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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건희 회장 "모든 허물 안고 떠납니다."
오늘 아침 한국경제 1면에 나온 기사 타이틀이다. 어제 11시에 일어났던 사건을 이제서야 보고 이렇게 될수도 있구나 싶은게 놀랍고도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세상을 참 많이 모르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관심 갖고 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주춤하기도 했다. 세상이 이런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진즉에 알았지만 그 규모는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돌려서 생각해보면, 나 조차도 몇번이나 곤란한 일을 피하려고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적이 있었으니 돈 많은 사람들이야 오죽했을라구. 기사내용을 보니 이건희 회장의 떠남이 형식적이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개 숙였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했다.
바위같이 단단했던 삼성왕국이었다. 그 삼성왕국에 도전하고 개선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이 책에 나와있는 김용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상조, 노회찬, 심상정, 이상호, 김성환이다. 사랑과 정열 없이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그 단단함에 돌을 던지고 항의하여 이뤄낸 성과에 지금 쯤 축배를 들고 있으려나? 왠지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주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소식과 국외의 반응들이 영 불편하다. 잘 해결되고 잘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삼성 제품을 쓰지말까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직원도 귀족같다는 삼성의 생산직 근로자가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문제였는데, 그런 취급을 받은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속상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엄니는 삼성대리점에 우수고객 초청 오찬에 참석하여 차돌배기를 구워드시는 일이 벌어졌으니....(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왜 느닷없이 삼성제품 영업을 하신걸까?) 세상은 신념대로 살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고 가족이 그런 신념을 도와주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에 책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이 책도 책이기에 몇자 적어본다. 각 인물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고 인터뷰를 다시 옮기는 와중에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이 불편했다. 마치 같은 부분을 계속 읽고 있는 느낌이라 싫었다. 중요한 말들이니 앞에서도 인용해서 썼겠지만, 자꾸 반복되면 식상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이런류의 책에서 그런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신경써서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더이상 추해지지 않고 물러나준 삼성 왕족들에게 박수를, 이 책에 나와 있는 게릴라들과 더 있을 수많은 게릴라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그 게릴라들의 가족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