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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중국을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중국은 어느 국가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p.28)

평소에 중국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어서인지, 책을 읽기시작하기 전부터 걱정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은 술술 읽힌다. 마치 중국이 숨가쁘게 세계의 중심으로 변모해 가는 것처럼 책을 읽는 나도 숨가쁘게 따라 읽어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남은 것이 무엇인고 하면 중국을 읽어내는 눈을 얻었다고나 할까?

 

책은 한자를 풀어나가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요약 정리해보자면,

 

1.     우뚝 솟을 굴 인재, 물자, 자금의 흡입

2.     합할 합 사회주의 + 시장경제, 그 독특한 발전 모델

3.     충실할 실 - 사회주의 이념-> 삶의 질

4.     거느릴 령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세대교체

5.     썩을 부 성장의 이면에서 자라나고 있는 부정부패와 사회 갈등

6.     법률 법 공산당의 말 한마디 ->

7.     귀신 신 중국에 불어닥친 종교 열풍

8.     그림자 영 고속 성장의 그늘, 빈부/도농/지역/민족 격차

9.     꾀 략 중화의 꿈

10.   사귈 교 중국의 전방위 외교전선

11.   힘 력 군사력, 문화대국이 되기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

12.   합칠 통 분열과 통일의 중국

13.   이웃 린 가까운 이웃인 한국이 찾아야 할 해법

14.   변할 변 한중 경협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처

15.   모을 집 동아시아 경제통합 물결의 시대에서 한국과 중국의 위상과 대처

 

중국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용을 떠올렸다. 갑골 문자에서 처음 등장한 용은 맹수의 머리와 뱀의 몸을 결합한 모양이었다. 이후 수천 년 동안 용의 모습은 점차 구체화되어 낙타 얼굴, 사슴 뿔, 뱀의 몸, 물고기 비늘 등 아홉 가지 동물의 특징을 결합시킨 것으로 진화했다. 용은 상상으로 만들어낸 하이브리드인데,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중국인의 상상력과 실용성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전통적인 중국인의 상상력과 실용성이 현대에는 개혁 개방이라는 실험 속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p.33) ‘중국하면 떠오르는 동물인 용의 비유와 역동하는 중국이 묘하게 겹치면서 한 장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중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두 코끼리가 싸우면 그 아래 풀이 고생이고, 또 둘이 서로 사랑해도 고초를 겪는다는 스리랑카 속담으로 답을 대신하겠다.” (p.51) 이는 리청 선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과의 인터뷰 내용인데, 한국의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한 내용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책의 반은 중국관련 특별기획 연재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머지 반은 연구 논문을 보는 듯한 기분(서론, 본론, 결론의 구성)이 들었다. 책의 앞부분을 통해 중국에 대한 배경지식을 습득한 후, 뒷부분을 통해 심도 높은 논의를 해보는 것이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국에 대해 몰랐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새롭게 중국을 바라보는 눈을,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중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야의 폭을 확장해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 아름다운 청년

 

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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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flex - 어떤 위기에도 절대 꺾이지 않는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영어 ‘플렉스Flex’는 구부리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이 책에서 플렉스는 유연성있는 태도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본디 프리Free, 리프트Lift, 언Earn, 엑셀eXcel의 각 단어에서 따왔다. 즉,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기자기 위한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이는 각각 틀을 깨고(Free), 잠재력을 끌어올리며(Lift),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고(Earn), 현재의 성공을 능가하는(eXcel)의 네 단계이다. 여느 성공학 서적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의 경우, 가장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 고쳐야할 점인데, 이 책을 통해 현명하게 휘는 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우기다가도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과감하게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플렉스한 태도인 것이다. 성공학 서적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 사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어 독자로 하여금 되새김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책도 그러하다. 느슨해져있던 마음가짐을 추스르게끔 해준다.

  한참을 싸우다가도, 어느 한명의 ‘잘못했어’라는 말 한마디가 그 상황을 말끔하게 해결하기도 한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 가에 대해 잘 생각해볼 문제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정당화하거나 방어하거나 설명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냥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한 뒤 새로운 상황에 맞추어 궤도 수정을 하면 된다.(p.34)" 어찌보면 쉬운 말인데, 이 잘못했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틀렸으면 틀렸다고 인정하고 수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쿨하게...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때,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이 있다. 그건 바로 단어를 살짝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이야기를 한다. ‘여기 문제가 있어.’ 이를 ‘여기 상황이 발생했어.’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제’라는 말은 두려움이나 근심을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반면, ‘상황’이란 말은 중립적이다.(p.56)” 단어의 힘은 사실 놀라운 것이어서,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단어를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단어로 바꿈으로써 우리의 태도 또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문제라는 단어 대신에 ‘기회’나 ‘도전’으로 바꾸기를 권한다. 문제에 처해있기보다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피동적인 태도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바꾸는 첫 걸음이이 아닐까.

  작가는 또한 구체적으로 두려움을 다스려 용기를 내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우선 두려움을 갖게 하는 리스트를 작성하고 적힌 리스트를 객관적화 시켜서 바라보고 극복하라고 한다. 이는 두려움과 직면하는 체험이며 자신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런 작가의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때의 상황에 처했을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먼저 자신의 목표를 언어화 시킨다. 즉, 말하고 적으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상상을 통해 형상화를 시키고, 정서화를 시키라는 것이다. 여기서 정서화란 믿고 따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논리화를 시키는 것이다. 이는 이유와 이점들을 찾고 실천해 나가며 현실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비행기의 이륙과 성공하는 사람을 비유해서 어찌보면 듣는 보통 사람에게는 따가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여정을 시작할 때 성공하는 사람들은 최고 속력으로 이륙을 한다. 전력을 다해 일을 한다는 의미다. 어떤 일을 하든 그들은 열정을 다해 몰입하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특히 그렇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전속력으로 비행하는 일이 없다. 그들은 일을 편하게 하고 가능한 한 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은 이륙하여 하늘에 오른 적이 없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하든 진정으로 성공할 수 없다.(p.120)”


 

나는 과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가.

조금만 더 힘내면 날 수 있는데 성공을 눈앞에 두고 포기하는 건 아닌가.

 

 

/(주)아름다운 청년

 

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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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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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산 영웅인 바나나맨이 주인공이다. 이 소설이 영웅들의 이야기인가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실체를 미국 영웅들에 빗데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럼 한번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인공 바나나맨은 비참한 마음에 슈퍼맨 흉내를 내며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그렇게 떨어지던 바나나맨을 우연히 슈퍼맨이 구해주게 되고, 바나나맨은 D.C코믹스의 영웅들이 모여있는 정의본부로 가게되어, 애걸복걸 끝에 바나나맨이 되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이라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5개와 원더우먼이 쓸 탐폰의 구매. 여하튼 그렇게 특별한 능력도 없이 포즈만 내내 취하다가 어느날 마이애미의 정신병원 옥상에 떨어지게되고, 한국으로 돌아간 바나나맨은 어디 구석탱이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게 된다. 끝까지 영웅들을 잊지 못하던 바나나맨은 이메일을 보낸다. 그것 때문에 슈퍼맨은 다시 한번 바나나맨을 찾아오고 새로운 적의 출현을 알린다.
"제 3세계 민족주의라는 놈들이야, 딴 건 필요없고, 열심히 응원이나 해. 포즈나 확실히 잡아주고 말이야."
바나나맨이 슈퍼맨에게 묻는다.
"우리 친구지?"
슈퍼맨이 대답하며 떠난다.
"물론"

바나나는 겉은 노랗지만 껍질을 까보면 솔살은 흰색이다. 자신도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바나나맨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맨은 냉전시대의 힘의 상징으로 소련의 붕괴와 함꼐 그 운명을 같이 했다. 소련은 1991년에 슈퍼맨은 1992년에 죽는다. (물론 필요에 의해 슈퍼맨이 리턴했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미국에겐 배트맨이 있다. 거대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대표주자 배트맨은 뒷치기 전문으로 돈으로 세계를 주무른다. 그럼 원더우먼은 뭐하느냐구? 당근을 준다. 달랜다는 말이다. 그럼 아쿠아맨은, 복제 가능한 일회용 통조림, 아쿠아맨은 전세계에 있다. 그들은 미국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며 정보통이 된다. 바나나맨은 처음에 자신이 영웅의 대열에 끼는 것을 거부당한다.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일이나 하고 옆에서 포즈나 취하는 바나나맨. 그것은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슬픈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얀 속살을 열망하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작태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바나나맨들...
분명 노란 바나나인데..
속은 하얀 사람들이 많다...

작가 인터뷰 내용을 적어본다.
"자료를 찾으면서 그냥 만들어지는 영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걸프전 때는 히어로 만화들이 대거 제작되었죠. 걸프전 때는 배트맨이, 이라크전 떄는 스파이더맨과 헐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의 만화도 비슷한 경웁니다. 아톰도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더군요. 원폭에 대한 콤플렉스, 패전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래서 원자력을 이용한 아톰 보이라는 로봇이 만들어진 겁니다. 작고 귀여운 로봇이 덩치 큰 백인 로봇을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콤플렉스를 씻어내려는 거죠. 그 후에 만들어진 것이 마징가입니다. 큰 로봇에 작은 우주선이 도킹해 큰 로봇을 조종하는 거죠. 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개인의 삶은 보잘 것없고 불행한데도 대기업의 일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마치 자신이 거대한 로봇을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죠. 그냥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건 없습니다. 수단이었던 거죠. 비참한 것은 그나마 그런 것도 우리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남의 것을 보고 배워 은연중에 숙지가 되었던 겁니다. 그게 나름대로 한국의 특수성이기도 하구요."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 만화든 영화든 TV프로그램이든 모두가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란 점을 나는 오래토록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 영웅이든 지구의 악이든 만들어질만하니까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런 비판없이 무작정 받아들인다면 결국 바나나맨이 될 뿐이라는 것.



지구영웅전설 - 10점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주) 아름다운 청년

200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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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9단
양순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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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9단>

이 할머니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신을 할머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이의 말에는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로움과 여유, 그리고 확신이 가득 담겨져 있다. 처음에는 거북하게 느껴졌던 구어체의 말투에 곧 빠져들고 말았다. 인상적인 그녀의 말을 몇 개 들어보자.

재수 없다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냐고 자꾸 불평해봐야 소용없어. 문 밖에 세워두고 '우리 집에 왜 왔냐?' 노래 불러봐야 그놈이 가기는 커녕 저쪽으로 가려던 다른 곤란도 같이 불러온다. 그 말이야. 사고 같은 곤란도 그렇고 병도 마찬가지야.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단 말이야. 그런데 병균이란 놈한테 '나 너 싫어, 나가.'하면 '알았어.'하고 말귀를 알아들으면 좋은데, 그게 되냐고. '아, 나도 감기에 걸렸구나.'하고 얼른 인정을 하고 몸조리를 해야지. 벌써 몸에 들어 온 병균에다 대고 왜 왔냐고 고함지르고 술 먹여봐야 합병증만 생겨. 마음의 문이라는 건 삶한테만 여는게 아니야. 나한테 오는 곤란한테도 문을 열어 놓아야, 그 곤란이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단 말이야.' 언제나 편한 세월이 올까?' 이런 투정은 하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마. 그런 세월은 없으니까. 불편한 세월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잘 달래면, 그게 바로 편한 세월이 되는 거야.

나는 항상 내 자신이 재수 없는 놈이라고 '왜이렇게 나는 재수 없을까'하고 원망을 해왔었다. 하지만 이 할머니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나 재수없어. 그러니까 재수없는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해.'

놀이터나 길가에 유리조각이 있으면 그걸 보고 행여나 누가 다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바쁘다고, 귀찮다고 그냥 가지 말고 치워봐. 쓰레기통이 너무 멀리 있으면 한 쪽 구석으로라도 치우면 돼. 그렇게만 해도 기분이 개운해 질 거야. 감동한 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지.

9단은 복수해. 어정쩡하게 착한척하면서 용서 안 해. 그게 9단의 진면목이지. 대신 복수도 그냥 복수가 아니라 통쾌한 웃음이 나오는 복수,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 줬는데도 상대방은 날이 갈수록 속이 아픈 복수, 이게 9단식 복수법이다, 그 말이야. 도저히 용서 안 되는 놈이 있으면 일단 당신이 잘 살아야해. 잘 살지도 못하면서 그놈한테 해코지 하는 건 복수가 아니라 자기를 망치는 짓이야. 당신이 그놈보다 더 멋지게 살아야 마음속으로는 칼을 숨기고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해주는 인생 9단식 복수를 할 수 있단 말이지.

꽉 막힌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훈계하는 할머니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할머니 만만치 않다. 세월의 흔적이 녹녹치 않은 것이다.
말 잘 들을게요, 할머니.
고물고물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한댄다. 그래야 외롭지 않댄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고물고물 잘 놀기 위해서.
 

/ (주) 아름다운 청년
 
 2006.11.23   

 

http://blog.joins.com/ddoo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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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박지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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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그. 그가 자신의 자서전을 내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박지성의 이야기에는 수려한 미사여구도 유머도 없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되고, 그가 평범하다고 말하는 자신의 재능을 그 자신은 운이 많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실력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크지 않는 키를 원망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일렀다. 언젠가, 누군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인정해 줄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공식키는 176. 운동선수로서 좋은 체격조건은 분명 아니다. 내 키 또한 176. 일반인으로서도 분명 좋은 체격조건은 아니다. 박지성의 이러한 자세는 나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큰 경기에 임하기 전이면 언제나 나만의 주문을 외운다. ‘내가 이 경기장에서 최고다. 이 그라운드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편이지만 경기에 들어가기 전 내 안의 나를 깨워 자신감을 충전한다.


박지성은 프로다. 프로의 면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상에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나를 ‘산소 탱크’라 부르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시 뛰는 것을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도 밖에 나가기보다 집 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 성격만 보아도 뛰는 것은 내 적성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는 많이 뛰어야 잘할 수 있는 경기다. 축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뛰어야 한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많이 뛰는 선수는 그만큼 인정받을 것이고, 최고가 되고 싶다면 가장 많이 뛰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세류 초등학교는 수원시에서 축구 특화 학교로 지정할 만큼 전통을 인정받는 학교였다. 다만 한 번도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내가 6학년이었던 해 ‘금석배’ 전국초등학교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주장이었던 나는 등번호 7번을 달고 이리저리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을 이끌었다. 덩치는 작은 선수가 유난히 발 빠르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뛰었는지 대회가 끝난 후 내게 우수 선수상이 주어졌다. 그해 연말에는 ‘차범근 축구상’이라는 큰 상까지 받았다. 내가 5회 수상자였는데 한 해 전 수상자는 이동국 형이었고, 다음해에는 최태욱이 받았다.


이 대목에 알 수 있는 것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사실의 실감이다. 차범근 축구상이 잘 하는 어린 선수를 뽑은 것인지. 상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지금도 학원 축구팀에 후배들에 대한 폭력 같은 악습이 남아있다면 이 기회를 통해 당부하고 싶다. 폭력이 선배들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진정 권위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면 실력으로 승부하기 바란다. 실력과 인품이 뛰어난 선배에게는 자연스럽게 권위가 생긴다고. 이것은 그동안 내가 뛰어난 선배들을 직접 겪으며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제발 폭력은 그만!


이는 운동선수들의 학원 폭력에 대한 박지성의 진심어린 당부다.


나를 향해 야유를 쏟아붓는 홈팬들에게 일일이 내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축구선수는 오직 그라운드 위에서의 경기 내용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법. 괴로운 야유의 목소리에 벗어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네덜란드 축구, 더 넓게 유럽 축구에 적응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는 것뿐이었다. 때로는 라커룸으로 향하는 내 두 눈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리내어 울 수는 없었다. 내가 울면 성원해 주는 수많은 고국 팬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일이었다. 앞으로 나를 사랑해 줄 유럽의 팬들을 스스로 외면하는 일이기도 했다.


박지성은 참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얼굴도 잘 생기지 않았고, 말 주변도 어눌하고 축구선수로서는 부족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라운드 위에서 한껏 뿜어진다. 그에게 공이가면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생긴다. 무언가 하나 해낼 것 같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말을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로 말해야 하는 법.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박지성, 그는 멋있다.



/ (주) 아름다운 청년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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