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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최전선
허동현·박노자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프레시안에 연재되었던 박노자 교수와 허동현 교수의 토론을 책으로 만난 것은, 또다른 시각으로 근대사를 포함한 우리역사를 돌아보게 한 박노자 교수의 다른 글을 만난 것 만큼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보수'라고 지칭했을 때 자연스럽게 '우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 것이 스스로 극우와 보수를 구분짓지 않는(!) 보수진영의 안이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보수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교육의 맹점이었던 겉핥기식 근대사교육을 다양한 방향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큰 열매가 아닐까싶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들을 배치하고, 풍부한 사진과 간략한 사건설명, 그리고 기타 관련 사실들이 잘 설명되어서, 긴 내용이었음에도 책을 읽는 순간이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두 교수의 입장을 단순히 진보 대 보수의 시각으로 구분지은 것은 스스로 그렇게 규정한 것 뿐만 아니라 이해를 쉽게 하고, 논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진보냐 보수냐로만 구분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이 분이 이문제에 대해서는 좀 다른 시각을 갖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사안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박노자 교수가 완전한 타인(이렇게 불러도 될 진 모르겠지만)의 입장으로 근대사를 바라봄으로 해서 그 당시의 한국상황에서 취할 수밖에 없던 것들에 대한 한계를 간과한 경우, 그것을 보충해 주는 것은 허 교수의 '한국적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 보충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경우를 '특수한 상황'으로 몰고 가서는 안되겠지만, 보편적인 가운데서도 그 시기에 우리가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상황들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폄하되거나 과대평가 되지 않고, 지금을 돌아보고, 지금의 우리가 어떤 입장을 정하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지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교수님들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부분인 한국사회에서의 보수층들에 대한 목소리가 반가웠다. 보수를 '기존질서'에 대한 보존과 역사속에서 목소리가 차단되었던 개인들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 지속적이고 연관된 발전중시와 같은 맥락으로 파악했을 때, 현재 한국사회의 보수라고 불리우는 집단들이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려 있다는 비판은 정확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의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들이 보수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지켜내자'고 하는 것이 개인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였던 적이 있었나?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기존질서'와 '개인의 가치'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기에 편한 '질서'였고, 근대화를 지나면서 권력의 그늘에서 단물을 받아 먹으며, 지금껏 역사에서 단 한번도 빼앗기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지 못한 채 쌓아온 부와 권력을 가진 '개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가?
한국사회가 좀더 본질적으로 근대화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수구세력과 공동체보다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극우'들의 목소리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합리적인 보수의 목소리가 커져야만 사람들이 '보수'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부정적인 인식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허동현 교수님의 좀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목소리들을 많이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