업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새로운 집을 구하는 동안 또 부딪히고, 골프를 치다가 급기야 바람까지 난다. 그러면서 아내(당신)은 혈압이 올라가고 이래 짐짝 취급을 받아 마땅한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늘 배고픈 남편은 비쩍 말라 있는데 화장품, 옷에 관심 없으니 몸치장도 무심했던 자신, 몸무게는 또 얼마나 늘었는지. 당신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일상에서 한 번쯤 있을 법한, 겪었을 법한, 당면하고 있는 이야기를 글쓴이는 자유자재, 유머를 섞어가며 진행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진행형적 서술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작가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눈앞에 그려나가고 있다. 골프장에서 바람난 남편을 '미래의 전남편'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쓴이가 우리의 판소리라는 장르를 알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진술 방식에서 나는 판소리 공부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리것에의 매력을 다시금 느낀다. 전통적인 소설구성이 과거에 묶여 있다면 판소리는 현재와 미래를 진술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가 묻는다. 나는 이 재미난 이야기, 중년? 부부의 이야기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에 우선은 '이 소설의 문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고, 난감한 상황에서 재미난 생각을 풀어나가는 글쓴이의 개방적인 시선에 시샘과도 같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재미난 책이지만, 그러나 익숙하지 않아서 좀 어지러웠던 책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이 책 읽기에 몇 번 더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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