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솔출판, 1995, 총211쪽)
김지하의 새로운 이야기 모음
틈
이 책은 시인 김지하 선생이 1994년까지 신문, 강의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을 모아둔 책이다. 1994년 당시의 시대상황에 적합한, 지금도 유효한 사상이다. "틈"은 무엇인가. 김지하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처럼 명료하게 요약할 단어는 또 없을 것이다. "동학 이야기"의 만연체와는 달리 "틈"에서는 간결체를 사용하고 있다. 신문 게재글, 강연글, 인터뷰를 옮긴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읽기가 쉽고 김지하 선생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쉽게 읽힌다. 총3부로 나뉘어져 책은 짜여있다. 1부 풍류/ 젊은 이기주의자, 신세대/ 미귀/ 환경/ 자치와 연대/ 동북아/ 시장의 성화 2부 생명자치/ 환경운동의 사성적 기초/ 변화와 民/ 21세기 3부 시론에 관한 인터뷰와 요약. 이상의 내용은 "틈"의 주요내용을 나름대로 요약을 한 것과 마찬가지 성격을 지닐 것이다. 김지하 님의 세계관, 문학관, 미래상 등 여러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물론 이 책은 "김지하 전집"에 모두 수록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살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되새기고 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틈"에서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3부 인터뷰 내용에서 김지하님의 시간관에 대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시간은 쏟 화살 같은 것이 아니다. 과거, 현재, 미래로 쏜살같이 내닫는 것으로 보는 것이 근대 자본계의 철학사상이었다고 한다. 그 속에는 지금은 없고 내일, 미래만이 큰 가치를 지닌다. 계획한 수치를 달성하거나 자본의 증대를 꿈꾸는 것, 개인적으로 우리가 계획한 생활계획표. 얼마나 많은 생활계획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던가. 직선적 시간 관념에서 우리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틈"에서 우리는 김지하 시인을 흑백, 반공논리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사상은 생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명이 지닌 '한' 역시 청승맞고 불안한 감성이 아님을, '한'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생명사상이 아님을 "틈"을 통해서 체계화된 김지하 선생의 사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심오한 사상을 체화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21세기를 바라보는 김지하 님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김지하 시인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시집에 대한 인터뷰는, 시인이 문학을 이야기할 때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착각이어도 좋다.
1부 풍류/ 젊은 이기주의자, 신세대/ 미귀/ 환경/ 자치와 연대/ 동북아/ 시장의 성화 2부 생명자치/ 환경운동의 사성적 기초/ 변화와 民/ 21세기 3부 시론에 관한 인터뷰와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