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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즈
박소해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2월
평점 :
#허즈번즈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한 명이 아닌 것 같다.”
이 강렬한, 도파민이 터지는 문장을 보며 골똘히 생각하게 됐다.
남편이 한 명이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이 두렵고 무서웠을 텐데, 복수 계획을 세운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읽어보고 싶었던 찰나에 책을 읽게 되었다.
실제로 만난 실물 책은 나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는 여성, 거울을 감싸고 있는 사람, 그리고 거울을 감싸고 있는 또다른 손들이 눈에 띄었다.
책은 1945년부터 1990년까지를 품고 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한국전쟁까지 굵직한 역사의 줄기를 따라 전개된다.
[줄거리]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외할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던 수향은 어느 날 무병에 시달리게 되고 무당인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굿을 치른다. 이후 수향은 남들은 보거나 듣지 못하는 걸 보고 듣는 아기 심방(무당)이 된다.
여동생과 외할머니를 잃고 여태 몇 번 만난 적도 없는 친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경성(지금의 서울)로 가게 된다.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조선, 고위직이었던 아버지는 적산가옥을 불하 받아 나가스 가문의 저택에 입성하게 된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리를 듣고, 자꾸 무언가를 보게 되는 수향.
찜찜하지만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기고 그 방에 원래 있던 책을 벗삼아 살아간다. 학교에 다니며 교원을 꿈꿨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가세가 기울어지자 수향은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 ‘영우’와 강제로 혼인을 하게 되고 본인이 쌀과 맞바꾸어졌음을 알게 된다.
얼른 손주를 보기를 원하는 쌀가게 노인으로 인해 월,수,금 합방을 했던 영우와 수향.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 수향은 결국 남편이 영우 ‘한 명’이 아님을 알게 된다.
책을 읽으며 유독 눈에 띄었던 단어는 ‘해방’이었다.
결국 나가스 저택에 모여 살게 된 모두는 각자의 ‘해방’을 갈망하던 이들이었다.
각자를 속박하던 여러가지 주,객관적 환경으로부터의 해방을 갈망하던 이들이 그곳에 모여 살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에도 마음을 다잡아 흔들리지 않고, 해방을 위해 꿋꿋히 길을 만들어 나아가는 사람은 바로 ‘수향’이다.
“눈물도 물어주게. 물이 흐르멍 길이 나주게.”라는 외할머니의 말씀처럼 나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으로 눈물을 흘리게 되는 수향이지만 그 눈물에 주저앉지 않고 눈물을 닦고 일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주변 인물들을 포용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이 소설을 손에서 뗄 수 없는 이유이다.
528쪽이라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빠를 수 밖에 없었다. 주체적인 여성, 수향의 매력이 제일 컸다. 두번째는 해방시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밀도있게 응축되어 있다. 단순히 소설의 시대배경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을 함께 다루고 있어서 더 소설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숨어있다. 주요인물에 대한 설명, 나가스 저택 조감도, 회상이나 꿈을 꾸는 장면에 대한 자연스러운 분리 등 소설에 푹 들어가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여러 장치들이 곳곳에 있다.
그래서 한 번도 막힘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2025년 연말에 읽기 시작해서 2026년 첫날인 오늘 읽은 이 책은 페이지 터너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영상화가 필요하다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으면서도,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과 ‘공동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여러 겹의 매력을 지닌 책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주체적인 수향을 많은 사람들이 만나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