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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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신문에서 금리를 1%까지 내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물론 수많은 어려운 계산과 통계에 의해 내린 결정이겠지만, 경제학을 배운적이 없는 나같은 사람도 요새의 경제 기사들을 보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주가도 오름새라는데,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취직을 못하고 있고 소비는 줄고 살기는 팍팍하다. 금리를 올리는게 맞느냐 그르냐를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말하고 싶은건.. 어떤 '상식'이다. 

 몸이 아프신 환자분들의 보호자를 뵈면,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의학지식은 없지만, 긴 인생경험에서 나온 상식같은 것이있다. 가령 '열나는데 진통제만 주면 그만인가요?' '배가 손도 못댈정도로 아픈데 뭔가 CT라도 찍어봐야 되는것 아닌가요?' 정말 실력있는 의사는 보호자분들이 이런말을 하기전에 미리 미리 환자의 증상과 생체징후를 잘 파악하고 조치를 하는 사람이겠지만, 정말로 위험한 일은 이런 보호자분의 의견을 의학지식 없는 일반인이라고 묵살하는 것이다. 

 '소비를 그만두다'라는 책은 머리 아픈 경제용어는 하나도 있지 않지만, 어떤 상식에 기반한 책이다. 모든 나라가 펑펑 써대면, 지구는 파산 할 것이라던가. 한 국가가 언제까지고 성장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들. 처음 들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공공연하게 하는 신문, 방송은 단 한 군데도 볼 수 없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온통 'D의 공포' '한은 또다시 예상 경제 성장률 낮추다' 같은 성장을 못해 걱정인 이야기들만 태반이다. 

  많은 의료경험이 있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를 아픈 사람에 비유 해보고 싶다.  말기 암 환자분들이 임종에 다가 오면, 피검사에서 수많은 수치가 빨간 불이 켜진다. 콩팥수치도 오르고 산소 수치도 떨어지고... 본능적으로  의사는 그것을 교정하고 싶다. 수액도 주고 필요하다면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이라도 진행하여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시키고픈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치료'들이 정말 환자분과 보호자분한테 이로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인공 호흡기를 달면 산소 수치는 오를지 모르지만, 환자분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채 외로이 죽음이 다가 오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가 말기 암환자의 그것처럼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난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경제 성잘률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가계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 싼값에 또다시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소비를 하라는 것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성장률을 붙잡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맞는 해법일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일본의 젊은이들은 '득도'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젊은이들은 생산하고 싶은 마음도,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시대의 아픈 단면이고 자의로 그렇게 된게 아닌 이들도 많겠지만, 그들의 행복지수는 다른 세대들에 비해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단지 '성장' 과 '생산' '돈' 으로 측정 되지 않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 때가 온것이다. 
 
 책의 저자는 우리가 소비에 집착하게 된게 얼마 되지 않은 최근이라고 한다. 나만 하더라도 어렷을 적에  동네 햄버거 가게 아저씨 한테 천원짜리 햄버거를 사먹었던 적이 있었다. 햄버거 빵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좋아서 서성거리면 아저씨가 팔다 남은 것들을 챙겨 주셨던 기억이 있다. 200원 짜리 쌍쌍바를 사서 친구들과 나눠 먹고 소독차를 따라 다니면서 괴성을 지르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전화 한통이면 집에까지 햄버거도 배달을 해주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으면 새벽에도 마음껏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것인가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겠다. 
 
 대학은 점점 직업 전문학교가 되어가고,  인문학을 가르치는 곳은 없어진다. 토익이 900 점 밖에 안된다고 울상이지만, 1달에 재대로된 책 한권도 읽을 여유도 없는 우리 세대. 정말 잃어버린게 '취직' 이라는 것 뿐일까? 우리 세대의 진짜 불행은 재대로된 질문을 던지는 이가 부족하고, 주위와 연대하는 그런 것을 잃어버린 것아닐까?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 조각조각 파편화 되고, 유일한 소통창은 SNS 와 매스미디어들이 전부가 되어, 진짜 소통이 무엇인지 잃어 버린것 아닐까?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오류는 항상 그 질문 자체에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왜 성장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성장하지 않는 경제, 그 이후의 삶에 관한 것 아닐까? 

 




안팔리는 화가인 내 친구는 아직도 `돈은 가진 사람한테 받아쓰면 된다. 그러면 사는 데 문제 없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
돈이란 것은 누군가 가진 사람이 있으면 되지, 모두가 부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중에 돈 있는 이가 있고, 그것을 잘 돌려쓰면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고 방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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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3-1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은 총재 기자회견 보니,
금리를 왜 내리는지,경기가 왜 나빠졌는지,제대로된 설명이 없더군요
정말 안타깝고 열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ㅎ

오쌩 2015-03-16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잘읽었어요
먹고사니즘에 치우쳐 모든 가치들이 빛바래지는것 같아 슬프네요ㅠ

keaton35 2015-03-16 11:36   좋아요 0 | URL
먹고사니즘.. 참 재밌는 표현 같습니다ㅋ 하찮은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