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안 / 체스 범우 세계 문예 신서 1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영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2005년 8월 29일 읽고 쓰다

 

무(無)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 속에서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채 한 사람 한 사람씩 독방이라는 공간에 갇히게 되면 외부에서 오는 구타나 추위 대신에 각자는 자신의 내부에서 부터 올라오는 압력에 결국은 입을 열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53p

 

아무 할 일도 없고 귀에 들리는 것도 없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는, 언제난 끝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진공상태에 있는 듯했습니다.

54p

 

...급히 왔다갔다 하는 그의 발걸음이 언제나 똑같은 간격으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B박사는 번번이 빈 방 한가운데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차단기가 있는 것처럼 똑같은 공간을 맴돌았다.

94p

 

(이상 <체스>中)

 

대학교 1학년 가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도서관 3층, 문학분야의 책이 놓여있는 서가들 사이로,

그 오래된 시간의 먼지들 속에서 우연히 츠바이크의 책을 발견했고

축제로 떠들썩한 바깥과 창을 사이에 두고

나는 [체스] [모르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등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그 후, [체스]는 내가 본 외국문학중 가장 좋은 것이 되었다.

 

전율이라고 말해야겠다.

B박사라는

인물이 자신이 이전에 나치에게 감금당했던 그 기억때문에

그리고, 그를 살게 했고 또한 가두게했던 체스 때문에

-체스책을 얻게 된 후 정신적 해방을 얻음과 동시에

편집증적인 매달림의 감옥에 시달리게 되었으니-

초조함으로

방을 왔다갔다했다는 것.

그런데 그 왔다갔다하는 것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예전에 자신이 감금당했던

그 방의 패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나를 전율케했다.

 

사람들의 심리파악을 잘 하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었다.

근데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과 이번 범우사의 것은

번역이 다른 듯.

번역가의 차이 때문인지

그당시 나의 느낌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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