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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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추락’을 경험한다.

예상치 못한 사고, 관계의 균열, 무너지는 믿음, 그리고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까지. 많은 일들이 우리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이희영 작가의 신작 「낙하」는 제목에서도,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 보이지 않는 밑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다. 무엇이, 어디까지 떨어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소설은 첫 장부터 끊임없이 ‘추락’을 이야기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 알 수 없는 사고로 계곡 아래로 추락한 자동차, 그리고 아래로 가라앉은 감정들, 반대로 크게 울려 퍼지는 절규까지.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곱씹으며 읽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한 뒤 다시 첫 장을 펼치면 모든 문장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낙하」는 단 한번으로는 다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결말을 알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 밖에 없다.

읽는 내내 #망한사랑 이라는 단어를 계속 생각하며 읽었다. ‘이 소설 속 이 사랑을 경험한 이는 누구이며, 그 사랑은 누구를 향한 것일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의 상처와 그로 인한 ’낙하‘는 사랑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말이야. 가장 가까운 존재의 희생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든.“

이 문장을 읽고 한참 멈춰 있었다.

「낙하」는 단순히 어떤 관계의 비극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비겁함, 그리고 그것을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참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다. 나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에게 비수를 꽂았던 말과 행동들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결국 나의 평온을 지키고자 했던 이기심이었음을.

「낙하」는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오래도록 책을 덮지 못하고 그 여운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 책의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책을 통해 이미 한번 추락을 경험한 이는 이전과 같은 눈으로 이 소설을 읽을 수 없다.

이 추락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이 질문을 작가에게 꼭 던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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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테이프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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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총소리로 시작하는 <믹스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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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그만두고 민간 조사원으로 전직하고 업계 최고를 달리고 있는 나승우는 부국그룹의 천부국 회장으로부터 의뢰를 받게 된다.

“나는......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찾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여러 노래를 녹음해 둔 믹스테이프를 찾는다며 일주일 안에 찾으면 12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이야기 한다. 천부국 회장이 찾는 믹스테이프는 바로 ‘죽은 자의 목소리가 녹음 되어 있는’ 테이프.

나승우는 곧장 조수 지미소와 함께 믹스테이프의 향방을 쫓는다. 이 테이프에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점차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믹스테이프의 저주로 인해 발생한 일까지 알게 되었는데... 샘플북인지라 그러다 이야기가 끊겼다.

그동안 전건우 작가가 쓴 단편은 읽어봤지만 장편은 처음이었다. 평소 추리•스릴러랑은 다르게 공포는..장편을 너무 무서울까봐 (🤣) 도전하지 못했는데.. 워크맨, 마이마이에 테이프를 들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반가운 마음에 샘플북을 받아봤다.

테이프 A면을 재생 시키면 얼른 다 듣고 테이프를 뒤집어 B면을 들어야 하는데..내가 듣지 못한,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지는 책이다.

7월 13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

*이 샘플북은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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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흔들리는 법 : 엄마의 그림책 마음 묵상 - 믿음 IN 그림책 IN 그림책
김혜경 지음 / 생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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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흔들리는법
#도서제공

그야말로 틈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자기 일상을 보내다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왕 F인 나는 쉽게 공감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쉽게 내 감정에 휘둘린다. 장점이자 매우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에 휘둘리고 흔들리다 보니 이는 타인이 나를 볼 때 불편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감정이 앞세워지는 나는 감정의 노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얇은 책이었다. 『잘 흔들리는 법 - 엄마의 그림책 마음 묵상』. 종교와의 연관성이 있지도 않고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이었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 경직되어 있고 그것이 독이 되고 있는 나의 상태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림책이 어떻게 책 속에 녹아 있을까에 대한 궁금함도 한몫했다.

짤막한 파트마다 그림책을 소개한다. 주로 ‘감정’과 관련된 그림책들이다. 그리고 ‘묵상’이라는 제목에 맞게 크리스천인 김혜경 작가의 자기 고백 혹은 생각이 뒤이어 나온다.
묵상이라는 단어를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뜻을 몰랐던 나는 사전을 찾아봤다.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함.
말없이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림.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보니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조용히 묵상을 했던 것 같다.

‘불안’, ‘외로움’, ‘분노’부터 ‘인정’, ‘존중’, ‘신뢰’까지 사람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과 타인에 대한 생각, 태도를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다룬다. 그리고 이 소재들과 연결되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그림책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단순히 ‘그림책 = 아이들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깨지게 되었다. 그림책의 특징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혜경 작가는 한 명의 인도자가 되었다.

잘 흔들리는 법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온전히 찾지 못했지만, 나의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고 헐거워진 마음을 내 힘으로, 비록 약할지라도 다시 단단히 세우는 것이 아닐까.

김혜경 작가는 종교에 의지하고 그로 채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나에게는 그것이 무엇일까. 이 책이 나에게 던져준 또 다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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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정답이다 나비클럽 소설선
장우석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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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정답이다
#도서제공

연작소설 속 주인공 ‘주관식’은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밤에는 고양이 탐정으로 활동한다. 이 책을 쓴 장우석 작가 또한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주인공과 똑같이 ‘호두’라는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연작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주관식의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담긴 문장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우석이라는 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다정함과 세계를 가장 솔직하게 녹여낸 인물이 바로 주관식이 아닐까 싶었다.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
책 띠지에 적힌 이 문장처럼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상실에서 출발한다.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 불행을 겪게 될까 두려워 일부러 반려동물과 헤어진 사람,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까지. 저마다의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주관식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직접 발 벗고 나서 고양이를 찾아다니고, 사례는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강아지를 찾아 헤매게 될 (또는 헤매고 있을) 누군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애써볼 가치는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왜 이 책이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데도 문장마다 사람을 향한 세심하고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다. 읽는 내내 꼭 무릎 위에 강아지 한 마리가 가만히 올라와 있는 듯한 온기가 있었다. (고양이는 내 무릎 위에 올라와본 적이 없어서 상상으로만…)

“모든 수의 시작이 0이듯이, 삶은 상실에서 시작한다”라는 문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내게 ‘분해 후 재결합’이었다. 책 속 인물들은 주관식을 만나며 다시 연결된다.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금이 간 자리 위로 사랑이라는 새 살이 천천히 돋아나는 느낌에 가깝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를 덮으며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 (특히 p.150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고3 수능 전날까지도 수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래서인지 수학교사이자 고양이 탐정인 주관식이 추리를 할 때마다 수학적 논리를 끌어오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혔다. 솔직히 무슨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인상 깊었던 건 ‘곱하기’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곱하기의 힘. 상실과 상실이 만나 더 큰 슬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다. 같은 공간에 몇 분만 있어도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미친 듯이 기침이 난다. 그래서 고양이를 가까이할 수 없고, 늘 멀리서 바라보거나 사진으로만 봐야 한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상할 만큼 행복한 책이었다. 직접 만질 수도, 품에 안을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 아마 이 책은 그런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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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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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노동은 흔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에 주목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월급사실주의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이 2024년 11월부터 한겨레에 연재해온 산문을 묶은 것으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초상을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만드는 일’, ‘잇는 일’, ‘지키는 일’, ‘살피는 일’이라는 네 가지 범주 아래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노동의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직업적 정보가 아니라,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태도다. 이는 노동을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세계관이 드러나는 영역으로 확장해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일하는 사람의 초상』은 서로 다른 노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환기한다. 평소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직업과 그 이면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수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일과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사람의 일’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묻기도 한다. 효율과 비용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실 속에서도, 결국 노동의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의 가치와 정당한 대우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얼굴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오늘의 노동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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