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손이 떨려 옷이 찢어지지 않았다. 박태보가 "칼로 실밥을 찢어서 싸매면 쉽소" 하면서 이리저리 하라고 지휘해서 마침내 무릎을 다 쌌다.
그러고는 소매 속에 있던 부채를 꺼내면서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될 테니 집에 전해주오"라고 했다. 박태보에게 칼과 차꼬를 씌워서 들것에태우고 창과 조총을 가진 군졸들이 옹위하여 의금부로 데리고 갔다. 종질 박필순이 군사 틈으로 들어와 홑이불을 헤치고 손을 잡으며 "착하실사, 우리 숙부여. 죽기에 임하여도 마음 변치 않으시니, 군자로다.
전후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오니 마음을 단단히 잡으소서"라고 했다.
박태보가 "내 마음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박태보의 아버지 박세당이 소식을 접하고 급히 양주 수락산 석천동에서 달려왔지만 서로 만나보지 못했다. 의금부 앞 원두막에서 기다리다가 아들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고 사람을 시켜서 "네 글씨를 보면 네얼굴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 자만 써서 보내라고 하니 아들은"저를 역률로 다스린다 하오니 부자간이라도 문자를 서로 통하는 것은미안한 일이므로 감히 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도 국문을 하려 했지만 영의정 권대운이 "박태보 등의 죄는 만번 죽어도 아깝지 않사오나 누차 중한 형신을 받아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더 형신을 가하면 끝내 장하에 죽게 될 것이니, 전날에 국맥(國脈)을 손상시키게 될까 염려스럽다고 한 전교에 어긋나는 처사가아니겠습니까?" 하고 용서를 비는 차자를 올렸다. 이에 임금이 답을내렸다.
"박태보 등이 범한 죄는 흉역에 관계되지만, 이미 ‘이 뒤로는 역률로집필자는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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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십여 년 만에 얼굴을 보는 셈이었다. 육 개월 전, 미국 사는여동생 계숙이 이민 간 후 처음으로 귀국해서는 한국에 체재하는 동안형제간을 오가며 서로 만나라고 다리를 놓았다. 그때도 보지 않았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자식들한테 창피한 줄 알라는 말이 계숙의 입에서 열 번도 더 나왔지만 형제는 일치단결한 듯 까딱도 하지 않았다. 그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기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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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역시 한때 그가 관심을 가졌던 것이었다. 지하 암반수와 남극 빙하수, 화산 암반수는 물론 바다 밑에서 길어올린 해양 심층수도 먹어보았다. 맥반석수, 전해수(電解), 자화수(磁化), 육각수, 지장수처럼나름대로의 이론에 근거해 가공한 물도 마셔보았고 전국 유명 약수의물을 길어다 마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물의 자연스러운 성질 그대로를 가지고 있는 물이 가장 자신의 몸에 맞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집 뒤안에는 산에서 자연 용출되는 샘물이 사시사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물을 바위와 자갈, 숯과 대나무로 만든 물길로 여러번 순환시키고 걸러 차를 마실 때 사용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은지하 수백 미터를 파 끌어올린 암반수였다. 물론 그 물들은 불순물이며중금속, 바이러스가 없어 마시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공인기관의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 그런 물이 있는 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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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갓난아기인 조카를 돌보는 데 열중했다. 혜민이 두번째 아이를 낳고 난 뒤에는 첫째조카를 자기 자식처럼 자신의방에 데려다 키웠다. 그 조카가 말을 하기 시작해서 가장 먼저 발음한것은 엄마였지만 두번째 단어는 ‘고모‘ 였다. 고모가 살아 있는 동안 엄마보다는 고모가 훨씬 더 아이의 입에서 많이 불렸다. 고모가 된 향지는 과거의 행적과 관련된 사람들이며 사건, 이름 같은 건 입에서 꺼낸적이 없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향지는 누구도 정시하지 않았다. 사람을끄는 냄새 아닌 냄새도 나지 않은 건 훨씬 더 오래 전부터였다. 소문도없었다. 아무도 향지를 찾지 않았다. 태호도 찾아가지 않았다. 아무리발악해봐야 향지에게 자신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했기때문이었다. 향지는 두부처럼 하얗게 살이 찌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온지 두 해가 지나면서 향지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세 배가 넘는 몸무게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의 삶의 무게는 0이 되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아이와 함께 마당에서 암탉을 쫓다가 쓰러져 손쓸 틈도 없이죽었다. 아이는 그녀에게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죽은 그녀의 얼굴으 부푸 빵처럼 무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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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사람은 종교에 있어서 별로 완고한 편이 아니지요. 아들 대학입시 때는 남편한테 "당신은 절에 가서 빌어, 나는 교회가서 빌 테니까"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서양에서는 절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세계는 오늘날 하나가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거꾸로 민족주의, 또 무슨 지역주의 이런 것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이 하나가 되어서 유럽연합 EU을 만들고 유로 Euro라는 통화를 만들었지요. 또 이슬람은 이슬람끼리 뭉칩니다. 다시 말하면 점점 세계화Globalization가 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문화 때문에, 지역과 풍토 차이 때문에 지역화Localization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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