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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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산 영웅인 바나나맨이 주인공이다. 이 소설이 영웅들의 이야기인가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실체를 미국 영웅들에 빗데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럼 한번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인공 바나나맨은 비참한 마음에 슈퍼맨 흉내를 내며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그렇게 떨어지던 바나나맨을 우연히 슈퍼맨이 구해주게 되고, 바나나맨은 D.C코믹스의 영웅들이 모여있는 정의본부로 가게되어, 애걸복걸 끝에 바나나맨이 되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이라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5개와 원더우먼이 쓸 탐폰의 구매. 여하튼 그렇게 특별한 능력도 없이 포즈만 내내 취하다가 어느날 마이애미의 정신병원 옥상에 떨어지게되고, 한국으로 돌아간 바나나맨은 어디 구석탱이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게 된다. 끝까지 영웅들을 잊지 못하던 바나나맨은 이메일을 보낸다. 그것 때문에 슈퍼맨은 다시 한번 바나나맨을 찾아오고 새로운 적의 출현을 알린다.
"제 3세계 민족주의라는 놈들이야, 딴 건 필요없고, 열심히 응원이나 해. 포즈나 확실히 잡아주고 말이야."
바나나맨이 슈퍼맨에게 묻는다.
"우리 친구지?"
슈퍼맨이 대답하며 떠난다.
"물론"

바나나는 겉은 노랗지만 껍질을 까보면 솔살은 흰색이다. 자신도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바나나맨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맨은 냉전시대의 힘의 상징으로 소련의 붕괴와 함꼐 그 운명을 같이 했다. 소련은 1991년에 슈퍼맨은 1992년에 죽는다. (물론 필요에 의해 슈퍼맨이 리턴했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미국에겐 배트맨이 있다. 거대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대표주자 배트맨은 뒷치기 전문으로 돈으로 세계를 주무른다. 그럼 원더우먼은 뭐하느냐구? 당근을 준다. 달랜다는 말이다. 그럼 아쿠아맨은, 복제 가능한 일회용 통조림, 아쿠아맨은 전세계에 있다. 그들은 미국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며 정보통이 된다. 바나나맨은 처음에 자신이 영웅의 대열에 끼는 것을 거부당한다.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일이나 하고 옆에서 포즈나 취하는 바나나맨. 그것은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슬픈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얀 속살을 열망하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작태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바나나맨들...
분명 노란 바나나인데..
속은 하얀 사람들이 많다...

작가 인터뷰 내용을 적어본다.
"자료를 찾으면서 그냥 만들어지는 영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걸프전 때는 히어로 만화들이 대거 제작되었죠. 걸프전 때는 배트맨이, 이라크전 떄는 스파이더맨과 헐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의 만화도 비슷한 경웁니다. 아톰도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더군요. 원폭에 대한 콤플렉스, 패전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래서 원자력을 이용한 아톰 보이라는 로봇이 만들어진 겁니다. 작고 귀여운 로봇이 덩치 큰 백인 로봇을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콤플렉스를 씻어내려는 거죠. 그 후에 만들어진 것이 마징가입니다. 큰 로봇에 작은 우주선이 도킹해 큰 로봇을 조종하는 거죠. 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겁니다. 개인의 삶은 보잘 것없고 불행한데도 대기업의 일원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마치 자신이 거대한 로봇을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죠. 그냥 만들어진 영웅이라는 건 없습니다. 수단이었던 거죠. 비참한 것은 그나마 그런 것도 우리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남의 것을 보고 배워 은연중에 숙지가 되었던 겁니다. 그게 나름대로 한국의 특수성이기도 하구요."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 만화든 영화든 TV프로그램이든 모두가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란 점을 나는 오래토록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 영웅이든 지구의 악이든 만들어질만하니까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런 비판없이 무작정 받아들인다면 결국 바나나맨이 될 뿐이라는 것.



지구영웅전설 - 10점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제8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주) 아름다운 청년

200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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