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
박지성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멈추지 않는 도전>



박지성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그. 그가 자신의 자서전을 내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박지성의 이야기에는 수려한 미사여구도 유머도 없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되고, 그가 평범하다고 말하는 자신의 재능을 그 자신은 운이 많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실력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도 크지 않는 키를 원망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일렀다. 언젠가, 누군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인정해 줄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공식키는 176. 운동선수로서 좋은 체격조건은 분명 아니다. 내 키 또한 176. 일반인으로서도 분명 좋은 체격조건은 아니다. 박지성의 이러한 자세는 나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큰 경기에 임하기 전이면 언제나 나만의 주문을 외운다. ‘내가 이 경기장에서 최고다. 이 그라운드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편이지만 경기에 들어가기 전 내 안의 나를 깨워 자신감을 충전한다.


박지성은 프로다. 프로의 면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세상에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나를 ‘산소 탱크’라 부르지만 고백하건대 나 역시 뛰는 것을 그다지 즐거워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도 밖에 나가기보다 집 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 성격만 보아도 뛰는 것은 내 적성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는 많이 뛰어야 잘할 수 있는 경기다. 축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뛰어야 한다.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많이 뛰는 선수는 그만큼 인정받을 것이고, 최고가 되고 싶다면 가장 많이 뛰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세류 초등학교는 수원시에서 축구 특화 학교로 지정할 만큼 전통을 인정받는 학교였다. 다만 한 번도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내가 6학년이었던 해 ‘금석배’ 전국초등학교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주장이었던 나는 등번호 7번을 달고 이리저리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을 이끌었다. 덩치는 작은 선수가 유난히 발 빠르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뛰었는지 대회가 끝난 후 내게 우수 선수상이 주어졌다. 그해 연말에는 ‘차범근 축구상’이라는 큰 상까지 받았다. 내가 5회 수상자였는데 한 해 전 수상자는 이동국 형이었고, 다음해에는 최태욱이 받았다.


이 대목에 알 수 있는 것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사실의 실감이다. 차범근 축구상이 잘 하는 어린 선수를 뽑은 것인지. 상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지금도 학원 축구팀에 후배들에 대한 폭력 같은 악습이 남아있다면 이 기회를 통해 당부하고 싶다. 폭력이 선배들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진정 권위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면 실력으로 승부하기 바란다. 실력과 인품이 뛰어난 선배에게는 자연스럽게 권위가 생긴다고. 이것은 그동안 내가 뛰어난 선배들을 직접 겪으며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제발 폭력은 그만!


이는 운동선수들의 학원 폭력에 대한 박지성의 진심어린 당부다.


나를 향해 야유를 쏟아붓는 홈팬들에게 일일이 내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축구선수는 오직 그라운드 위에서의 경기 내용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법. 괴로운 야유의 목소리에 벗어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네덜란드 축구, 더 넓게 유럽 축구에 적응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는 것뿐이었다. 때로는 라커룸으로 향하는 내 두 눈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리내어 울 수는 없었다. 내가 울면 성원해 주는 수많은 고국 팬들에게 너무도 미안한 일이었다. 앞으로 나를 사랑해 줄 유럽의 팬들을 스스로 외면하는 일이기도 했다.


박지성은 참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얼굴도 잘 생기지 않았고, 말 주변도 어눌하고 축구선수로서는 부족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라운드 위에서 한껏 뿜어진다. 그에게 공이가면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생긴다. 무언가 하나 해낼 것 같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말을 한다. 축구선수는 축구로 말해야 하는 법.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박지성, 그는 멋있다.



/ (주) 아름다운 청년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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