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오세영 산문집
오세영 지음 / 작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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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290쪽)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세영 시인은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를 통해서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었다. 2007년은 2001년에 이어서 다시 시집을 펼쳐들었는데도, 무수히 사다 모은 시집 가운데 오세영 시인의 시집은, 그리고 여태 그의 시 한편 알지 못한다는 것에 우선은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지금이 그 첫 인연이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와 함께 시작인 듯하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오세영 씨의 시를 문두에 내세우고, 다시 시인이 풀어쓴 산문으로 짧게 이어져 있다. 시인의 산문은 시적이기 쉽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역시 산문에서 강한 감성적 문체가 두드러진다. 시인의 산문은 아름다운 문체로 씌어져 있다. 

담배


담배를 먹는다고 한다.
(...)
담배는 연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실은 불을 먹는 것이다
한 모금
(...)
가슴속으로 빨아들이는 불,
육신은 밥으로 살지만
정신은 불로 산다.
용암을 빨아들여
(...)


 

   그리고 시와 함께 이어지는 산문에서, 그 첫문장은 다음과 같이 서술된다.

   "남자는 불을 먹고 여자는 불을 지킨다." 산문을 따라 읽으면 왜 이러한 명제를 내세우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에서는 남녀의 이야기가 곧잘 나오는데, 사람의 이야에 속하는 남녀의 관계는 서로 아끼고 보살피며 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열매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안느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시 "열매"를 통해서 오세영 시인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강렬히 와닿는 것은 단지 나만의 감성적 책읽기에 비롯된 것일까. 그뿐일까. 아니다. 개인적으로 열매,라는 시와 함께 어울려 있는 산문들이 참으로 좋았다. 모든 독서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읽히게 마련, 도종환 시인의 <부드러운 곡선>을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를 읽게 되었다. 곡선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졌고,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시인의 글이다. 시인 역시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유사한 사람과 얽혀 있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일 것이다. 누구나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다. 단지 말하는 방식만이 다를 뿐이다.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오세영 시인이 말하는 방법에 익숙해진다면, 보다 넓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큰 열매라고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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