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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 프린스턴대학교 인생탐구 대기획 ㅣ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2
수전 울프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어렷을적에 어버지께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건지 여쭤본적이 있다. 어버지는 나중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지거나 큰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대답하셨던 거 같다. 그 말이 거짓임을 깨닫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꽤 방황하였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시작에 불과하였고 조금도 특별한 하루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낭비하는 생활이었고 무엇하나 재미난게 없었다. 그런 시간동안 만났던게 클래식 기타였다. '카바티나'라는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처음으로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이후로 틈만 나면 클래식 기타 연습에 매진하였고 손가락도 부르트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하루하루 느는 나에 모습을 보여 '성취감'을 느꼈다.
"삶이란 무엇인가" 책의 서문에는 니체의 격언이 있다. '나'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삶'이다. 언뜻보면 쉬운말 같지만, 참 어려운 말이다. 오늘 하루 '나'라는 사람을 느꼈던 적이 몇번이나 있었었나..? 나는 '나'로 살았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에 이리 저리 끌려다니며 살았나..
알랭 드 보통은 일상의 삶이야 말로 철학의 절정이라고 하였다. 일상의 철학은 절대 '일상'적이지 않다. 책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돌직구로 시작한다.
저자는 삶의 의미에 대해 주관적인 이끌림와 객관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관적인 이끌림의 의미는 우리가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어떤 대상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정적으로 몰두한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가령 마약에 빠지거나 십자 퍼즐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것처럼, 중독으로 인해 인생을 허비하는 것을 의미 있는 삶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때, 완전히 몰입하여 있을 때 우리 느끼는 감정을 '성취감' 이라고 정의해 보자. 성취감은 분명히 긍정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에는 성취와는 상관없이 단지 쾌락적인 관련된 것들이 있다. 가령 롤러 코스터를 타거나, 달콤한 아이스 크림을 먹거나, 옷을 사는 일은 모두 강렬한 기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성취감과 무관하다. 성취감은 다양한 긍정적인 감정 중의 하나이지만, 성취감을 주는 일은 때론 근심과 고통도 동시에 준다는 점에서, 다른 긍정적인 감정과 다르다.
성취감은 좋은 직장과 소중한 가족 그리고 건강까지 모든 걸 누리고 있는 데도 자기 삶에서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에 괴로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탈출구를 제공한다. 어느길로 가야 할지, 내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안락, 명예, 부와 같은 피상적인 목표에 집착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조언을 들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취 관점 역시 쾌락주의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쾌락 주의가 말하는 최고의 삶의 기준은 전적으로 각각의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질적인 특성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런 까닭으로 삶의 의미르 찾는 데는 성취 관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취감을 얻고 유지 할 수 만 있다면 '어떤'대상 및 활동에 열정을 기울일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저자는 '시시포스'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시시포스는 지루하고 허무한 노동을 영원토록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지만, 만약 신이 시시포스에게 성취감을 느끼는 주사를 놓게 된다면..? 시시포스 자신에게 노동은 더이상 지루한 일이 아니겠디만, '허무감'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지루함에 벗어 나겠지만, 여전히 그 노동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 노동의 본질은 전혀 변한 것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시시포스에 결핍되어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기 위해 '객관적인 측면'에 대해 말한다.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삶이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긍정적인) 관여'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주관적인 조건을 충족하였는 대도 외부 대상과 아무런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 지만 행위자 자신이 자신의 외부 대상에 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은 단지 특정 감정을 '느끼는 ' 삶이 아니라, 특정 형태로 '존재하는 ' 삶에 대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 부터 긍적 적으로 평가 받고, 존경 받으며, 가치를 인정 받는 삶을 희망하고 있다. 객관적 가치에 긍정적 방식으로 관여하고, 이를 실현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삶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