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도시에서 살게 되면서 풀에 대해 생각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 하지만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풀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때가 있으니 그게 바로 산소의 벌초를 할 때이다.
하지만 이번에 산소에 간 것은 벌초를 하려고 간 게 아니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왔다는데 별일이 없는가 싶어서였다.
내 능력 범위를 넘는 벌초는 누군가에게 부탁할 요량이었다.
손에는 북어와 청주 한 병이 들려 있었을 뿐 장갑조차 끼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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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첫 번째 음악 시간에 들어온 선생님은 정말 목소리가 좋았다. 음역은 테너였고 오페라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입시에 음악 성적이 포함되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쉬운 음악 시간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선생님 덕분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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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다시는 그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앙코르가 나올 때를 대비해서 <로몬드 호수>를 원어 가사로 부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되어 제비꼬리가 달린 양복을 고쳐 입고 무대로 향하는 그의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긴 하지만 고지식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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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담배가 얼마나 폭린데. 이백 원 해봐야 열 개비밖에안 줘. 이건 사회 정의 문제라고. 까치 담배 발언 취소해라."
"담배도 없이 떠들라니까 더 담배 고프네. 일단 나가자."
방 주인의 제안에 모두들 일어났다. 형설여관에서 백여 미터쯤 골목을 걸어 나오면 야구연습장이 있었고 야구연습장에서 공을 치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교환해 주는 자그마한 몸집의 노인이 성냥갑처럼 생긴 박스에 앉아 담배를 팔고 있었다.
그 앞에서 일행은 다시 방 안에서와 같은 논란을 벌였다. 가만히 노인을 살펴보던 최가 모든 갈등을 해결하겠다면서 돈을 들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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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천히 목을 꺾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반쯤 돌렸다.
왜요, 라거나 뭐야, 하는 소리를 낼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냥한 번 바라보아 주었다. 사내의 다음 질문은 보나마나였다.
오토바이가 몇 CC짜리냐, 어디 제(製)냐, 얼마나 하느냐 하는따위의 속되고 저급한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었다. 그런데사내는 손가락으로 그가 지나온 길을 손가락질하며 "저기요,
저기!" 하면서 뭐가 급한지 본론을 꺼내지도 못했다. 그는 지금 순간속도가 시속 몇 킬로나 되느냐는 또 다른 질문인 줄알고 약간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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