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남편도 너무나 가여웠다. 누가 그를 사랑할 것이며, 누가 그를 염려하고 그의 고통과 슬픔을 나누어 가지겠는가? 나는 눈짓으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와 아이들을 가까이 오게 해서 입을 맞추고 신의 축복을 빌었다. 그리고 내가 죽을 경우 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남편에게 주는 글을 썼다. 그런데 고비를 맞기 전 마지막 이틀 동안 어떤 희미한 마음의 평정 같은 것이 찾아왔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 아이들도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마치 내가 벌써 이 세상을 떠난 것같이 느껴졌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