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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지금에 관한 책 - 역사 ㅣ 처음 철학 그림책
페르닐라 스탈펠트 지음, 홍재웅 옮김 / 시금치 / 2023년 10월
평점 :
기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수학 길이 재기 단원에는 어림하기가 나온다. 그 부분을 가르치면서 기준에 대해 생각했다. 막연히 어림을 하라고 하면 정말 상식 밖으로 어림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 설정부터 지도하도록 교과서는 구성되어 있다. 기준은 어림하고자 하는 길이보다 작게 설정된다. 기준을 가지고 더 큰 길이를 어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친구들은 마치 좀 전에 다룬 기준 설정은 배운 적이 없는 것처럼 매번 새롭게 처음부터 얼토당토 아니한 수, 뜨금 없는 수를 외치면서 찍는다. 찍기에도 기술이 있다는 데 그걸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쳤는데 ‘역사=발자취, 기록, 학문분야’ 라고 나오고 그 다음 문장은 ‘지금보다 앞선 시간에 일어난 모든 일과 자연현상, 인간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자 기록을 말한다.’라고 적혀있다. 기준이 ‘지금’이었다. 나는 과연 역사를 뭐라고 생각했나? 나에게 역사의 기준은 뭐였나?
제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전, 네이버 사전에 의한 역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역사 歷史 1.명사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명사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명사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이라고 되어 있다.
내가 아는 역사도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준이 지금이 되면서 [새로운 ‘지금’이 오고 있다] 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이고 너무 맞는 말인데 문자화되어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첫 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다음 페이지에서도 여전히 지금이 기준이 되어 우리의 일상들을 소개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과 내가 누워 잠자는 침대들이 예전에는 어떠했는지 알려준다. 칫솔의 역사, 냉장고의 역사, 세탁기의 역사 등 내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는 물건들이 예전에는 어떠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군가 혁명을 일으키고 누군가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누군가 전쟁에서 영웅이 되는 것만이 역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지금보다 이전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이 역사임을 느낀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내 자신도 역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