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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애란 저 | 창비 | 2005년 11월 | 페이지 268 | 322g | 정가 : 9,500원


눈이 댕그란 이 작가는 스물 다섯살에 이 책을 썼단다. 사진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여, 평소에 나이 스트레스 좀 받았겠다 싶은게 남 일이 아닌듯 느껴졌다. 작가의 얼굴은 언젠가 종로 파고다공원 앞에서 내 머리 위에 조상신이 있어 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고 말하던 말간 얼굴의 도인과 한비야님의 얼굴과도 겹쳐보인다. 작가는 내가 보기에 그렇게 강렬하게 생겼다. 책을 작가 얼굴로 보지 않는 나이지만, 너무 강렬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첫번째 단편인 [달려라, 아비]는 아비가 딱 한번 뛰었다는, 그것도 엄마와 어떻게 한번 자보려고 피임약을 사러 산동네를 한달음에 뛰어내려갔다던 아비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가 임신한 걸 안 순간, 달려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아비와 아비보다 더 빨리 택시를 운전하면서 달리는 엄마, 그리고 삭막하게 자라가는 나와 타국에서 아비의 또 다른 자식이 보낸 아비의 사망소식은 갑갑하지만 경쾌하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익숙한 편의점을 전전하는 주인공이 한 편의점에 붙박이로 다니다가 한 편의점의 단골이 되고 파란색 조끼의 청년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다고 생각했을 즈음 피치못할 사정으로 열쇠를 맡기려는 순간 편의점 청년이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쓸쓸하다.  

어느 이야기 하나 쉽지가 않지만 짧은 문장으로 경쾌하게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들은 밝지도 않고 알고보면 지리멸렬하고 우울한 일상의 연속이다.  독신이거나 편모나 편부이거나 외롭지만 외로움을 이겨내면서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리하고 흔한 사랑이야기보다 삶의 냄새가 더 강하게 남아 인상깊다.  작가의 장편도 기대해본다.

- usnthem 제공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를 직장동료인 usnthem에게 빌려 읽은 후 리뷰를 썼는데 뜻밖의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2G 메모리 스틱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상상력"이라는 책을 받게 되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usnthem이 제공인을 밝히지 않는다면 더이상 책을 빌려 줄수 없다하여 부득이하게 제공인을 밝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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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전지한 지음 / 에듀박스(주)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전지한 저 | 에듀박스 | 2008년 02월페이지 | 270 | 508g | 정가 : 9,800원




얼마 전에 꿈을 꾸었는데, 악보도 못 보는 내가 아주 능숙하게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 후로 TV에 나오는 피아노 광고를 보면 피아노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 즈음에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는데, 꿈 생각을 까맣게 잊고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었다.  책은 시작부터 심심했다.  한 남자의 눈에 한 여자가 박혀들어왔는데, 소심한 남자가 제대로 작업한번 걸어보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그저 그런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니 왠지 주인공에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남자의 소심함과 그 여자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지고 이 남자의 미련함과 미련함 끝에 결국은 교본을 완성하고야 마는 그 정성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글도 지루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흡입력이 있다.  책의 거의 반이 교본인데, 악보를 전혀 못보는 내가 궁금증에 한장한장 넘겨가며 교본을 다 봤으니 교본도 소설의 주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교본의 악보를 제대로 봤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리고 교본에는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다.  지금 아래에 링크해 둔 사이트에 들어가서 동영상을 보는 중인데, 전혀 소심하게 생기지 않은 저자가-피터팬컴플렉스의 리더- 또박또박 설명해주는 것이 정말 재밌다.  교본을 받은 서은혜는 끝까지 봤을까?  과연 그녀는 피아노를 죽이게 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잊고 있었던 꿈이 생각나고 잘 하면 나도 피아노를 잘 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망상에 빠지며, 사일런스 피아노가 마구마구 사고 싶어졌다.  옛날에는 엄청나게 비싸다고 생각했던 피아노가 몇년마다 갈아치우는 컴퓨터보다 싸다는 생각을 하면, 놓을 자리만 마련된다 하나 사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된다.

그의 피아노 동영상이 있는 사이트 Click!!

위에 있는 사진은 길지만 자판은 쳐도 피아노는 못 치는 내 손.
동영상 꼭 볼것!
내가 서은혜라면 이 남자와 꼭 사귈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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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2008-05-05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이 참 예쁘시네요. 정말 피아노 치면 어울릴 것 같은 손.
덕분에 동영상 잘 보고 갑니다~~

오로지관객 2009-05-10 16: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1년이 지나서야 답글을 다네요. ^^

젊은느티나무 2008-10-3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손 이쁘시네요~^^ 저도 요새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피아노가 너무 갖고 싶어요~^^

오로지관객 2009-05-10 16:06   좋아요 0 | URL
피아노는 아직도 못배우고 있습니다. 빨리 상황이 정리되고 뭔가 하면서 살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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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건희 회장 "모든 허물 안고 떠납니다."

오늘 아침 한국경제 1면에 나온 기사 타이틀이다.  어제 11시에 일어났던 사건을 이제서야 보고 이렇게 될수도 있구나 싶은게 놀랍고도 마음이 영 편안하지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세상을 참 많이 모르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관심 갖고 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주춤하기도 했다. 세상이 이런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진즉에 알았지만 그 규모는 상상이상이었다. 하지만 돌려서 생각해보면, 나 조차도 몇번이나 곤란한 일을 피하려고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적이 있었으니 돈 많은 사람들이야 오죽했을라구. 기사내용을 보니 이건희 회장의 떠남이 형식적이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개 숙였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했다.

바위같이 단단했던 삼성왕국이었다. 그 삼성왕국에 도전하고 개선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이 책에 나와있는 김용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상조, 노회찬, 심상정, 이상호, 김성환이다. 사랑과 정열 없이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그 단단함에 돌을 던지고 항의하여 이뤄낸 성과에 지금 쯤 축배를 들고 있으려나? 왠지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주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소식과 국외의 반응들이 영 불편하다. 잘 해결되고 잘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삼성 제품을 쓰지말까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직원도 귀족같다는 삼성의 생산직 근로자가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문제였는데, 그런 취급을 받은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속상한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엄니는 삼성대리점에 우수고객 초청 오찬에 참석하여 차돌배기를 구워드시는 일이 벌어졌으니....(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왜 느닷없이 삼성제품 영업을 하신걸까?)  세상은 신념대로 살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고 가족이 그런 신념을 도와주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에 책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이 책도 책이기에 몇자 적어본다. 각 인물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고 인터뷰를 다시 옮기는 와중에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이 불편했다. 마치 같은 부분을 계속 읽고 있는 느낌이라 싫었다. 중요한 말들이니 앞에서도 인용해서 썼겠지만, 자꾸 반복되면 식상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이런류의 책에서 그런 자주 경험하는 상황이지만 조금 더 신경써서 편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더이상 추해지지 않고 물러나준 삼성 왕족들에게 박수를, 이 책에 나와 있는 게릴라들과 더 있을 수많은 게릴라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그 게릴라들의 가족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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